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피플)을지로위원회, 국감 핵심의제로 ‘재벌개혁’ 선정
우원식 위원장 "재벌 2·3세,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 잃어버린 지 오래"
“롯데, 복합쇼핑몰로 상행협약 파기…최후통첩 보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비율, 중견기업은 4.3% 대기업은 32.9%"
2015-08-30 10:48:05 2015-08-30 10:48:05
‘갑질 논란’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경각심을 일깨웠던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발족된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가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에서 재벌개혁을 핵심 의제로 다룬다. 이와 함께 전국 시·도당별 위원회로 그 외형을 넓혀, 사회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을의 외침’에 귀 기울이는 동시에 조직을 보다 구체적으로 체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년간 을지로위원회는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거래, 유통재벌의 골목상권 침범, 대기업의 비정규직 간접고용 등 사회적 약자인 ‘을’을 대변해 ‘갑’의 횡포에 맞서왔다. 관행으로 치부되던 을의 문제를 공론화하는 등 일정 부문 성과도 있었지만, 본질적 문제 해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을지로위원회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불법채권추심방지법 ▲백화점·대형마트 납품업자 보호법 ▲파산자보호법 ▲약탈적대출규제법 ▲이자제한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노동시간단축법 ▲특수고용기본권보호법 ▲학교 비정규직 보호법 등 산적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19대 국회 임기 막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남은 과제와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는 지난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됐다.
 
우 의원은 서울시의원을 거쳐 지난 2004년 17대 총선을 통해 여의도에 첫 발을 들였다. 18대 총선에서 낙선의 쓴맛을 본 뒤, 2012년 19대 총선에서 49.7%의 득표율로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하는 동시에 당내 핵심기구인 ‘을지로위원회’를 맡아 을(乙)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이 28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국정감사 핵심 의제로 재벌개혁을 다루겠다고 말했다 . 사진/뉴스토마토
 
- 을지로위원회, 그간의 활동을 평가한다면.
 
남양유업 사태를 계기로 시작한 을지로위원회는 미니스톱과 배상면주가, CU편의점, 롯데마트, CJ제일제당 등 본사와 점주(가맹점) 간의 크고 작은 합의와 피해 구제를 이끌어냈다. 또 1000만명에 달하는 비정규직 문제를 다루고 있는데 노동시간, 산업재해, 정리해고 등에 있어 진척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쉬운 게 사실이다.
한편으로 미약하나마,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의 해고문제를 전원 복직하도록 해결했다. 또 열악한 노동조건과 안전 사각지대에 있던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와 C&M 케이블 노동자,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근로조건 개선과 부당해고 문제를 해결하는 성과를 냈다.
입법 성과로는 상가임대차보호법과 가맹사업법 개정안, 이자제한법, 대부업법, 채권추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공정거래법도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을 완화하는 법률은 통과됐지만, 여전히 을을 위한 법안들이 산적해 있어 어려움이 크다.
 
- 지난 2년여 동안 을지로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서민들을 위한, 을들을 위한 법안의 입법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부분이 아쉽다. 최근 공공기관과 지자체가 적정임금을 줄 수 있도록 한 생활임금법도 통과 직전에 있으나, 새누리당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몽니를 부리고 있는 탓에 시일이 걸리고 있다. 이외에 우리사회 을들을 살리기 위한 주요 입법인 ▲중기·중소상인 적합업종 특별법과 대리점보호법 ▲상가임대차보호법 추가개정 ▲복합쇼핑몰 규제 관련 법안 등을 해결해야 하는 숙제가 있다.
당 내에서도 을지로위원회 활동에 공감하는 기류는 높지만, 위원회의 활동 방식과 가치 지향을 당 전반으로 확산시켜 당을 바꾸는 혁신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이로 인해 을지로위원회의 입법 과제와 예산을 최우선으로 처리하지 못하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당 내·외로 접근해 새정치민주연합이 진정한 을을 위한 정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초기보다 우리가 접촉하는 을들의 대상이 넓어지고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진 만큼 을지로위원회가 더욱 힘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지난 8월24일 진행된 '중소 자영업자 카드수수료 1%법 토론회'에서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중소 자영업자들에 대한 카드 수수료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우원식 의원실
 
- 롯데 사태로 재벌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재벌들은 그동안 일감몰아주기로 그들만의 성을 높이 쌓고, 중소기업 쥐어짜기에 몰두해왔다. 이로 인해 고용 여력을 갖고 있는 중소·중견기업들은 하루가 다르게 몰락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평생 가꿔 기술을 개발한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기술을 탈취당하면서 중소기업은 하청업체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재벌 2·3세는 창업주의 기업가 정신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서민들이 애써 지켜온 동네빵집과 동네 옷가게를 잠식하는 데 자신들의 부를 남용하고 있다. 대기업이 동네에까지 들어와서 백화점과 마트, SSM, 복합쇼핑몰을 통해 지역상권을 초토화시키고 있다. 전국 월 100만원 이하를 버는 자영업자가 58%라는 수치는, 자영업자들이 유통재벌에 의해 침탈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는 지표다.
더는 늦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일전에 롯데를 비롯한 유통기업들과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골목상권을 침해하지 않고, 재래시장 보호에 앞장서겠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현재 복합쇼핑몰을 제일 앞장세우고 있는 기업이 롯데다. 상생협약을 파기한 것으로, 현재 최후통첩을 보낸 상황이다. 또 관련 법안에서 복합쇼핑몰에 대한 부분들을 허가제로 바꾸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올 연말까지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 
 
- 국감을 앞두고 재벌 지배구조 개혁, 경제민주화 등에 대해 준비 중인 것이 있나.
 
재벌 지배구조의 정의를 세우는 일과 동시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당면 과제가 있다. 우리사회를 극단적인 양극화로 내몰아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무너뜨리는 재벌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탈,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양산을 방지할 개혁적 조치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비율의 경우 300인 이상 500인 미만 기업은 4.3%인 반면, 1만명 이상을 고용하는 대기업들은 32.9%다. 재벌들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온상이자, 주범임을 보여주고 있다. 재벌이 간접고용 비정규직 고용 양산을 통해 누려온 초과이득을 자신들의 곳간에 차곡차곡 쌓는 사이, 노동자들은 주머니가 텅텅 비어 국가경제 전체로는 내수 선순환 구조가 무너져 내리고 있다. 30대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2009년 250조원 정도에서 최근 700조원까지 늘어난 것이 이를 반증한다.
비정규직 문제의 주범이 재벌 대기업이다. 실질적으로 전체임금이 늘지 않는 주요 원인이 재벌에게 있다. 재벌들이 국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약탈적 행위를 중단케 하는 게 중요하다. 기술개발을 통해 외국에 나가 경쟁해 글로벌 기업이 되라고 했더니, 되려 중소기업, 골목상권을 침범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는 내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마지막 열리는 국정감사다. 재벌개혁을 화두로 놓고 골목상권 침탈, 재벌 대기업의 간접고용 비정규직 남용 문제를 가장 중요한 의제로 다룰 생각이다.
 
- 동반성장위원회는 민간기구여서 재벌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제지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다. 동반위의 역할 강화를 위해 어떤 방안과 대책이 있나.
 
현장에서 만난 소위 '을'이라고 하는 중소 상공인 분들은 한결 같이 동반성장위원회가 재벌 대기업의 무분별한 경제력 남용을 억제하고 상생방안을 모색하기보다 대기업 면죄부 발급에 더 앞장서고 있다고 한탄한다.
먼저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을 보면, 지난 2월 동반위는 문구 소매업의 적합업종과 관련해 학용 문구 매장규모 축소와 신학기 학용 문구 할인행사 자제 등을 골자로 하는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애초에 상인들의 요구안이었던 '판매품목 제한'에서 대폭 후퇴한 안이다. 상인들은 동반위가 그 과정에서 대기업의 논리만을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상인들은 "동반위가 적합업종협의체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학용품 시장의 구조와 대형마트로 인한 동네 영세 문구점들의 피해 주장을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대형마트가 동네 문구점 붕괴의 원인을 ‘학습준비물 지원제도’라고 주장한 것을 그대로 수용해왔다"고 지적했다.
학습준비물 지원규모는 연간 900억원에 불과한데, 대형마트 3사의 문구류 총 매출은 연간 2500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동반위는 골목상권 붕괴의 원인이 학습복지에 있다는 대기업의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마저도 '자율적으로 시행한다'는 단서를 달아 스스로 그 실효성마저 폐기하고 말았다.
 
- 19대 총선 당시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골목상권 침해에 대해 강력히 제재하겠다고 했으나, 결과는 회의론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9대 총선 때부터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를 강화해 대기업의 무차별적인 사업 확장을 방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동반위의 합의내용에 대해 대기업이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에 대한 제재 조치를 강화하고 처벌하는 근거를 만들겠다는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나 그 결과물 중 하나인 중소기업 적합업종 특별법은 여전히 정부·여당의 반대로 계류 중이다. 심지어 안충영 동반위원장은 취임사에서부터 "중기적합업종은 무리하게 법제화하지 말아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특별법을 두고 각계의 의견이 다를 수 있고, 논의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동반위의 결정대로 권고안을 받아들이거나, 제가 발의했던 유통법 개정안과 같이 지자체별로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지역특색에 맞는 품목 제한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한다면 어느 정도는 동반성장을 위한 노력이 실현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대기업·유통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600만 자영업자의 몰락을 외면하고 있다. 누구 하나 중소 상공인들의 생존권을 놓고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때문에 야당에서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특별법을 비롯한 다양한 시도를 멈출 수 없다는 생각에 을지로위원회를 전국 시·도당별 위원회로 확장한 것이다.
 
김영택·김상우 기자 theexod@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