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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듣고 대비하자…'그녀목소리' 추가공개
금감원-경찰청, 여성 피싱사기범 목소리 18건 공개
"전문용어 섞은 사무적·고압적 어투에 속지 말아야"
2015-07-30 16:33:26 2015-07-30 16:33:26
"검찰 수사관입니다. 최근 검거된 범죄현장에서 당신의 이름으로 된 대포통장이 발견돼 수사에 협조해주셔야겠습니다."
 
검찰·경찰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 사기범들이 주로 사용하는 수법이다. 이미 알려진 식상한 레파토리에 누가 속을까 싶지만 보이스피싱 피해는 이어지고 있다. 사기범들이 전문용어를 섞어 쓰며 그럴듯하게 상황을 꾸며내거나 고압적이고 딱딱한 말투로 듣는 사람을 몰아붙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과 경찰청은 국민들이 실제 사기범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같은 상황에 부딪혔을 때 직감적으로 사기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거라고 보고 실제 보이스피싱 전화 녹음 내용을 공개하고 있다. 30일 기존 공개했던 '그놈 목소리' 21건에 더해 여성 사기범의 목소리 18건을 추가로 공개했다.
 
실제 사기범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우선 수법이 비슷비슷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공개된 39개 녹취록 중 검찰 및 검사를 사칭한 수법이 22건, 경찰을 사칭한 수법은 11건이었다.
 
이들은 대체로 피해자가 명의도용 금융범죄 등에 연루됐다며 겁을 주며 시작한다. "OO지역 출신의 42세 남성 OOO을 아느냐"는 질문을 하며 "최근 OOO 등 200여명으로 구성된 '금융범죄 사기범 일당을 검거했고 그곳에서 본인 명의로 된 대포통장과 신용카드 등이 발견됐다"며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 처럼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어 "본인이 피해자인지 가해자인지 조사하기 위해 전화했다"거나 "본인이 사건과 관련해 고소·고발된 상황"이라고 말하며 심리적 압박을 가한다. 당황한 피해자에게 조사에 잘 응하면 문제없게 해주겠다며 작업을 시작한다. "단순한 사항 때문에 연락한 것이 아니다"며 심각한 사건인 척 하거나 "현재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 음성을 녹취하고 있는데 타인과 대화하는 소리가 들어가면 증거로서의 효력이 떨어져 불리할 수 있다"며 다른 사람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공개된 녹취록을 들어보면 일부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기범들의 말투가 책을 읽는 것처럼 딱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상황별 범행수법 시나리오를 가지고 전화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등에 가담한 이들은 대부분 남성으로 알려져 있지만 여성도 상당수 가담하고 있어 유의해야 한다"며 "수사기관, 금융회사 등이라고 소개하며 개인의 금융정보 등을 물어보는 전화는 보이스피싱이므로 절대 응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벤트를 사칭하는 경우도 있었다. 통장을 빌려주면 현금 300만원을 제공하겠다며 피해자를 유도했다. 통장 넘겨받아 대포통장을 활용하려는 것으로 통장을 넘긴 사람도 형사처벌 대상이 되니 주의해야 한다.
 
가짜 계좌번호를 이용하는 신종 수법도 발견됐다. 피해금을 입금할 계좌번호를 알려줄 때 처음에는 가짜 계좌번호를 불러 송금 거부 메시지가 뜨도록 유도한다. 이때 피해자가 다시 사기범에게 연락하면 사기에 걸려들었다고 확신하고 정상적인 계좌번호를 다시 알려주는 방식이다.
 
수사기관이나 공공기관은 어떤 경우에도 계좌보호를 명목으로 특정한 계좌로 현금을 보낼 것을 요구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면 이같은 사기에 속지 않을 수 있다. 
 
상황극을 벌이는 사기에는 좀 더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사기범들은 먼저 은행 직원을 사칭하며 "누군가 당신의 신분증을 가지고 돈을 찾아가려 한다.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전화를 한다. 이후 자신을 경찰 수사관이라 밝힌 자가 전화를 해 "통장 추적이 필요하니 지금 불러주는 계좌로 돈을 이체하라"며 마치 진짜 경찰 수사가 이뤄지는 것 처럼 꾸민다.
 
보이스피싱 전화를 통해 불러주는 피싱사이트 주소로 접속해 개인정보와 계좌번호, 통장비밀번호 등을 입력토록 하는 수법도 주의가 필요하다.
 
금감원과 경찰청은 최신 금융사기 수법에 대한 사전학습효과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새로 신고된 사기 녹취록을 지속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그놈·그녀 목소리는 '보이스피싱 지킴이'(http://phishing-keeper.fss.or.kr)에서 들어볼 수 있다.
 
보이스피싱 체험관 사이트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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