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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설’ 나오는 10월 한반도, ‘열쇠’는 북한 손에
로켓 발사·이산가족 상봉에 ‘관심 집중’…16일 한·미 정상회담 분수령 될 듯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 중국 고위인사 참석 여부에 ‘촉각’
2015-10-04 10:04:08 2015-10-04 23:29:38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인 10월 10일이 닷새 앞으로 다가오면서 한반도 정세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북한이 이날을 즈음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음을 시사해 왔기 때문이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예정대로 20일부터 개최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무사히 치러질 경우 8·25 남북 고위급합의의 이행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심상찮은 남·북의 분위가 악화돼 행사가 무산된다면 남북관계는 8·25 합의 이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국과 미국, 중국 등 북한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나라들은 현 국면에서 특별한 주도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다. 결국 정세의 키를 쥐고 있는 쪽은 북한인 셈이다.
 
미국 방송에 우주개발국 과학자들의 인터뷰까지 내보내며 장거리 로켓 발사를 시사해 온 북한이 실제로 발사를 준비하고 있는 정황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아사히신문이 평양 미사일 제조공장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이는 화물열차가 발사장으로 이동하는 움직임이 확인됐다고 보도했지만, 국방부 관계자들은 즉각 부인했다.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기 위해서는 10일가량의 준비기간이 필요한 만큼 기념일인 10일에 맞춰 발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북한은 3일 현재까지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발사 일정을 통보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내부 논리’로 볼 때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올해 안으로는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와 같은 우주기술 개발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훈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 그런 전망의 핵심적인 근거다.
 
발사 여부에 영향을 주는 변수가 있다면 중국이다. 한·미가 ‘로켓 발사하면 제재 강화한다’는 압박 일변도의 태도를 고수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국의 ‘당근과 채찍’만이 변수가 되고 있다. 중국은 일단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25일 미·중 정상회담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의 이행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북한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시 주석이 ‘북한’을 명시하지 않았고, 중국 외교부는 이 발언을 정상회담 공동발표문에 넣지 않음으로써 미국과는 다르다는 신호를 보냈다.
 
중국은 북한이 로켓 발사를 감행하고 핵실험까지 할 경우 자신들이 극도로 꺼려하는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한반도에 배치되는 상황으로 갈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다. 사드 배치의 명분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사드 배치를 막기 위해서라도 북한에 ‘당근’을 제공하며 발사를 단념시키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북한은 안으로는 당 창건 기념행사, 특히 대규모 열병식 준비에 집중하면서 밖으로는 성명전을 펴며 중국에 ‘손짓’을 보내고 있다. 리수용 북한 외무상은 지난 1일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평화적 우주개발은 국제법에 따라 주어진 주권국의 자주적 권리”라고 강조하면서도 로켓 발사 날짜를 특정하지 않고, 발사를 기정사실화하는 단정적인 표현도 하지 않았다. 북한의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의 경우는 미국이 자신들의 위성 발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처럼 북한이 ‘전략적 모호성’을 견지하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행사에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는 등 손을 잡을 경우 로켓 발사 국면은 다른 흐름을 탈 수도 있다.
 
로켓 발사 여부가 다소 가변적인데 비해 남북관계는 살얼음판을 걷는 듯 위태롭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북한의 비난이 점차 많아지고 그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위기의 뚜렷한 징후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박 대통령의 국군의 날 기념사와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맹비난하며 “도발적 망동을 계속한다면 북남관계는 북남(8·25)합의 이전 상태도 되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앞서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도 지난달 29일 박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대해 “어렵게 마련된 북남관계 개선 분위기를 망쳐놓는 극악한 대결망동"이라고 비난하며 "모처럼 추진되고 있는 이산가족 상봉도 살얼음장 같은 위태로운 상태"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처럼 이산가족 상봉 약속까지 건드릴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는 북한을 자제시키기 위한 정부의 설득 시도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런 가운데 북한의 핵시설을 비롯한 주요 군사시설 파괴 임무를 수행하는 특수부대 편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북한이 반발하는 등 남북관계의 악재는 수시로 돌출·누적되고 있다. 이 분위기가 악화된다면 이산가족 상봉이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북한은 2013년 9월에도 상봉 나흘을 앞두고 행사를 연기한 적이 있다.
 
이산가족 행사가 무사히 치러지고 남·북 당국회담으로 나아갈지 그렇지 않을지는 16일 한·미 정상회담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을 만나 북한에 대한 강경한 태도만 재확인할 경우 8·25합의로 실마리를 잡은 남북관계는 다시 뒤엉킬 수밖에 없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리수용 외무상(앞줄 오른쪽)을 비롯한 북한 정부 관계자들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개발정상회의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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