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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GoGo)영화의 주인공처럼, 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 찰칵찰칵
2015-09-03 06:00:00 2015-09-03 06:00:00
기록이 남아있지 않았다면 아무 것도 떠올리거나 그려내지 못하였을 것이다. 지나간 시간을, 다시 눈앞의 풍경을 대면할 수 있는 것은 기쁜 일이다. 광복 70년의 세월, 팔십 준형을 넘어선 노부부가 옛 시간의 기억을 거슬러 걷는다. 찰칵찰칵. 앞서 걷는 꼬마 아이의 발걸음이 그때 그 시절의 풍경으로 오버랩된다. 보자기 꾸러미를 들고 소풍을 가던 어린 시절의 모습이 바로 엊그제만 같다. 종로통을 지나면 일제강점기 시절의 풍경이 떠오르고, 서대문 전차거리를 지나자 사진 한장 한장으로 남아있던 옛 흑백의 시대가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시간의 기록이 사라지지 않은 공간에서 옛 기억을 따라 걷는다. 찰칵찰칵.
 
합천영상테마파크가 처음 알려진 것은 2004년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가 천만 관객을 돌파하면서부터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전쟁신은 합천 황매산에서, 도시전투신은 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 촬영됐다. 올해 최고 흥행기록을 경신하며 관객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암살' 역시 이곳 합천영상테마파크에서 촬영됐다. 합천영상테마파크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을 거쳐 1980년대까지의 시간들이 그대로 멈춰진 공간이다. 영화의 주인공이 되어 시간여행을 떠나보자.
 
(사진=이강)
 
시간이 멈춘 공간, 합천영상테마파크
 
영화 '암살'과 '태극기 휘날리며'는 식민과 해방, 그리고 한국전쟁 등 뼈 아픈 민족의 역사와 격변의 시기에 어쩌지 못하는 민중의 모습을 운명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암살'은 1933년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태극기 휘날리며'는 해방과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예측할 수 없었던 시대의 아픔을 그려냈다. 당시 '태극기 휘날리며'가 흥행을 하면서 많은 관객들이 촬영지였던 황매산 자락과 이곳 세트장을 찾았다. 최근 영화 '암살'의 흥행으로 촬영지인 합천영상테마파크를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늘어가고 있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의 촬영지로 알려진 이후, 합천영상테마파크는 수많은 TV 드라마와 영화, CF 촬영지로 알려지며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각시탈', '빛과 그림자', '서울1945', ‘에덴의 동쪽', '경성스캔들' 등의 시대극들의 주요장면이 모두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영화 '써니'와 '쎄시봉', '허삼관' 등도 이곳을 배경으로 촬영되었다. 세트장에는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 한국 근현대사 속 건물과 주요거리 등이 당시의 모습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사진=이강)
 
세트장 안으로 들어서면, 마치 과거로 시간여행을 온 듯한 착각이 드는데, 시대극의 배경이 되는 만큼 각 시대의 주요사건과 역사적 스토리를 따라 시대별로 조성되어 있다. 광복70년을 맞는 올해는 특히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었던, 일제강점기의 모습이 재현되어 있는 골목마다 사람들이 붐빈다. 아이들의 손을 잡은 가족들과 연인들의 모습, 백발성성한 어르신들의 모습도 보인다. 세트장은 모두 어디선 본 듯한 모습인데, 젊은 이들은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고, 나이지긋한 어른들은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을 더듬는 모습이다. 반세기 전 역사의 공간을 재현해놓은 세트장과 거리에서 아이들은 교과서에서 배우거나 TV나 영화에서 보았던 옛 시대의 배경을 보면서 신기해하고, 어른들은 순식간에 흘러버린 옛 시절의 흔적들을 더듬는다. 구석구석 그들의 걸음을 따라 걷는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역사의 현장을 걷다
 
영상테마파크의 출발기점은 입구인 가호역이다. 가호라는 이름은 영상테마파크가 조성된 가호리의 지역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일제 강점기의 건축양식을 토대로 지어진 입구 가호역과 일본식 가옥들의 모습이 조성되어 있다. 사람들은 가호역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테마파크를 둘러본다. 가호역을 지나면 일제강점기의 경성이 펼쳐진다. 당시 경성거리를 달리던 전차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조선 고종 때 서대문에서 홍릉까지 운행하던 전차를 복원한 것으로, 실제로 운행되는 것이어서 관광객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다. 전차 운행시간은 3분 내외지만, 기적소리와 함께 출발해 동화백화점부터 반도호텔까지 일제강점기의 경성 시내를 둘러보는 코스로 운행되어 마치 영화의 주인공이 된 듯한 착각이 든다. 이 전차는 드라마 '경성 스캔들' 촬영 당시 사용한 전차다.
 
(사진=이강)
 
다시 길을 따라 걸으면, 백범 김구 선생이 해방 조국에 귀국해 머물렀던 경교장, 초대대통령 이승만의 별장으로 알려진 이화장과 돈암장 등이 차례로 나타난다. 돈암장을 지나면 일제강점기의 일본인들이 거주했던 적산 가옥 거리가 나타난다. 일본인들이 한반도 침탈의 거점으로 많이 거주했던 거리의 모습과 붉은 빛 적산 가옥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적산 가옥 거리는 드라마 '각시탈' 촬영 장소로 잘 알려진 곳이다. 다시 큰길로 나서면 수도경찰청, 종로경찰서, 혜민병원, 경성고보, 서울역 등이 차례로 이어진다. 수도경찰청과 종로경찰서는 일제강점기에 악명을 떨치던 장소다. 종로경찰서는 '각시탈'의 주 무대로 사용되었다. 일제강점기에 징용으로 중국과 소련, 독일의 군복을 입어야 했던 한국인의 실화를 다룬 영화 '마이 웨이'도 이곳에서 촬영했다.
 
경성역을 지나면 1960년대 서울의 모습을 담은 드라마 '에덴의 동쪽' 세트장이 나온다. 남영역 철교를 중심으로 1960~1970년대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건물이 밀집해 있다. 배재학당, 중앙우체국, 국도극장, 원구단, 한국은행 등 당시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거리와 건물들의 모습이 사실감있게 조성되어 있다. 철교와 국도극장 주변에서는 영화 '전우치', '써니'가 촬영되었다. 조양여관 안쪽으로 들어서면 영화 '쎄시봉'의 촬영지도 만나볼 수 있다. 출구 직전에는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촬영한 기차역과 증기기관차가 조성되어 있다. 출구로 나오면, 청와대 건물을 비롯해 분재공원, 세계의 정원 등을 조성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사진=이강)
 
영상테마파크를 둘러보고 합천 읍내의 황강 주변과 해인사 등 합천의 주요여행지를 둘러보면 여행의 여백을 채우기에 안성맞춤이다. 황강의 강변에 자리한 연호사와 함벽루은 황강과 어우러진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연호사는 선덕여왕 때 백제의 침입으로 많은 사람이 죽자, 643년 와우선사가 죽은 이들의 극락왕생을 위해 세운 절이다. 연호사 바로 앞에는 1321년 창건된 함벽루가 자리하고 있다. 황강 건너편의 정양늪생태공원도 여름이 떠나기 전에 둘러보기에 좋다. 약 1만년 전 형성된 정양늪은 생태계의 보고다. 늪의 식생을 제대로 관찰할 수 있고, 늪가를 따라 길게 이어진 냇버들 군락이 장관을 이룬다. 장경판전과 고려대장경판, 제경판이 남아 있는 해인사 권역도 빼놓을 수 없다. 해인사 입구의 대장경테마파크는 세계유산을 만나보기 앞서 대장경에 담긴 의미를 새롭게 조명한 곳이다. 1000년을 이어온 대장경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는 대장경천년관과 대장경을 5D 영상으로 볼 수 있는 대장경빛소리관이 있다.
 
이강 여행작가, 뉴스토마토 여행문화전문위원 gh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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