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중 은행산업의 경영실적을 보면 대내외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의 회복세를 여전히 이어갔다.
국내은행 기준으로 2015년 상반기 순이익은 4조30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에 비해 6000억원이 증가했으며,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2013년 2.69%를 저점으로 2014년 4.05%, 2015년 상반기 5.43%로 개선됐다.
연체율도 2013년 0.76%에서 2015년 6월말 0.61%로 레벨다운되고 부실채권비율도 하락세를 보이는 등 건전성도 비교적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수치상으로는 은행산업이 회복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은행산업에서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몇 가지 지표가 있다.
바로 순이자마진(NIM)과 구조적 이익률이다. 은행은 예금과 대출금리의 차이인 예대마진을 수익 원천으로 하는데 이를 나타내는 순이자마진의 하락세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큰 문제이다.
최근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은행의 대출증가율이 커지고 있으나 가격 변수인 순이자마진이 하락하면서 이자이익이 계속 줄어들기 때문이다. 순이자마진은 2010년 2.4%에서 2015년 상반기 1.6%로 하락했는데, 제로금리인 미국과 일본 대형은행의 순이자마진이 각각 3.1%, 0.9%인 점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또한 은행의 구조적 이익률도 2010년 1.02%에서 2014년 0.81%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구조적 이익률은 이자이익과 수수료이익의 합에서 판관비를 빼고 총자산으로 나눈 개념이다. 유가증권 매매이익 등 1회성 요인을 제외한 이익을 기준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은행산업의 근원적인 수익창출 역량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다.
이러한 지표들이 실물경제의 부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앞서 살펴본 일시적인 수익성 개선효과를 기조적인 회복으로 인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착시현상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
더욱이 급변하는 대외 금융환경의 변화, 저성장·저금리 현상의 장기화, 은행 간 경쟁 체제 유도 등을 생각하면 은행산업에 대한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우선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및 경기 둔화 등과 같이 대외 금융환경이 여의치 않을 뿐만 아니라 9월 경제 위기설도 제기되고 있어 금융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은행 실적이 다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순이자마진의 하락세를 유도할 것이다.
물론 속도는 다소 둔화될 수 있으나 상승세로의 전환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또한 대내적으로 보면 6월말 현재 113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대기업의 구조조정 가능성, 2%대의 낮은 성장률 등이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은행들이 대기업 대출을 줄이면서 중소기업 특히, 자영업자에 대한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데 경기 회복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새로운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은행산업의 경기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부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연체율과 부실채권비율이 낮아 건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소규모 개방경제는 대내외 금융환경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한순간에 어려워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한편, 정부에서 금융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복합점포, 인터넷전문은행, 계좌이동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보험슈퍼마켓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여 은행 간 경쟁을 촉진시키고 있다. 경쟁은 시장의 효율성을 제고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금융회사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무형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은행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인식될 수 있으나 현재 추진 중인 금융개혁의 효과가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금융회사들이 정책 목표를 제대로 이해하고 취지에 적합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은행입장에서 기회와 위협요인이 공존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전략적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저성장·저금리 현상이 장기화되는 가운데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향후 은행산업의 성장 동력은 빠르게 약화될 것이다. 은행산업의 위기 가능성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결국 은행들은 위기 상황에 대한 대응책을 미리 준비하고, 단기적인 수익보다 조금은 멀리보고 체질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정희수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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