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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근로자집단 의사결정 없는 임금피크제 무효"
"근로자에 일방적 불리하게 설계" 지적
2015-09-02 15:26:23 2015-09-02 15:26:23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회사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 근로자 집단의 의사를 묻는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면 '무효'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재판장 마용주)는 교육업체 대교의 직원 최모씨 등 3명이 "부당한 취업규칙 변경으로 도입된 임금피크제 때문에 못받은 임금을 달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이에 따라 원고들은 1년간 받지 못한 임금 삭감액 각각 3300만원, 3700만원, 4000만원을 회사로부터 지급받게 됐다.
 
재판부는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기 위해서는 종전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고 있던 근로자들의 집단의사결정 방법에 의한 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금피크제 도입 필요성이 근로자들을 설득할 만한 합리성을 갖췄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특수성을 감안할 때 해당 취업규칙 개정이 집단적 의사결정방식에 따라 이뤄졌는지는 그만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며 "피고가 원고들을 포함한 소속 근로자들에게 집단적 의사결정방식을 통해 1,2차 취업규칙 개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실질적 기회를 부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대교의 1,2차 임금피크제는 통상의 임금피크제와 비교할 때 명칭만 동일할 뿐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근로자에게 일방적 불이익을 가하는 내용으로 설계돼있다"며 "40대 중반에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이 된 근로자들은 정년까지 약 10여년 기간 동안 기존 임금의 절반에 가까운 임금 삭감을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낮은 직무 등급의 직원이나 계약직 사원에게도 임금피크제 시행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교는 지난 2009년 6월 일정 연령에 이르렀거나 더이상 승급이 어려운 직원의 임금을 차례대로 60%까지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이에 앞서 사측은 5월 20일에 이런 내용을 포함한 취업규칙 개정안을 공지하고, 사내의 가장 작은 단위 조직인 교육국별로 해당 안의 내용을 설명하여 의견을 수렴했다. 같은달 21일 의견을 취합한 결과 3331명 중 휴직자 등을 제외한 84.4%의 직원이 찬성을 표해 인사규정이 개정됐다.
 
이듬해에는 임금을 50%까지 삭감하는 2차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도록 취업규칙을 개정했고, 최씨 등은 회사가 근로자들의 적법한 동의를 얻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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