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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초대형 손실에 산은 책임론 '고개' "무지 또는 방조가 부실 키웠다"
2015-08-05 07:00:00 2015-08-05 07:00:00
◇한국산업은행 전경. 사진/뉴시스
 
대우조선해양의 3조원대 초대형 적자를 놓고 최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의 책임론이 불거진다. 산은은 부행장 출신 재무전문가를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에 앉히고 산은 출신 사외이사가 감사위원회에도 참여하는 만큼 애초 적자를 모를 리 없다는 게 그 근거다. 만약 부실을 정말 몰랐다 해도 부실감독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산은 출신 부사장, 대형 부실 몰랐을까?
 
대우조선해양은 삼성중공업이나 현대중공업과는 다른 성격의 기업이다. 국책은행인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의 지분 31.50%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대우조선해양과 41개 계열사에 대해 구조조정 권한을 가진 주채권은행이다.
 
이런 특수관계를 바탕으로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에 두가지 실권을 행사한다. 우선 부행장 출신을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앉힌다. 2009년 이후 최근 6년간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은 김유훈(2009년~2012년)-김갑중(2012년~2015년)-김열중(2015년~현재) 등 모두 산은 출신이다. 이들의 권한은 막강할 수밖에 없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사장이 500만원 이상을 쓰려면 부사장 결재를 받고 산업은행에 지출 용처가 보고된다"고 말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산은의 또다른 실권은 대우조선해양의 감사위원회에 산은 출신을 배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산은은 아예 지난 2012년부터는 대우조선해양 관리감독을 산은 기업금융4실장에게 사외이사를 맡겨 전담하게 하고 있다. 감사위원회는 기업의 재무, 경영, 납품, 협력사 관계 등 기업 경영의 거의 모든 부문을 보고받는다. 부행장 출신을 부사장으로 파견하고 산은 실무자를 사외이사로까지 임명해 철통같이 대우조선해양을 감독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산은측은 감춰진 대형 부실에 대해 몰랐다고만 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실적공시 전까지도 "현재 결산이 진행 중이라 부실금액 2조원은 확정되지 않은 것"이라며 "산은도 대우조선해양이 제출한 자료만을 가지고 검토한 상황에서 자료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고만 했다. 이에 대해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상황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적자를 줄일 시점을 놓쳤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수출입은행에서 입수한 자료를 근거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67개 시중은행과 증권사의 신용공여액(대출+선수금환급보증)이 올해 6월 23조2245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21조3917억원보다 1조8329억원 늘었다고 주장했다.
 
국민은행과 농협 등 시중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누적손실을 예측하고 대출을 줄이거나 회수에 나선 상황에서 산은만 신용공여액을 2조338억원에서 4조1066억원으로 두배 가까이 늘렸다. 최대대주주이자 주채권은행인 산은만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얘기다.
 
◇2009년 이후 최근 6년간 대우조선해양 재경실장(부사장). 왼쪽부터 김유훈(2009년~2012년), 김갑중(2012년~2015년), 김열중(2015년~현재). 사진/뉴시스
 
박원석 의원은 "산은이 부사장에까지 산은 출신을 임명해 놓고 대우조선해양의 부실 가능성을 몰랐다면 직무태만이고, 알고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직무유기다"라고 강조했다.
 
◇산은이 관리하는 다른 기업 사정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이 알려지면서 산은이 관리한 다른 기업의 사정에도 눈길이 쏠린다. 대우조선해양은 외형적으로는 흑자를 달성했던 만큼 대우조선해양보다 경영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이라면 산은의 관리감독 부실이 더 심각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올해 6월 기준 산은이 주채권은행으로 지정된 곳은 STX조선해양, 금호아시아나,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동국제강, 동부그룹, 장금상선, 풍산, 하림, 한솔, 한진, 한진중공업, 현대, 현대산업개발 등 14곳이다. 이 가운데 동부그룹과 한진그룹, 동국제강, 대우건설, 현대그룹, 대성산업, 현대산업개발 등 7곳은 산은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있다.
 
14곳 중 장금상선과 풍산 등을 제외한 10곳에 산은 출신 임원과 감사와 사외이사, 고문 등이 파견됐다. 어떤 관계로든 산은이 경영 전반을 관리감독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산은이 관리하는 기업의 경영실적은 썩 좋지 못하다. 지난해 STX그룹과 동양그룹이 해체됐고, 2002년부터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은 동부그룹도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하다. 심지어 동부그룹의 경우 동부발전당진 매각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산은은 구조조정 의지가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지정된 기업. 자료/한국산업은행
 
이와 관련해 산은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은 한 기업 사외이사는 산은의 전문성 부족 문제를 제기했다. "산은 출신 사외이사는 재무전문가라는 특성상 기업의 업황이나 기술적인 부분에 전문성이 떨어져 사외이사 본연의 책임을 수행하지 못하는 일이 많다"며 "사장과 임직원들이 결정하는 경영적 판단에 대해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산은이 채무기업에 대해 관리 의지를 보이지 않는 모습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에서도 확인된다. 박원석 의원은 "산은은 지난해 말 대우조선해양을 관리대상 계열로 지정했고 채권은행은 수시로 재무구조평가를 시행하고 필요하면 재무구조 개선약정을 체결해 관리해야 한다"며 "경영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변명도 설득력이 없거니와 관여하지 않았어도 산은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사전에 탐지했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최병호·김동훈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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