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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 사과문 게재 명령' 선거법 조항 '위헌'
"언론사 인격권 침해"…사과문 게재 불복 발행인 형사처벌도 위헌
2015-07-30 15:20:55 2015-07-30 15:20:55
불공정한 선거기사를 게재한 언론사에 대해 '사과문 게재'를 명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발행인을 형사처벌 하도록 한 공직선거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30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8조의3 제3항'과 '구 공직선거법 256조 2항3호 나목'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8대 1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헌재는 "객관성·공정성을 저버린 기사를 보도했다고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언론사로 하여금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까지 구하는 의사표시를 강제하는 것은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언론사에 대해 사회적 신용이나 명예를 저하시키고 인격의 자유로운 발현을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언론사에 대한 이같은 인격권 침해의 정도는 이 사건 법률조항이 달성하려는 공익에 비해 결코 작다고 할 수 없다"며 "더욱이 형사처벌을 통해 그 실효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직선거법에 따라 언론사가 사실에 어긋나거나 불공정한 선거기사를 보도한 경우 선거기사심의위는 사과문·정정보도문의 게재 명령 등 할 수 있고, 공정보도의무 위반 결정 사실을 공표하도록 하거나 사과를 권고하는 방법 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강일원 재판관은 "불공정한 선거기사를 게재한 언론사에 대해 사과문 게재를 명하는 것 자체는 언론사의 기본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으로 볼 수 없고, 다만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발행인 등을 형사처벌 하도록 한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강 재판관은 "법인의 인격권이 무엇을 뜻하는지, 헌법적 근거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고, 공직선거의 중요성과 불공정한 선거기사를 시정하지 않으면 원상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사과문 게재 명령은 과도한 제한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2년 4·11 총선 직전에 정우택 당시 새누리당 후보의 성추문과 금품수수 의혹을 보도한 충북의 한 주간지는 불공정한 기사를 게재했다는 이유로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사과문 게재 결정을 받았다. 
 
사과문을 게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 주간지의 대표 K씨(54)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했다.
 
청주지법은 "국가가 피고인의 신념에 반해 죄가 된다는 윤리적 판단을 강요해 사과 의사를 외부에 표시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으로 사과문을 게재토록 하는 공직선거법 조항은 인격의 존엄과 가치, 이를 바탕으로 하는 인격권을 제한한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결정했다.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K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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