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상대 후보인 고승덕 변호사의 미국 영주권 의혹을 제기한 혐의로 기소된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4일 항소심에서 벌금 25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선고유예는 1년 이하의 징역·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형 등 가벼운 범죄를 처벌하지 않고 2년이 지나면 없던 일로 해 주는 일종의 '선처'다.
조 교육감 측은 자신의 행동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당선된 교육감직을 박탈할 정도의 문제인지를 판단해달라며 무죄 주장과 함께 예비적으로 선고유예 주장도 펼친 바 있다.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는 라디오 방송에서 허위사실을 공표한 점을 일부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선거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양측에게 모두 경고 처분을 했을 뿐 수사의뢰나 고발을 하지 않았으며,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동일한 범죄를 반복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선고를 유예했다.
그동안 현직 교육감이 지방교육자치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사례는 지난 2006년 한장수 전 강원도 교육감 때 한 차례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춘천지법도 피고인의 내심과 선관위 처분, 개전의 정상이 있는지 등을 중요 고려대상으로 삼았다.
한 전 교육감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제3대 강원도교육감을 지냈고, 2006년 2월14일 실시한 제4대 강원도교육감 선거에 연이어 출마해 당선됐다.
그러나 한 전 교육감은 공식 선거운동기간 전인 2006년 1월11일 강원지역 초·중학교장 연찬회에서 농협이 총 1600만원 상당의 젓갈선물세트를 참석자 816명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을 수락하는 등 공무원 직위를 이용해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 전 교육감은 '교육감 말씀'을 마치고 연단을 내려오다가 당시 농협 직원이 선물세트를 가지고 오는 것을 보고 다시 연단에 올라가 마이크를 잡고 "농협에서 여러분에게 선물을 준다는 것을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시가 3만원 상당인 것 같은데, 농협이니 그거 보다 싸게 구입했을 겁니다. (도교육청과 제휴를 맺은) 교육사랑카드도 있고 하니까 선물로 주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춘천지법은 한 전 교육감에 대해 징역 6월에 대한 선고를 유예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따라 한 전 교육감은 당선무효형을 면하게 됐다.
재판부는 "금융기관에서 판촉활동을 위해 연찬회를 활용하려는 의도를 인식하고 이를 단순히 용인하는데 그치지 아니하고, 용인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서 그 판촉활동을 소개하는 발언을 했다"며 "교육감 선거를 한 달 앞둔 시기에 이미 출마 선언을 한 이후인 점, 피고인이 자신의 임기 동안의 치적 및 향후 4년간의 역점사항에 대한 연설을 마친 직후인 점 등을 볼 때 당선을 목적으로 한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피고인이 금융기관의 판촉행사를 도와주면서 그에 편승해 즉흥적으로 이뤄진 측면이 강하고 강원도선거관리위원회가 2006년 1월25일 이 사건 행위에 대해 경고만 했을 뿐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나 고발까지 하지는 않아 그 위법성이 크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피고이 경고조치를 받은 후 이에 이의신청을 하지 않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더 이상 선거관련 위법행위에 나아가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할 때 개전의 정상이 현저하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한 전 교육감과 검찰 모두 항소하지 않아 그대로 확정됐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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