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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공단50년)김준용 구로공단사업회 실행위원장 "여공들의 헌신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 없어"
2015-08-05 16:08:00 2015-08-05 16:08:00
"지금 우리나라가 이정도 살게 된데는 1970~80년대 노동자들의 헌신이 토대가 됐습니다. 우리 사회가 당시 고생했던 사람들을 위로하고 인정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준용 구로공단역사기념사업회 실행위원장. 사진/최한영 기자
김준용 구로공단역사기념사업회 실행위원장(사진)은 5일 "중학교만 졸업하고 상경해 주경야독 했던 여성노동자(여공)들을 비롯해 과거 구로공단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행복한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30년 전 현대사의 중요한 흐름을 바꾼 사건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1970년대 말 청계피복노조 대의원 활동을 했던 그는 군 제대 후 1982년 11월 대우어패럴에 취업했다. 회사의 감시와 방해를 뚫고 1984년 6월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노조위원장에 오르지만 1년 후 경찰에 연행, 구속된다. 이에 항의해 대우어패럴 뿐만 아니라 인근 효성물산, 가리봉전자 등의 노동자들이 연대투쟁에 나서자 당시 정부는 43명을 구속했다. 해고자 수도 2000명을 넘었다. 한국전쟁 후 최초의 동맹파업이라 불리는 '구로공단동맹파업'이다.
 
김 위원장은 당시 파업이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질적으로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기 문제가 아닌 사회문제, 다른사람의 문제로 싸운 것은 구로동맹파업이 해방 이후 처음이었다"며 "노동3권 보장, 구속자 석방 등을 요구한 것은 이전까지 엄두도 내지 못했던 일"이라고 밝혔다. 지방에서 학생들도 데모에 참여하고 해외 언론에도 보도되는 움직임 속에 노동자 인권을 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계기도 됐다고 언급했다.
 
이후에도 한동안 노동운동에 전념했던 김 위원장은 신계륜 의원 보좌관,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 등으로 일하며 우리사회의 협력·상생방안을 고민하기도 했다. 현재는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있으며 정부에 소상공인 등 사회 약자들의 지원방안을 지속 건의하고 있다.
 
구로공단파업을 비롯해 산업화시기 구로공단의 모습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드는 밑바탕이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이를 감추고 싶은 과거로 치부하는데 대해 김 위원장은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당시 여공생활 했던 분들 중 상당수가 사실을 감춥니다. 손가락질 받았던 것에 대한 한이나 수치가 남아있는 것입니다. 이들의 희생이 지금 대한민국의 발전으로 이어졌음을 바로 알리고 국민들이 인식전환이 일어나면 자긍심이 생기고 국가나 이웃을 사랑하는 것으로 이어질 것인데, 지금은 그렇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는 최근들어 우리 사회에서 파독광부나 간호사들의 공로를 인정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점을 예로 들며 구로공단 여공들의 희생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역군이라는 미명 하에 노동력을 착취당했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역사적인 의미가 인정된 적이 없었던 이들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념사업회가 만들어졌음을 강조한 김 위원장은 사업회가 국민화합을 이루는 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 그는 현재 노동운동이 대중이나 약자를 위한 것이 아닌 일부 주도세력 자체를 위한 운동이 됐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노동운동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고용문제 등을 해결하는데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권리를 지키려는데 머물러서는 안됩니다. 사회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소외된 사람을 품어주는 운동이 되어야 합니다."
 
아울러 최저생계비 인상 등을 위해 대중소기업간 상생과 협력을 통한 공정한 룰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를 통해 양극화나 청년실업과 같은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병리현상을 완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소기업들이 사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고 설사 실패해도 보호해줄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합니다. 과거 노동자처럼 사회 약자를 보듬어줄 수 있는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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