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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숫자의 경고
2015-07-30 13:43:11 2015-07-30 13:43:11
150주, 1017만원, 61.3%, 3919가구, 33만4621건…
 
몇 주, 몇 만원, 몇 %에 이어 몇 가구라는 단어까지 나오니 대략 부동산과 관련된 이런 저런 수치인가 보다 짐작을 할 것이다. 맞다. 위의 숫자들은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각종 집계들이다.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있거나 혹, 전·월세 재계약을 앞두고 근심이 쌓인 사람이라면 무엇과 관련된 수치인지 귀가 솔깃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숫자들은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올 가을 수도권을 중심으로 역대급의 전세 대란이 예상된다. 금리 인하로 은행 저축의 매력이 사라졌으니 월세로 수익을 내려는 집주인이 기하급수 늘고 있다. 우주에서 블랙홀 찾기보다 더 어려워진 전세는 뻣뻣하게 단 하루도 가격을 양보하지 않는다. 이런 판국에 입주물량까지 줄어버렸다. 자, 숫자로 이야기 해 보자.
 
먼저 '150주'. 지난 2013년 8월 첫 주 이후 150주 연속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오르고 있다. 전국 지수는 장장 328주(6년4개월)째 상승세다.
 
이렇다 보니 가격은 말할 것도 없다. 3.3㎡ 당 평균 가격이 서울 1386만원, 경기 860만원, 인천 649만원이나 된다. 수도권 평균으로 따지면 무려 '1017만원'이다. 배짱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국 평균 가격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에 비해 무려 '61.3%'가 올랐다.
 
이런 사태에 올 가을 서울 입주 아파트는 '3919가구'로 지난해 대비 절반이나 줄었다. 신규 수요에, 2년 전 계약자들의 재계약, 강남과 강북 주요 단지의 재건축 이주까지 겹치면 그야말로 최악의 전세 전쟁이 펼쳐질 위기다. 대책은 전혀 없다.
 
결국 전세를 찾지 못한 수요자들이 하반기에도 매매시장으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사정이 또 달라졌다. 연초 기회를 엿보던 건설사들이 전국 각지에서 분양가격을 터무니없이 높이기 시작했다. 화재를 몰고 다니는 화성 동탄2신도시의 경우 신규 분양가가 2년 전 처음 분양된 아파트 가격보다 약 '1억원'이나 비싸졌다. 서민들에겐 언감생심이다.
 
전세시장에 이어 신규 시장에서도 밀려난 서민들은 월세를 전전할 수밖에. 시장의 심각함은 상반기 월세 거래 '33만4621건'이란 숫자가 말해준다. 2013년 28만3126건, 2014년 31만7098건에 이어 매년 증가추세다. 월세 증가가 시장의 자연스러운 변화라는 게 정부의 주장이지만 서민들에게는 지극히 부자연스러운 고통이다.
 
내년부터는 주택담보대출 규제까지 강화된다. 불어난 가계빚을 통제할 때도 됐지만, 이처럼 숫자 몇 만 나열해도 엇박자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천정부지 분양가에 대출도 어려워지고, 전세는 없어 못 가는데 정부는 죽기보다 싫은 월세가 답이라니. 도대체 서민들은 어디로 가야 하단 말인가.
 
박관종 건설부장
pkj3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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