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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한일월드, '웅덩이 경영철학'이 키워낸 정수기 숨은 고수
무명 업체서 매출 1천억대 환경가전 기업 도약
2015-07-31 06:00:00 2015-07-31 06:00:00
경기도 안사에 위치한 한일월드 생산라인 전경.(사진/한일월드)
 
[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올 여름 국내 정수기 업체 간 '물전쟁'이 그 어느때보다 치열하다.
 
국내 정수기 시장은 매년 5% 이상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왔으며 올해 약 2조원 규모에 이를 전망이다. 하지만 정수기의 가구당 보급율이 50%를 넘어서면서 시장 성장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돼 업체 간 점유율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여년 간 6배가 넘는 매출 성장을 이룬 정수기 시장의 '숨은 고수'가 있어 눈길을 끈다. 소비자들에게 '필레오'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이 기업은 다름아닌 한일월드다.
 
지난 20여년 간 정수기를 비롯한 환경가전 부분에서 '한우물'을 파온 한일월드는 지난해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며 '숨은 고수'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지난해 한일월드는 매출 1130억원, 영업이익 333억원을 기록했다. 2007년 매출 204억원, 영업이익 13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틈새·렌탈' 초반 공략 주효 "라인업 넓힌다"
 
현재 대표이자 창업자인 이영재 회장은 지난 1992년 자본금 5000만원을 들고 한일월드를 설립했다. 창업 당시에도 국내 정수기 시장은 이미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었던 만큼 자본과 브랜드 파워가 부족했던 한일월드에게는 생존을 위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한일월드는 초반부터 '틈새 시장'인 업소 공략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정수기는 일반 가정을 주요 고객으로 잡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대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업소용 정수기 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특히 한일월드는 미약한 홍보력과 자금, 조직력을 보완하고 업소들의 눈을 사로잡기 위해 1997년 금융기법을 이용한 렌탈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 회장은 "당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닥친 후에 국내 경기가 완전히 얼어붙어 업소들이 몇 백만원을 호가하는 정수기를 살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이들을 위해 초기부담금을 줄여주는 대신 매월 비용을 나누어 납부하는 할부방식이 훨씬 효율적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이 회장의 전략은 주효했다. 틈새 시장 공략 및 렌탈 서비스로 정수기 시장에서 안착한 한일월드는 2002년 필레오 정수기 자체 브랜드를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이어 2007년 이후 매년 매출을 끌어올리며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
 
한일월드는 향후 필레오 브랜드를 정수기에서 다양한 친환경 가전으로 확장하며 이같은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최근 실시간 살균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비데 등 다양한 환경가전제품 뿐만 아니라 전기레인지, 스킨클렌저 및 헬스케어분야인 음파운동기까지 잇따라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마케팅 비용이 3억? '웅덩이 경영철학'으로 극복
 
한일월드의 또다른 독특한 성장 배경은 평소 이 회장이 강조하는 '웅덩이 경영철학'과 맞닿아 있다. 웅덩이 경영철학은 하나의 깊고 큰 웅덩이가 점차 그 영역을 넓혀 가면 자연스레 주위의 작은 웅덩이들을 흡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제품 본연의 기술력과 서비스에 집중하면 자연스럽게 사업이 성장할 것이라는 가치관이다.
 
실제로 한일월드는 그동안 마케팅 비용을 거의 쓰지 않는 대신 연구개발(R&D)과 사전·사후 서비스 개선을 위한 투자에 집중해 왔다. 지난해만 해도 한일월드는 광고선전과 판매촉진을 위해 고작 3억원에 못미치는 비용을 사용했다.
 
한일월드가 1992년부터 정수기 사업을 펼쳤음에도 10여년 후인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소비자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회장은 "한일월드만의 기술력 확보와 철저한 품질관리, 차별화된 서비스 등 '바탕'을 구축하는 데 오랜 시간을 투자했다"며 "막대한 마케팅 투자 없이 입소문을 통해 필레오를 알릴 수 있었고 그 결과 정수기 브랜드 중 유일하게 서울시 우수기업 브랜드인 '하이서울'에 11년 연속 선정되는 등 '작지만 믿을 수 있는 회사'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사전·사후 서비스 측면에서도 한일월드는 현재 전국 150여개의 영업채널 및 그리고 1500여명 이상의 서비스 조직을 확보한 상태다. 이는 국내 정수기 시장에서 점유율 선두권을 차지하고 있는 업체들과 비교해도 어깨를 견줄만한 수준이다.
 
이외에도 한일월드는 자체 업무지원시스템인 '힘스시스템(HIMS System)'을 구축하고 제품 생산에서부터 영업, 판매 등 고객 관련정보 관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속한 서비스 대응이나 정확한 렌탈료 청구, 철저한 방문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 회장은 "고객만족이라는 웅덩이가 만들어지면 구전 마케팅을 통해 부족했던 브랜드 가치가 자연히 향상되고, 이는 곧 회사의 성장과 매출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한일월드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차별화된 기술력과 생산부터 사후서비스까지 혁신을 이뤄낸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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