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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중국 경기둔화에 요동치는 세계 무역
위안화 절하로 각국 수출 기업에 빨간불…환율전쟁 위험도 있어
2015-08-30 15:27:06 2015-08-30 15:27:06
중국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증시가 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년간 150% 넘게 급등한 상하이 종합지수는 지난 6월 들어 한달 동안 30% 가까이 급락하더니, 지난 주말에는 4.82% 상승세로 마감했다. 롤러코스터를 연상시키는 등락세다. 중국 증시의 높은 변동성은 다른 나라에까지 영향을 미쳐 세계 금융권에 대혼란을 불러왔다. 중국발 쇼크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맞물리면 전 세계에 2008년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시련이 찾아올 것이란 전망도 대두됐다. ‘세계 경제 9월 위기설’이란 용어가 나온 것도 이 무렵이다. 9월 위기설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마르고 중국 경기 둔화로 교역량이 급감할 것이란 불안감이 깔려있다. 특히 세계 최대 무역국인 중국이 수입을 줄이면 각국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크다.
 
◇위안화 평가 절하로 각국 무역에 빨간불 
 
중국 경기 둔화 여파로 각국 수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위안화 평가 절하를 계기로 중국 수출·수입 감소세가 재 부각된 탓이다. 이달 초부터 지금까지 달러당 위안화 가치는 3% 넘게 하락했다. 위안화 가치까지 내려가면 경쟁 입장에 있는 다른 국가 기업들은 손해를 본다. 중국과 비슷한 경쟁 관계에 있는 국가의 가격 경쟁력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위안화 가치가 내려갈수록 세계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 가격은 더 저렴해지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원·위안·환율이 5% 하락하면 한국의 총수출은 3% 가량 감소한다.
 
중국이 경기 둔화 여파로 씀씀이를 줄인 터라 각국 정책 입안자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졌다. 앞서 중국 해관총서는 올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중국의 수입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14.6% 감소했다고 밝혔다. 액수로 따지면 2866억1000만달러가 줄어든 셈이다. 중국이 수입을 줄이면 무역 파트너 국가의 수출액은 감소하기 마련이다. 세계 최대 무역국이 수입을 줄인다는 것은 다른 나라의 경상수지가 악화된다는 말과 같다. 이는 각국 국내총생산(GDP) 감소로 이어져 세계 경제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영국 매체 가디언은 나라별로 대중국 수출이 14.6% 줄었다고 가정하고 손실분을 계산해 보았다.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은 119억90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 총 GDP의 0.1%에 해당하는 규모다. 수출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만큼 미국이 받는 타격은 미비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GDP의 1.0%가 사라져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기록하고 기계 산업이 크게 위축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과 더불어 호주도 중국발 쇼크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의 경우 대중국 수출이 줄면 GDP의 1.7%나 증발했다. 이는 주요 18개 국가 중 최고 수준으로 호주의 중국 의존도가 그만큼 높았다는 뜻이다. 중국은 호주 원자재 수출의 25%를 담당하고 있다. 호주는 지난 몇 년간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국가들이 원자재를 많이 사줘서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는데,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든 탓이다.
 
러시아, 브라질도 호주와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 러시아는 중국에 원유와 천연가스를, 브라질은 철광석과 원유를 제공한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것도 힘든 데, 중국 수출까지 줄면 양국은 재정 운영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유럽연합(EU)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양측이 경제 분야에서 유의미한 공조를 이룬 것은 지난 2000년대 초반 이후다. 중국은 EU와의 관계를 통해 미국을 견제하는 한편, 경제적 실익을 극대화하려 했고 EU는 중국 13억 소비시장을 선점하려 했다. 이런 이해관계가 통한 덕분인지 양측의 공조는 활발하게 이어졌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중국이 채권 포트폴리오를 다양하게 구성하기 위해 유로화 표시 채권을 사들이면서 양측 관계는 더 진전했다. 그 후 2009년 중국원양운수집단이 그리스 피레우스 항에서 35년간 2개 터미널을 사용할 수 있는 허가권을 얻으면서 양측 간 통상교역은 큰 탄력을 받았다. 그 결과 현재 중국과 EU 간 하루 교역량은 10억유로가 넘을 정도로 확대됐다. 그러나 이번 위안화 절하를 계기로 수년간 이어진 경제 공조가 주춤해질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특히 영국과 독일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중국은 영국에게 6번째로 중요한 수출 시장인 데다 유럽연합(EU) 내 국가들과의 협상력을 높여주는 핵심 수단이다. EU와의 무역협상이 지지부진하면 중국 카드로 상대를 압박할 수 있었는데, 중국 수요가 대폭 줄어서 이제는 그마저도 어려워졌다. EU 대중국 교역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독일도 중국 수요 둔화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영국과 독일은 자동차와 기계장비 분야에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 대륙도 중국발 쇼크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중국은 아프리카 최대의 무역 파트너다. 이런 중국이 경기 둔화에 통화가치 하락을 경험하고 있어 수익이 급감하게 생겼다. 미국의 싱크탱크 브루킹스 연구소는 남아공(금, 와인)과 앙골라(원유), 잠비아(구리)의 대중국 수출이 크게 후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유와 철광석 등 원자재 수출이 줄어드는 것 또한 문제로 지목됐다. 아프리카 투자가 위축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도 나왔다. 브루킹스 전문가들은 중국의 아프리카 투자 증가율이 1% 포인트 줄어들면 사하라 이남 지역의 수출 증가율도 0.6% 떨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투자 유입이 끊기면 기반 시설과 생산 공장을 짓지 못해 수출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다만 아프리카의 경우 중국 물건을 대량으로 수입해 다 쓰는 에티오피아, 케냐, 모잠비크와 같은 국가들은 위안화 절하 특수를 누릴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물건값이 싸지면 그곳 서민들의 생활이 개선될 여지가 생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중국 투자가 줄면 재정적자와 유가 하락, 안보문제란 삼중고를 겪고 있는 아프리카에 더 큰 시련이 찾아올 것이란 전망이 대다수다.
 
◇중국 경기 둔화·환율전쟁 위기 부각  
 
중국 수입이 위축된 가운데 수출마저 부진한 상태라 중국 경기 둔화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었다. 세계 각국 또한 위축 국면에서 중국 물건을 예전보다 적게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7월 중국의 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8.3%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결과는 수출이 더 이상 중국 경제를 견인할 수 없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줬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올해와 내년에도 암울한 분위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컨센서스 이코노믹스는 오는 4분기 중국 경제가 5.3%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이 6.8% 성장하는 선에서 마무리할 것이라고 점쳤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28일 내년 중국 성장률을 기존 6.5%에서 6.3%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목표로 한 7.0% 성장률에 한참 밑도는 수치다.
 
중국 경기 둔화 소식도 벅찬데, 환율전쟁이 격화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돌고 있다.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를 시작으로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자국 통화 절하 대열에 합류할 것이란 지적이다. 중국이 금리인하를 추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어 환율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은 더욱더 높아졌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28일 보고서를 내고 중국이 내년 초까지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몇몇 전문가들도 이 견해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는 “중국이 체리를 베어먹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조만간 중국의 추가 완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통화완화로 선진국 금리 인상 시점 늦춰져  
 
이처럼 중국이 세계 경기 둔화와 환율전쟁을 자극하고 있다는 시각만 있는 게 아니다. 중국 통화 완화 조치를 좋게 여기는 시각도 존재한다. 우선 미국과 영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뒤로 연기해 유동성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중국 사태가 벌어지기 전만 해도 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은 이달로 예상돼왔다. 그런데 이제 이 예상은 점점 힘을 잃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미국 금리인상 시점을 올 9월에서 내년 3월로 수정했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도 그간 머지않아 금리를 올리겠다고 공언해왔는데, 이제는 그 시점이 내년 초로 밀려났다.
 
아울러 중국 경기를 둘러싼 우려가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 마크 윌리엄스 캐피탈이코노믹스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중국 지표를 보면 긍정적인 결과물이 더 많다”며 “중국은 여차하면 추가 부양책을 벌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중국 원자재 수입 감소로 인한 가격 하락이 세계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란 분석도 제기됐다. 필립 바에슈터 나타시 어샛 매니지먼트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낮아진 유가는 유럽 소비심리를 키워 구매력을 높이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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