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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국선변호료 해결 방안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
국선변호 사건 줄이고 국선전담변호 늘려
예산확보·법제화 등 근본적 해결방안 필요
2015-08-30 14:33:41 2015-08-30 18:33:39
국선변호료 연체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대책을 추진 중이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법원 관계자는 30일 예산 부족 등으로 지연되고 있는 국선변호료 지급에 대한 방안을 올 초부터 진행해오고 있다고 밝혔다.
 
그 첫 번째 방안이 재판부별 국선전담변호사 배당건수를 확대해 국선변호사들이 맡는 사건을 줄이는 것이다.
 
국선전담변호사는 다른 사건을 수임하지 않고 법원에서 배당받은 사건만을 변호하고 월급을 받는다.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사안은 다른 사건을 수임하면서 법원에서 배당 받는 사건을 같이 변호할 수 있는 국선변호사에 대한 보수이다.
 
현재 형사변호 대부분을 국선전담변호사들이 처리하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국선전담변호사 사건 비율을 더 높이면 국선변호사들에 대한 보수 문제가 일부 해소될 것이라는 것이 대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은 또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국선변호료를 종전 건당 40만원에서 10~15만원으로 감액했다. 영장실질심사 변호는 하루면 끝나기 때문에 일반 재판 보다 시간 투자나 자료 준비 면에서 들이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지방 출장 등 특별한 경우에도 상한을 25만원으로 제한했다.
 
각급 법원에 불필요한 국선변호사 선정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 것도 부족한 국선변호료 확보 방안으로 시행 중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서민과 같이 필요한 부분의 국선변호사 선정을 자제하라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에 대한 국선변호사 선정을 자제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와 함께 일시 연체 중인 국선변호료를 올해 하반기에 2개월 주기로 정상지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은 근본적인 해결에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선전담변호인들의 부담을 늘리고, 변호사 시장에도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국선전담변호인은 "확실히 최근 법원으로부터 배당받는 사건 수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하지만 사무실 마련 등 국선전담변호인들이 일하는 환경은 개선이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으로서도 예산이 감액되고 국선전담변호인 보수가 마련되는 공탁금 이자 등이 줄면서 이미 결정된 사무실 공사 등이 계속 보류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선전담변호사는 "대법원 고충은 알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기'격으로 보인다"며 "이럴 바에야 차라리 법률구조공단처럼 국선전담변호인제도를 아예 법률로 제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게 하는 것이 예산 확보는 물론 국선전담변호인의 독립적인 지위를 확보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국선변호인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서울지역에서 국선변호를 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예산의 대폭 감소 등으로 보수 지급이 일시 지연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지만 보수 문제 때문에 국선변호를 줄이는 것은 국민에 대한 법률서비스 지원 활성화라는 취지와 목적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선변호 경험이 있는 또 다른 변호사는 "가뜩이나 변호사들이 일자리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지금보다 국선변호인 사건을 줄이거나 영장실질심사 등 보수를 감액하는 것은 변호사들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 등에 따르면 올해 국선변호료 예산은 작년보다 60억여원이 감액된 477억여원이다. 반면 국선변호인 사건은 2013년 11만여건에서 지난해 12만여건으로 증가추세다.
 
상황이 이같이 전개되면서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가 추진 중인 법률구조제도 통합방안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하창우 회장은 선거 공약으로 국선의 독립된 지위 확보를 주장해왔으며 취임과 동시에 관련 사업위원회를 중심으로 현재 외국 사례 등을 연구 중이다. 이진욱 사업이사를 비롯해 위원 22명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하 회장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사법지원센터에서 모든 국선변호사 제도를 통합하고 있으며 일본 법무성이 예산을 지원하고 일본변호사협회가 관리하고 있다.
 
법정 내 변호사석.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신지하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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