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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교향악단에도 시스템이 필요하다
2015-09-01 06:00:05 2015-09-01 06:00:05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의 거취 문제가 화제다. 정 감독은 지난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예술감독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후 서울시향에서 "정 감독이 올해 말까지 계약이 체결돼 있는 만큼 재계약 여부는 보다 심사숙고하겠다고 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현재 서울시향과 정명훈 예술감독은 재계약 조건을 두고 논의 중이다. 최흥식 서울시향 신임 대표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9월까지는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 정 감독 인터뷰는 그 이후인 28일에 나왔다. 좀처럼 개별 인터뷰를 하지 않는 정 감독이 미묘한 시점에 특정 매체와 인터뷰하고 재계약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정 감독의 본뜻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계약 논의가 매끄럽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해보인다.
 
일단 정 감독의 발언에서 그간의 피로도가 느껴진다. 정 감독은 지난해 12월 서울시향 일부 직원들이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로부터 폭언과 성희롱에 시달렸다고 폭로한 이후 직원들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박 전 대표와 갈등을 겪었다. 서울시향 사태는 박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후 일부 시민단체가 정 감독을 업무비와 항공료 횡령 혐의로 고소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다. 스타 지휘자인만큼 매스컴의 관심은 지대하다.
 
그런데 이처럼 서울시향을 향한 관심의 초점이 오롯이 정 감독에게 맞춰져 있는 게 과연 바람직한 일일까. 정 감독의 계약 여부에 못지 않게 사실 서울시향에는 중요한 숙제가 많다. 우선 외부조건에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 구축을 꼽을 수 있다. 올해로 서울시향은 재단법인 1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업적과 문제점이 무엇인지 따지고 장기 비전을 세울 중요한 시기다. 그런데 서울시향 단원들과 직원들은 미래 계획을 세워나가기는커녕 눈치를 살펴야 할 신세가 됐다. 대표는 7월에 온 신임 대표이고, 10년간 함께 한 예술감독은 사실상 계약에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서울시향의 가장 큰 문제는 예술성과를 조직의 것으로 만들 최소한의 시스템이 없다는 점이다. 우선 조직원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화할 수단이 눈에 띠지 않는다. 가령 얼마 전 지휘자 사이먼 래틀의 후임을 단원들의 손으로 뽑은 빈 필처럼 단원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함께 부여할 방법을 찾을 수는 없을까. 개개인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과 별개로 조직 곳곳에 조직원들의 주인의식이 자연스레 스며들 장치가 마련돼야 오케스트라도, 그 예술적 성과도 지속가능해질 수 있다. 마침 서울시향 단원 협의회가 1일 오전 이례적으로 공식 입장을 발표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무대 위가 아닌 무대 아래에서 과연 이들이 어떤 소리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김나볏 문화체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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