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기획)굴지의 건설사들도 임찰담합하면 살아남지 못한다
2015-08-03 16:39:19 2015-08-04 08:26:02
담합 건설사들이 입찰참가자격제한 조치에 대한 사면을 받기 위해 '읍소작전'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이같은 하소연이 섣불리 받아들여 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담합 건설사가 정부에 대한 소송에서 국회에 대한 읍소로 방침을 전환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8·15 특사 언급부터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특사 리스트가 판가름 나기 앞서 기획재정부가 입찰참가자격제한제도의 뿌리가 되는 국가계약법을 연말까지 개정한다고 밝히자, 건설사들이 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될지 여부는 더욱 불투명해졌다.
 
가뜩이나 이미지가 나빠진 담합 건설사에 대한 여론이 기재부의 이번 조치로 더 악화됐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담합 건설사에 대한 제재를 입찰제한 등 처벌적 제재에서 과징금 부과와 같은 경제적 제재 중심으로 전환한다는 내용이 골자로, 그간 담합 건설사들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 관급공사에서 부당 이득을 챙겨 온 건설사에 대해 제재를 완화해 준다면 정부도 '특혜'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간 건설사의 호소가 국가계약법 개정으로 해소되게 된만큼 건설업계 내외부에서도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굴지의 건설사들도 담합을 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을 공유, 담합이 더 이상 '상부상조의 미덕'이 아니라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건설사들은 입찰 담합에 대한 제재가 '과잉·중복' 돼 있다는 주장을 펼쳐 왔다. 현행법상 입찰 담합을 벌인 건설사에는 우선 공정거래법에 의거한 시정명령·과징금·임직원 검찰 고발 조치가 가해지고, 이에 더해 기재부 소관의 국가계약법 등에 따라 입찰참가자격 제한조치가 부과된다.
 
건설사들의 불만 제기와 관련해 공정위 관계자는 "법에 따라 집행했을 뿐"이라면서 "우리는 유럽과 미국의 두 방식이 혼합된 방식"이라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특히 이 가운데서도 향후 경영활동에 제갈을 물리는 입찰참가자격제한제도에 대해 강한 반발을 해 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이 제도에 따른 경제적 손실액이 지난해 주요 건설사 6개만 합쳐도 9조원에 육박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들은 또한 기재부의 국가계약법 개정조치가 그간 '과잉입법→범법→면죄부'식으로 이어져 온 후진국형 처벌 방식을 바꾸려는 선제적 조치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이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사들이 내세운 이 경제 손실액이 과장돼 있다는 것이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실이 조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1~2014년 6월 중 입찰 담합으로 적발돼 공공입찰 참가자격을 제한받게 된 199개 업체(일부 중복)의 평균 입찰 참가자격 제한기간은 8.1개월에 불과했다. 업계가 내놓은 손실 산출액은 입찰참가자격제한 기간을 2년으로 가정해 집계된 결과다.
 
건설사들이 담합으로 인해 얻은 부당 이득이 과징금에 견줘 훨씬 많다는 점도 건설사들의 주장의 근거를 약하게 한다.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지난해 공공건설에서 입찰담합으로 적발된 건설사들에 부과된 과징금은 8348억원으로, 담합으로 인해 낭비된 예산 1조8000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더구나 이 과징금 역시 자진신고감경제도(리니언시)에 따른 감면액을 포함하지 않은 액수다.
 
공정위 관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진 (건설사에 대한 부과) 과징금은 실제 의결서를 통해 전달된 액수 보다 많게 나타난다"며 "리니언시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 보도자료에서는 실제 리니언시에 따라 면제하기로 한 과징금을 반영하지 않고 낸다"고 설명했다.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오른쪽 앞에서 두번째)과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왼쪽 앞에서 두번째)은 지난 5월5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특별사면제도 개선 관계기관 회의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사진/뉴시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