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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에서 프랜차이즈 성공까지…"자신감이 중요하죠"
정한 JH그룹 회장
생맥주 프랜차이즈 '치어스'로 성공신화
제조·물류 경험으로 카페 '쑤니' 경쟁력 강화
2015-09-16 06:00:00 2015-09-16 06:00:00
수많은 사람들이 부푼 꿈을 안고 외식업에 뛰어든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처절한 실패를 맛본 후 폐업을 결심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2004~2013년) 개인사업자(자영업)의 창업은 949만개, 폐업은 793만개로 집계됐다. 단순 비교하면 자영업의 생존율은 16.4%라는 말이다. 이 중 창업과 폐업 모두 음식업이 가장 많다. 장사가 된다 싶으면 너도나도 뛰어드는 '묻지마식 창업', 전문성 부족 등이 그 이유로 추정된다. 이는 개인사업자 뿐 아닌 프랜차이즈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무리한 확장 등으로 인해 잠재력이 충분한 프랜차이즈가 한순간에 몰락하는 경우는 수없이 많았다. 망하긴 쉬워도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이바닥'의 생리인 것이다. 하지만 바위틈에서 꽃이 피듯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자수성가를 이뤄낸 창업자들도 존재한다. 유학파 출신 사업가에서 노숙자로, 다시 250여개의 매장을 거느린 생맥주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를 만들어낸 정한 JH그룹 회장(47·사진)도 그 중 한명이다. 명문대를 졸업한 그는 젊은 시절 건축 인테리어 사업을 하며 승승장구했지만 IMF 외환위기로 부도를 막지 못해 결국 빈털털이 신세가 됐다. 인천에서 노숙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지나가던 노인의 한마디에 정신을 차리고 180도 다른 인생을 살며 지금의 자리를 만들었다. 정 회장을 만나 현재 치어스의 계획과 새로운 브랜드 '쑤니' 등에 대한 계획을 들어봤다.
 
(사진제공=JH그룹)
 
◇ "극과 극 인생…할 수 있다는 자신감 필요해"
 
정 회장의 삶은 영화로 만들어도 충분할 정도다. 명문대를 다니던 그는 미국 유학을 다녀와 건축 인테리어 사업을 하며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IMF 때 부도 수표를 막지 못해 빈털털이 신세가 됐다. 가족들에게 연락하지도 못하고 인천에서 노숙자 생활을 시작했다. 엄한 아버지는 '아들 하나 없는 셈 친다'며 그를 외면했다.
 
"상황이 한순간에 180도 변했습니다. 20대에 사업을 하면서 방탕한 생활을 해보기도 했지만 사람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경험을 했습니다. 28살에 지옥에 던져졌고 29살에 거기서 나와 30대 초반을 치킨집과 달려왔죠."
 
노숙 생활 1년 만에 친구의 도움으로 청량리 근처 쪽방을 얻고 공사판에서 일용직 노동자 생활을 시작했다. 어느날 쪽방 앞에 나와 담배를 태우는 데 지나가던 노인이 "젊은 놈이 쭈그리고 앉아서 그게 뭐냐"며 혀를 찼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부모님을 찾아가 매달 50만3000원의 이자를 내는 조건으로 5000만원을 빌렸다.
 
"그 돈으로 1999년 작은 치킨 집을 인수했습니다. 그러나 부동산 업자가 하루 매출 10만원도 안돼는 집을 40만원짜리라고 속인 것을 알게 됐죠. 그때부터 혼자서 주문, 조리, 서빙, 배달, 전단 배포까지 모든 일을 했습니다. 한 번 매장을 찾은 고객은 얼굴을 잊지 않기 위해 특징과 별명, 입맛을 기억했고 맞춤형 서비스를 했습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하루 3~4시간 이상 잠들지 않으며 버텼습니다."
 
요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삼포세대'에 이어 '헬조선'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대전제가 점점 무너지면서 절망감을 느낀 이들이 내뱉는 외침이다.
 
"저는 21세기에 자수성가를 했다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여러분도 힘들겠지만 목표를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분명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 단 '목적'이 아니라 '목표'입니다. '내가 저것을 가졌으면, 저 물건을 샀으면' 등이 대표적인 목적형 삶입니다. 인생의 큰 목표를 가지고 산다면 분명 저보다 더 성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치어스, 시즌2를 준비하다"
 
"2001년 치어스 본점을 개점을 하고 항상 연습게임을 한다는 자세로 살아 왔습니다."
 
정한 회장은 지난 14년간 생맥주 프랜차이즈 '치어스'를 운영했던 노하우가 회사의 모든 사업에 영향을 끼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치어스는 2001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시작됐다. 당시 주택가에 호프집을 여는 것에 대해 주변에서는 '성공 사례가 없다'며 만류했다. 하지만 그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영국식 펍을 결합한 '레스펍'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내며 다른 업체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후 가맹점이 확대되며 제조, 물류 등 인프라 구축까지 이어지게 된다.
 
"유통, 물류, 제조를 모두 하는 프랜차이즈는 대기업을 제외하고 저희밖에 없습니다. 가맹점에게 식자재 등을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게 됐죠. 때문에 다른 프랜차이즈들에 비해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정 회장은 치어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음식'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냉동식품을 데워 주는 기존 호프집의 수준을 벗어나 각 가맹점들의 주방장들을 교육시켜 질 높은 요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성공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요리입니다. 모든 가맹점에는 조리사를 파견해 교육을 진행하고 가맹점 주방장의 휴무일에는 본사 조리사들을 직접 파견해 지원합니다. 요리의 질이 우선시되지 않으면 치어스의 정체성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이 가장 냉정하게 판단하는 점 역시 음식에 문제가 생길 때라는 설명이다. 주기적인 감사에 나서 불량 가맹점을 정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침을 안 따르면 본사가 빨리 정리를 해줘야 한다고 봅니다. 본사의 식자재 중 통제성이 없는 품목은 개인적으로 사서 써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싸구려 재료를 써 메뉴의 질을 낮추는 점포는 경고를 수차례 하며 그래도 진전이 없다면 폐점 절차에 들어갑니다. 수익을 남기고 싶은 마음은 모두 같지만 메뉴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용납할 수 없습니다."
 
현재 정 회장은 치어스의 '시즌2' 매장을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은 말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지만 시즌2 역시 메뉴가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있다.
 
"시즌2는 직영사업으로 올해 말에 출범할 예정입니다. 일반 주점 브랜드에서 볼 수 없는 요리를 강화했어요. 매장에서 만드는 요리, 메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에 꾸준히 개발할 생각입니다."
 
◇ "디저트, 비전문 분야 아냐…자신있다"
 
사실 정 회장은 신중한 성격이다. 치어스를 만들었을 때에도 입소문을 듣고 온 창업희망자에게만 가맹점을 내줬을 뿐 본격적인 점주 모집 공고를 수년 후에야 낸 것은 이같은 성격이 반영된 결과다. 그런 정 회장이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디저트 카페 '쑤니'다.
 
"팥을 소재로 한 디저트류를 개발해 여성고객을 중심으로 디저트 문화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입니다. 다른 전문점들을 보면 비슷한 인테리어, 메뉴가 대부분이라 고객들이 질려 있습니다. 때문에 인테리어를 여성들에 맞게 구성했습니다. 신부대기실 같은, 공주가 되는 여성만의 감성을 매장에 적용했어요. 현재 강남구청 인근에 1호점을 냈는데 올해까지 수도원에 4개 직영점을 더 내고 고객 반응을 분석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디저트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커피전문점, 빙수 전문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해 신규사업자가 자리잡기 힘든 시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 회장은 이를 가격경쟁력으로 극복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가격을 낮추는 노력을 했습니다. 쑤니의 메뉴들은 경쟁브랜드보다 500~1000원정도 저렴합니다. 유통, 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가맹점에 원재료를 저렴하게 공급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재료인 팥 등은 직접 공장에서 제조해 원가를 낮출 계획입니다. 그러면서도 가맹점이 수익은 좀 더 가져갈 수 있도록 조정할 생각입니다."
 
■정한 JH그룹 회장 프로필
 
-1968년 서울출생
-1987년 서울체고 졸업
-1994년 미국 타우슨 주립 대학 경영학과 졸업
-2001년 치어스 시작
-2003년 치어스 대표이사
-2012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부회장,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산업인들 회장
-2013년 한국중고육상경기연맹 회장
-2014년 한국유통물류정책학회 수석부회장,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FCEO 총동문회 회장
-2015년 JH그룹 회장 
 
(사진제공=JH그룹)
 
이철 기자 iron62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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