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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시진핑-푸틴 옆자리서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관
61년전 김일성·마오쩌둥 섰던 자리…동북아시아 판도 변화 상징
시 주석, 병력 30만 감축 선언…“패권주의·팽창주의 추구 안한다”
2015-09-03 15:50:42 2015-09-03 15:50:42
박근혜 대통령이 3일 대한민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 ‘항일·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 인민해방군 열병식을 참관했다.
 
박 대통령이 이날 오른 톈안먼의 성루는 1954년 10월 당시 김일성 북한 수상이 마오쩌둥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중국 건국 5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을 지켜보며 북·중 ‘혈맹’을 과시했던 장소였다. 그로부터 61년이 지난 2015년 북한 지도자가 아닌 한국의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전승절 열병식을 참관한 것은 동북아시아 판도 변화와 한·중관계의 발전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박 대통령은 톈안먼 광장을 바라보는 방향에서 시 주석의 오른편 두번째 자리에서 열병식을 지켜봤다. 시 주석 바로 옆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리했고, 그 다음이 박 대통령이었다. 열병식을 위해 성루로 이동하기에 앞서 박 대통령은 톈안먼 광장에 들어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의 영접을 받고 함께 촬영했다. 이어 다른 정상들과 함께 단체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때 박 대통령은 펑 여사를 사이에 두고 시 주석의 왼편에 섰고,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의 오른쪽에 섰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대신해 행사에 참석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박 대통령과 같은 줄에 섰지만 오른쪽 끝부분에 앉아 열병식을 지켜봤다. 최 비서는 전날 저녁 단체만찬에서 시 주석과 인사를 나눴고 이날도 열병식에 앞서 악수를 했지만 별도의 면담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열병식 기념사에서 시 주석은 인민해방군 병력을 30만명 감축하겠다고 전격 선언했다. 시 주석은 "중국인은 평화를 사랑한다. 앞으로 중국이 아무리 강해진다 해도 중국은 결코 패권주의나 팽창주의를 모색하지 않을 것이며 과거 중국이 겪었던 고통을 다른 나라에 겪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모든 나라가 서로 ‘윈-윈’ 하는 새로운 형태의 국제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을 바탕으로 한 국제질서와 시스템을 함께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누구나 노력하지만 끝까지 계속하는 사람은 적다'는 뜻을 가진 “미불유초 선극유종”(靡不有初 鮮克有終)이라는 표현을 언급하며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세대를 이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전 10시(현지시간·한국시간 오전 11시) 시작된 열병식은 박 대통령과 시 주석, 푸틴 대통령 외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정상급 외빈 50여명과 각국 외교사절 등이 성루에서 지켜봤다. 시 주석 왼쪽으로는 장쩌민·후진타오 전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전 총리 등 중국의 전직 지도부와 리커창 총리,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 등 현직 지도부 7명이 자리했다.
 
리 총리의 개막 선언으로 시작된 열병식은 56문의 예포가 70발의 축포를 쏘며 본격 개막을 알렸다. 중국이 56개 민족으로 구성되어 있고 전쟁 승리 70주년을 기념한다는 뜻이었다. 이어 중국 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호위부대가 광장의 인민영웅기념비에서 국기 게양대까지 121보를 걸어 국기를 게양했다. 1894년 청일전쟁 이후 121년간 중국 인민들이 외세의 침략에 저항하고 난관을 극복해왔음을 강조하는 의미였다. 시 주석은 열병식 연설을 마친 후 무개차에 올라 부대원들을 사열했으며, 이어 분열 행사가 톈안먼 앞 창안가에서 펼쳐졌다.
 
열병식은 군 병력 1만2000여명과 500여대의 무기 장비, 200여대의 군용기가 총동원되어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쳐졌다. 특히 중국은 항전노병 부대, 항전영웅모범 부대 등을 대거 참석시켜 ‘항일전쟁 승리’의 의미를 강조했다. 러시아·멕시코 등 11개국이 사열 부대를, 아프가니스탄·캄보디아·베네수엘라 등 6개국이 군 대표단을 파견했고, 한국은 프랑스·베트남·태국 등과 함께 군 참관단을 파견했다.
 
열병식 후 시 주석 초청 오찬 리셉션에 참석한 박 대통령은 상하이로 이동해 4일 한·중 양국 정부 공동주최로 열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어 동포 오찬간담회와 한·중 비즈니스포럼의 일정을 소화한 후 귀국한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노란색 옷을 입은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전 베이징 톈안먼 광장 성루에서 인민해방군 열병식을 지켜보며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중국의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 장쩌민 전 국가주석, 시진핑 현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박 대통령이 서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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