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세월호' 선장 이준석(70)씨의 상고심 사건 주심이 대법원 제1부의 김소영(50·사법연수원 19기) 대법관으로 결정됐다.
대법원은 이씨의 상고심 사건에 대해 김 대법관이 주심을 맡게 됐다고 28일 밝혔다. 대법원 1부는 김 대법관과 이인복, 김용덕, 고영한 대법관 등 4명으로 구성돼있다.
주심 대법관은 재판진행과 판결문 작성 등을 주도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 대법관은 경남 창원 출신인 김 대법관은 정신여고, 서울대를 졸업하고 제29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0년 판사로 임관했다. 여성 판사로는 처음으로 법원도서관 조사심의관, 지원장, 법원행정처 총괄심의관 등을 역임했다. 이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전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낸 뒤 2012년 11월 대법관에 취임했다.
앞서 이씨는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승객들에게 퇴선명령을 내리지 않고 먼저 탈출해 수많은 인명 피해를 낸 혐의로 기소됐다. 세월호 사고는 사망자 295명과 실종자 9명 등 304명이 희생된 사상 최악의 인명사고로 기록됐다.
이 사건은 하급심(1·2심)에서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부작위(不作爲)'에 의한 살인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유기치사상, 업무상과실선박매몰, 해양관리법 위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하고 법정최고형인 징역 36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선원들의 진술과 무전 교신 내용 등을 근거로 이씨가 탈출하기 전에 2등 항해사에게 퇴선 명령을 내린 사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2심은 그러나 살인죄를 인정하고 이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사고 전후의 정황과 피고인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퇴선명령이 실제로는 없었다고 판단하고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인명 구조 조치를 결정할 수 있는 법률상·사실상 유일한 권한과 지위를 가진 이씨의 구호조치 포기와 승객 방치 및 퇴선행위(부작위)는 살인의 실행 행위(작위)와 같게 평가할 수 있다"며 "퇴선 지시를 했다면 근처 선박들에 구조 요청을 하고 나중에 승객들의 퇴선을 확인했을 텐데 그런 조치도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징역 5~20년을 선고받았던 다른 선원들은 항소심에서 징역 1년6월~12년으로 모두 감경됐다. 선장의 지휘에 따라 행동한 것이라 큰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부상당한 동료 조리원 2명을 방치하고 탈출한 기관장 박기호(54)씨는 1심에서 유일하게 살인죄가 인정돼 징역 30년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은 살인죄를 무죄로 판단해 징역 10년으로 감형했다.
만약 원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대형 사건·사고에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인정되는 첫 사례가 된다.
지난 1970년 여객선 남영호 침몰사고 때 검찰이 선장에게 살인죄를 적용했지만 법원은 과실치사죄만 인정해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1995년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때에도 과실치사죄만 적용됐다.
대법원은 일반적으로 대법관 4명으로 이뤄진 '소부'에서 사건을 다루고, 소부에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거나 판례변경이 필요한 사안을 회의를 통해 대법관 13명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넘긴다. 따라서 이번 사건이 전원합의체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대법원 내부에서도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한 대법원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파장이 큰 사건이고 판례 변경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전원합의체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또 다른 대법원 관계자는 "기존 판례가 적용될 가능성도 있어서 법리적으로 볼 때 전원합의체로 갈 가능성은 낮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사건이 대법원장과 대법관 3명 등 4명으로 구성된 '전원합의체 소위원회'(소위)에서 논의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해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는 이날로 500일을 맞았다.
지난 4월 28일 오전 광주고법에서 이준석 선장 등 세월호 선박직 승무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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