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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 남북관계 활용법
2015-09-01 10:11:31 2015-09-01 10:11:31
남북관계라는 ‘민족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솔직히 공자님 말씀일 뿐이다. 역대 모든 정권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북한 이슈를 이용해 왔다. 북한의 위협을 부각시켜 선거에서 이기거나 위기를 탈출하려는 북풍은 줄기차게 시도됐다. 정치적 경쟁 상대가 북한을 추종한다고 공격하는 ‘종북몰이’는 변형된 북풍이다. 북풍은 대개 냉풍이지만, 온풍을 일으킨 적도 있었다. 남북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정치적 이익을 얻으려 했던 경우다.
 
북한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현실이라면 박근혜 정부의 경우는 어떤 북풍을 만드는 게 유리할까. 박 대통령의 이익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볼 때, 남·북 고위당국자 협상 타결로 군사적 긴장이 해소된 8월 말의 여론 추이는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한국갤럽이 28일 공개한 여론조사를 보면 박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49%로 1주일 사이 15%포인트 치솟아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31일 공개한 결과를 봐도 긍정평가는 49.2%로 1주일 전보다 8.2%포인트 급상승했다. 북한에 단호한 태도를 보이되 대화에 응하고 결국은 합의를 이끌어 낼 때 지지율이 크게 높아짐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갤럽은 “긍정률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은 8·25합의”라고 설명했다. 리얼미터도 “전격적 (남·북)접촉에 이은 극적인 8·25합의 타결”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한국갤럽의 결과 중 지지정당별·직업별 지지도는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대통령 긍정평가 비율은 1주일 사이 65%에서 82%로 17%포인트 높아졌다. 흔히 봐왔던 지지층 결집 현상이다. 하지만 더 주목되는 점은 대통령 반대세력의 이완 현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자들의 긍정평가 비율이 1주일 사이 9%에서 16%로 7%포인트 급상승했다. 상승률로 보자면 새누리당 지지자들보다 훨씬 높다.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박한 화이트칼라 직업군의 긍정평가도 19%에서 35%로 16%포인트 급등했다.
 
북한과 대립하기만 하고 종북몰이를 하면 물론 보수층이 결집하겠지만 반대세력도 그만큼 똘똘 뭉쳐 정부에 대항한다. 하지만 북한과 대화하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면, 바로 그것을 원하는 반대세력의 결집력은 떨어진다. 보수층이 등 돌릴 가능성은? 이명박 정부라면 걱정해야 할지 모르지만 박근혜 정부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토끼장을 열어놔도 나가지 않는 집토끼들의 ‘30% 콘크리트 지지율’이라는 든든한 자산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황준호 통일외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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