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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미래연구원)노동개혁 해법, 실패에서 답을 찾자
지난 봄 노사정 합의 실패 거울삼아야…성급한 전투모드 안돼
쉬운 것부터 천천히 단계적 패키지 딜 바람직
청와대 중심 특별대책팀 구성, 컨트롤타워 역할 맡자
2015-08-04 10:28:06 2015-08-04 10:28:38
노동시장 개혁은 꼭 이뤄내지 않으면 안 될 과제다. 소득 5만 달러 일류 선진국으로 도약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삶이 개선되기를 바란다면 힘과 지혜를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이원덕 전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사진)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는 지난 연초 노동시장 개혁을 위해 100여 일간 노사정위원회를 열고 대타협안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그후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17일 제1차 노동시장개혁추진방안을 발표했고 오는 9월중에는 2차 개혁안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새누리당은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정부 정책추진을 거들었고 새정치민주연합은 ‘청년 일자리 창출 및 노동·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여당과의 샅바 싸움을 예고하고 나섰다.
 
노동시장의 제도와 관행을 바꿔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가는 과거의 경험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노·사간은 물론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각자의 상황에 따라 노동시장의 개혁은 이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만두거나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임은 명백하다. 누가 이익을 더 많이 가져가고 누구 몫이 더 줄어드느냐의 문제를 떠나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실업, 특히 청년실업을 줄여야 하는 당위성은 노사정을 막론하고 한결같은 바람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노동시장 개혁의 성공은 비단 경제발전의 기반을 다지는 차원에서 중요한 것만이 아니다.
 
앞으로 수없이 제기되고 직면하게 될 사회적 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낸다는 차원에서도 그 의미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성공적인 노동시장개혁을 위해서는 지난 봄 노사정 대화의 실패 경험을 지금에 되살려 대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첫째, 지난번 노사정 대화는 ‘왜 노동시장 개혁인가?’라는 질문에 대의와 명분을 먼저 제공하지 못했다. 따라서 노동시장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보다는 쟁점을 둘러싼 긴장관계가 초반부터 대화를 지배했다.
 
더구나 협상 초반에 정부는 고용의 경직성 완화가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이라고 언급해 노동계로 하여금 협상 초부터 긴장감과 의구심을 가지고 대화에 임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
 
정부는 이번 1차 추진방안을 발표하면서 “노사정은 지난해 12월23일 노동시장 구조개선의 원칙과 방향 및 논의시한까지 합의했고 우선논의 과제를 중심으로 100여 차례에 걸친 논의를 통해 상당부분 의견이 접근했음에도 일부 쟁점에 대한 이견으로 최종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동시장 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인 만큼 노사정간 논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한 내용을 토대로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사회적 대화 노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대화와 타협이다. 이는 당위성만으로 될 일은 아니다. 노동시장의 한 축인 노동자들에게도 양보를 위한 대의와 명분이 주어져야 타협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제아무리 개혁의 방향이 옳다고 하더라도 일방적인 양보를 성급히 강요하기 보다는 공감을 위한 진지한 대화와 소통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섣부른 전투 모드는 피하는 게 성공확률을 높이는 길이다.
 
둘째, 지난번 노사정 협상은 패키지 딜을 시도했다. 수많은 과제가 포함되어 있고 과제에 따라 노와 사에게 유·불리가 다르기 때문에 여러 과제를 묶어서 하나의 패키지로 합의하는 것이 합리적인 전략이라 하겠다.
 
다만 지난 해 12월 23일 기본합의에서 정한 우선과제 전부에 대한 합의를 시한 내에 이끌어내려 한 것은 과욕이었다고 보여진다. 기간도 짧았고 노동시장 개혁에 대한 대의명분에 기초한 공감대가 취약한 상황에서 모든 과제에 대한 패키지 딜은 무리였다.
 
따라서 앞으로의 노동시장 개혁에서는 일괄적 패키지 보다는 단계적 패키지 딜 전략을 택하면 어떨까 한다. 즉 우선 의견접근이 상당히 이루어진 통상임금문제, 근로시간 단축 문제,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문제 등 3대 현안과제를 하나로 묶어 그것을 합의 처리하고, 다음 과제로 넘어가는 식을 택하면 좋을 것이다.
 
다른 패키지는 노동유연성 제고와 관련한 사회안전망 정비에 대한 것 등이 될 수 있다. 이렇게 쉬운 과제부터 합의를 단계적으로 이뤄나가게 되면 그 과제의 합의 성과뿐만 아니라 다음 단계의 합의를 위한 공감대와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여겨진다.
 
셋째, 노동시장 개혁을 추진하는 정부의 컨트롤 타워가 적정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번에 추진한 노동시장 개혁은 국가 대개혁과제이다. 산업화와 민주화에 이어 국가발전을 위한 수십 년 만의 대개혁이다. 이런 정도의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때로는 필요한 자원을 동원하기 위해, 때로는 부처 간 이견을 조율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협상을 주도한 노사정위원회에 이번 협상의 중요성에 걸 맞는 컨트롤 타워 권한이 부여되었는지 돌이켜보아야 한다. 앞으로 어떤 기구나 방식을 통해 개혁을 추진해나갈지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정부여당은 노사정위원회를 작동시켜 추진해나갈 것을 검토 중이다.
 
물론 야당은 별도의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발족시키자는 의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어떤 경우든 정부는 물론 청와대에 특별대책팀을 만들어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확실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국가미래연구원
 
박민호 기자 dducksoi@etomato.com
 
지난 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사정위원회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원회’에서 한국노총이 빠진 채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날 노동시장 구조개선 특별위에선 불참을 선언한 한국노총을 제외한 정부, 노사정위원회, 경총 관계자만 참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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