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 채권단이 27일 매각가격 결정을 위한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끝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금호산업 지분 0.5% 이상을 보유한 채권단 22개 기관이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관에서 개최한 긴급회의는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1시간여만에 종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이날 회의에서 매각가를 합의한 뒤 이르면 28일에 매각가를 부의해 결정하고 우선협상대상자인 박삼구 금호아시나그룹 회장에게 최종 통보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당 5만원 이상의 매각가를 주장하는 미래에셋 등 일부 재무적투자자(FI)와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가격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호산업 채권금융기관협의회 실무책임자 회의에서 참석자들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이번 긴급회의에서 매각가 도출에 실패했다. 사진/뉴스1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25일까지 채권단으로부터 매각희망가를 제출받았다. 이날 회의는 제출받은 가격에 대한 설명과 함께 채권단의 희망 매각가 산출을 위해 마련됐다.
당초 채권단은 회계법인이 산정한 주당 3만1000원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어 주당 5만9000원에 금호산업을 매각한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경영권지분(50%+1주) 인수를 위해서는 1조200억원이 필요했다.
하지만 매각가로 주당 5만9000원을 주장했던 미래에셋이 최근 산은에 주당 5만원까지 낮추겠다는 의향을 밝히면서 매각가 결정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추측이 있었다. 주당 5만원이면 경영권 지분 매각가는 총 8660억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앞서 박삼구 회장은 경영권지분(50%+1주) 인수가로 주당 3만7564원인 6503억원을 희망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4월 본입찰이 유찰됐던 호반건설이 제시했던 매각가 6007억원(주당 3만907원) 보다는 22% 높은 가격이었으나 채권단의 구미를 당길 만큼의 가격은 아니었던 것이다.
일부 채권금융기관은 신속한 매각을 위해 7500억~8000억원 수준에서 매각가를 결정하자고 이야기하기도 했으나 재무적 투자자들은 이에 대해 거부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서 가격합의를 도출하지 못함에 따라 당초 9월초 최종 의결하려던 매각가 산정 일정도 미뤄질 전망이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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