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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중국 경제, 통계마사지 대안 '커창지수'도 먹구름
리커창의 실물경기파악 지표…잇따른 부진에 기준 바꿔야 주장
2015-08-27 13:20:30 2015-08-27 13:21:22
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이 꺼졌다. 2000년대 10% 안팍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던 중국은 지난해 7.4%로 아시아 금융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가장 더딘 성장을 했다. 올해에는 정부의 목표치인 7% 달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뉴노멀'이라 칭하며 경제 구조개혁을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고 설명하지만 중국 경제의 앞날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각은 대체로 비관적이다.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발표됐던 지난달 중순에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1분기에 이어 정부의 목표치인 7%에 간신히 턱걸이를 했지만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기관에서는 통계의 신뢰도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전력 생산이나 자동차 판매 등 다른 경제 지표들을 통해 유추해보면 5%에 불과할 것이란 지적이다.
 
◇리커창 총리가 주목하는 경제 지표들로 구성된 '커창지수'는 GDP의 신뢰도를 가늠할 수 있는 기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6월 프랑스 파리를 방문한 리커창 총리의 모습.(사진=뉴시스/AP)
 
중국의 통계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의 통계는 너무 잘 나와도, 너무 못 나와도 "이상하다"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이는 중국인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리커창 총리가 랴오닝성 당서기 시절 당시 주중 미국 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지방 정부가 산출한 국내총생산(GDP) 지표는 인위적으로 조작된 흔적이 있다"며 "믿을 수 없다"고 말한 것은 매우 유명한 일화다. 리 총리는 경제를 평가하기 위해 전력사용량과 철도화물운송량, 은행 대출 등의 지표를 살핀다고 덧붙였다.
 
◇커창지수, 경제 민낯 알 수 있는 지표
 
리커창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을 토대로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10년 '커창지수(Keqiang Index)'를 고안해 냈다. 중국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전력, 물류, 금융 지표에 경제 구조의 특성을 고려한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하는 커창지수로 중국 경제의 동향을 충분히 파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커창지수와 GDP 성장률의 변동 추세를 비교해보니 커창지수의 상하변동폭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나타났을 뿐 전반적인 흐름은 일치했다. 산출 과정에서의 개입 여부를 알 수 없는 GDP보다 지표별 담당 부처가 존재하는 커창지수가 진실성면에서는 더 공신력이 높을 것이란 의견도 뒤따른다. MSCI 중국지수의 수익률을 예측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커창지수가 중국 경제의 민낯을 더 잘 확인할 수 있는 지표로 주목받는 배경이다. 시티그룹은 "커창지수는 정부가 발표하는 GDP보다 중국 경제의 실제 상황을 보다 잘 반영하고 있다"며 효용성을 인정했다. 
커창지수는 산업용 전력 생산량과 철도 화물운송량, 중장기 은행 대출 증가율에 각각 40%, 25%, 35%의 가중치를 부여해 계산한다. 농업이나 서비스용을 제외하고 2차 산업 중심으로 집계되는 전력사용량은 산업생산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전력 사용 현황을 통해 공장 가동률을 파악해 경제가 얼마나 활발하게 돌아가는지를 알 수 있다. 철도운송량은 물류의 바로미터다. 화물 운송에서 철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중국 전체 사회융자에서 간접 융자가 84%를 점유하고 그 중 절대 다수를 은행 대출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은 대출 잔액을 통한 시장 신뢰도를 평가할 수 있는 근거다.
 
◇커창지수로 본 경제 전망 '암담'
 
2분기 중국 경제가 7% 성장을 한 것을 두고 국가통계국은 "중국 경제가 안정적인 속도로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 구조개혁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는 만족스런 평가다. 그러나 커창지수로 본 중국 경제는 먹구름이 가득했다. 6월말 기준 철도 화물 운송량은 전년 동기대비 11.7% 급감했고 산업용 전력사용량은 2.8% 증가에 그쳐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쳤던 2009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국의 컨설팅기업인 페이덤은 이를 토대로 중국의 실질 성장률이 7%가 아닌 3.1%에 그칠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을 제시하기도 했다.
 
GDP의 신뢰성을 평가하는 기준인 커창지수가 부정적으로 나타나며 "합리적인 구간에서 성장하고 있다"는 중국 정부의 자신감은 무색해졌다. 경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라 커창지수의 적합성이 떨어진다는 옹색한 해명이 뒤따랐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중국 경제는 산업 고도화가 진행 중이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커창지수가 효과가 없다는 지적을 반박했다. 중국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이전보다 줄어들었고, 제조업 내부에서도 첨단 산업의 역할이 커지고 있어 조정이 필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인민일보는 우선 중국 경제의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산업 고도화로 인한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 성장에서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제조업을 넘어섰기 때문에 제조업 중심의 커창지수로는 경제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 주된 주장이다. 실제 중국의 서비스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처음으로 제조업을 뛰어넘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서비스업은 GDP의 49.5%를 점유했다. 전년 같은기간 대비 2.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왕이밍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부서기는 "과거 철도운송량이나 전력사용량으로 경제 동향을 파악했던 것은 제조업의 성장 기여도가 컸기 때문"이라며 "서비스업의 빠른 발전 등 경제 구조 변화를 모두 반영하지는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제조업의 중심이 중화학 공업에서 IT·첨단 산업으로 옮겨가는 것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됐다. 에너지 소모가 적은 하이테크 산업이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며 자연스레 전력 사용량을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또한 최근 몇 년 사이 신규 고속도로 건설이 늘어나고 항공 운송 빈도가 높아진 점은 철도화물운송량으로 경제의 활력을 측정하기 부족하다는 의견에 힘을 싣는다.
 
◇실업률·가계소득·환경 반영한 '커창지수2.0'
 
이 때문에 중국 경제의 질적인 측면이나 효과를 제대로 알 수 있는 보다 실질적인 지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통계의 기준도 달려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4월 리커창 총리가 경제 전문가와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실업률, 가계소득, 환경오염' 등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한 점에 전문가들은 주목한다. 실업률이나 가계소득이 사회 안정 도모에 기여를 할 뿐 아니라 소비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기 때문이다. 소비주도형 경제로 체질을 개선 중인 중국이 간과할 수 없는 지표다. 리커창 총리는 "국가 경제의 건강한 정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지표가 필요하다"며 "실업률과 가계소득, 환경지수로 본 중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미 '커창지수2.0'이라고 칭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통계의 신뢰도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대표적인 것이 실업률인데, 2014년 도시지역 실업률은 4.09%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의 4.26%와 별반 차이가 없다. 경제 상황이 어떻든 중국의 실업률은 줄곧 4.0~4.3% 수준으로 집계돼 온 것이다. 포춘지는 "중국의 실업률이 4%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일침했다. 포춘은 최근 상하이재경대학과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공동 연구 결과를 인용해 중국의 실업률은 최소 6%에서 최대 14%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미국을 포함한 왠만한 고소득 국가들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일본의 노무라증권은 "지표의 신뢰성만 보장된다면 실업률은 경제 정책을 예측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현 상황에서는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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