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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계약해도 2년 뒤 재계약 공포
통계 보다 체감 상승폭 더 커…전세입자 "재계약은 꿈도 못꿔"
2015-08-23 11:00:00 2015-08-23 11:00:00
올초 결혼을 하면서 경기 남양주 지금동에서 2억4000만원을 주고 전용면적 85㎡ 전셋집을 마련한 김모(남·36세)씨는 벌써부터 2년 뒤 전셋값 마련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같은 아파트 같은 면적대 전셋값이 불과 5개월 사이 3000만원이나 오른 2억7000만원까지 가격이 뛰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맞벌이로 매월 500만원 넘게 벌고 있지만 전셋집을 얻을 때 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 이자를 내고, 생활비 등을 충당하면서 2년 뒤 올라있을 전셋값 마련은 꿈도 못꾸는 상황"이라며 "부모님을 모시고 있어 면적을 줄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벌써 재계약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장이 서울 여의도인데 지금도 1시간 이상 걸리는 상황인데 전셋값이 이렇게 계속 오르면 어쩔 수 없이 더 외곽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도 남양주의 한 아파트 단지. 이 아파트 85㎡ 전셋값은 5개월 사이 3000만원이 올랐다. 사진/김용현 기자
 
이는 비단 김 씨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공급부족으로 전셋값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수도권 곳곳에서 전세입자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23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4.17%로 지난해 같은 기간 상승률 3.09%를 크게 웃돌았다. 2억원짜리 전세 아파트라면 6개월 사이 834만원 가량이 올랐다는 얘기다.
 
세입자들이 실제로 느끼는 전셋값 상승은 통계보다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새 아파트 공급이 계속되고 있는 김포 한강신도시의 경우 올해 초 2억원~2억2000만원 사이였던 반도유보라2차 59㎡는 최근 2억4000만원~2억5000만원 선에 전세 계약이 이뤄지고 있다. 또, 경기 동북부인 구리시 교문동 우성아파트 85㎡ 전셋값은 올해 초 2억6000만원이었지만 이달 들어 4000만원이나 오른 3억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특히, 하반기 들어서도 전셋값 상승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여름철 비수기이자 하반기 첫 달인 지난 달에도 전셋값은 0.72%나 오르며 지난 2011년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은 7월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다. 사실상 정부는 손을 놓고 있어 코 앞으로 다가온 가을 이사철 전세시장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고 있다.
 
N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 정부의 전세대책은 대출을 더 쉽게, 더 많이 받을 수 있게 한 것이 전부였고, 오히려 전셋값 상승세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최근 내놓은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도 서민이 아닌 중산층을 위한 주택공급이어서 전세난 해결에는 역부족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전문가 역시 "저금리에 가계부채 관리방안, 수도권 재건축 이주 수요 등 하반기 전세가격 인상 요인들이 많아 전세시장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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