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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사태' 계기로 정치권 '재벌 개혁' 화두 다시 부상
새누리 "대기업 오너 일가 후진적 지배구조 손봐야"…새정치 '경제민주화 시즌2' 시동
'기존 순환출자 해소' 공정거래법 개정안…정부·여당 '개혁 진정성' 가늠자
2015-08-05 15:10:20 2015-08-05 15:44:31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계속되면서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야 할 것 없이 순환출자 등 재벌의 후진적 지배구조를 이번에 손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야권에서는 단순한 재벌개혁을 넘어 ‘경제민주화 시즌2’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5일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대기업 오너가 미미한 지분을 가지고 순환출자를 통해 대기업을 개인 회사인 양 좌지우지하는 것은 경제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 2년이 지난만큼 해당 기업들의 지배구조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면서 ‘재벌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긴급 당정협의’ 개최를 알렸다.
 
6일 열리는 당정협의에는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등이 참석해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문제점과 순환출자 및 공정거래법과 관련한 현황을 보고한다. 특히 재벌 총수 일가가 매우 적은 지분으로 전체 대기업을 지배하는 것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마련하는 문제도 의제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여당이 순환출자 등 재벌의 비정상적인 지배구조 문제에 집중한다면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전반적인 ‘재벌개혁’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의 화두였던 경제민주화를 다시 쟁점화한다는 복안이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재벌기업 가족간 다툼이 볼썽사납다”며 “재벌 경제체제가 더 이상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 아니라 성장을 저해하는 구조적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전근대적인 재벌 소유구조의 문제로, 총수 지분이 0.05%에 불과하고 친족을 다 합쳐도 2.4%인데도 황제처럼 기업을 지배하는 구조가 문제의 핵심"이라며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 대선 공약을 파기하거나 제대로 안 지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평소 재벌개혁에 목소리를 높여온 박영선 의원 역시 이날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롯데뿐만 아니라 현대와 삼성 역시 과거 비슷한 일이 있었던 사실을 언급하며 “재벌그룹이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지배구조의 문제”라며 “지배구조 불투명성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가 크다.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앞으로 경제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굉장히 취약한 포인트”라고 지적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날 국회에서 ‘재벌개혁을 위한 경제민주화 시즌2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서는 재벌 지배구조 문제와 개선책, 소액주주에 대한 비보호와 경영자·대주주 전횡 개선 대책, 정경유착 개선책, 대통령 재벌개혁 공약 불이행 등이 논의됐다.
 
한편 그간 재벌개혁에 소극적이었던 정부·여당이 롯데 사태를 계기로 돌연 ‘재벌때리기’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야권에서는 최근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 심학봉 의원 성추문 등으로 수세에 몰린 여권이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이와 관련해 새정치연합이 지난 2012년 7월 당론으로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관심이 모인다. 대기업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의 순환출자도 해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 법안은 여당의 소극적 태도 때문에 3년 가량 해당 상임위에서 표류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이 개정안에 어떤 태도로 나오는지가 재벌 문제를 비판하는 진정성을 가늠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일본에서 돌아온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 회장이 지난 달 28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취재진과 경호팀에 둘러싸여 입국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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