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무효 위기에 놓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4일 오후 2시 열린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으며 당분간은 교육감직을 유지하게 됐다. 이에 따라 서울시 교육상황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조 교육감은 '일반고살리기' 정책의 일환인 자율형사립고등학교 폐지와 혁신학교 확대, 자유학기제,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청렴한 서울교육을 위한 청렴종합대책위원회 출범, 학교 내에 기존의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 수평적 문화 개선 위한 '토론이 있는 교직원 회의' 등을 추진해왔다.
이 가운데 사교육 차단과 일반고,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추진된 '일반고살리기' 정책은 조 교육감의 선거 공약으로, 자사고 평가 과정과 조 교육감의 신분이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면서 사실상 힘을 잃었었다. 특히 자사고 문제를 두고 교육부와 충돌하면서 자사고 지정취소 최종 권한을 교육부에 넘겨주는 등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미림여고와 우신고가 스스로 자사고 포기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번 판결로 자사고 폐지 정책에 힘을 얻을 전망이다. 우신고까지 일반고로 전환되면 자사고 지위를 포기하고 일반고로 돌아간 학교가 서울 지역에서만 4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조 교육감이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내상을 입은 교육청 내부 분위기도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형남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은 G고교 성추행 사건 감사 당시, 음주 감사와 직원에 대한 폭언·성추행 의혹 등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감사관실 내부 분란이 절정에 달했었다.
입시 부정과 각종 특혜 의혹을 받아온 하나고 특별감사 진행도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조 교육감의 신분이 불안정한 상태였기 때문에 하나고에 대한 엄정한 감사와 강력한 후속 조치에 대한 동력이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이밖에 학생인권옹호관과 청렴시민감사관 제도 안착, 혁신학교 확대 등 주요 정책들도 순항이 예상된다.
진보교육의 대표격인 조 교육감이 안정을 찾으면서 전국 교육계로도 긍정적인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인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조 교육감이 서울교육감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이 결과에 따라 교육개혁과 혁신교육에 탄력을 갖고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힘있게 교육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검찰이 상고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에서 배심원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유죄가 인정된 만큼 대법원에서 2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여전하다.
대법원에서 조 교육감에 대한 당선무효형이 확정될 경우 내년 4월 13일 치러지는 총선에서 서울교육감 재선거가 실시된다.
이날 조 교육감은 이번 판결에 대해 "특별히 선거과정에서 더 섬세하고 신중하게 처신을 했어야 했다는 점에 대해 유죄 판단을 받은 부분도 있다"며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 교육감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 더 신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교육감직이 유지되기 때문에 더 섬세하고, 진지하고 서울의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겸손한 자세로 매진하겠다"며 "서울교육을 위한 헌신으로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상대 후보인 고승덕 변호사의 미국 영주권 의혹을 제기해 1심에서 당선 무효형을 받은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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