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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의원 확대, 국민 57.6% 반대, 학자 77.5% 찬성
"정치권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 탓에 추진력 얻기 쉽지 않아"
2015-07-29 13:15:42 2015-07-29 13:15:42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바라보는 국민과 시민사회, 학계 시선이 엇갈린다. 정치학자와 시민사회는 비례대표와 함께 의원 정수 확대도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지만 정치 불신이 심한 국민은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이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의원 정수 카드를 꺼냈다고 입을 모은다.
 
정치학자들은 의원 정수와 비례대표 확대에 대체로 합의하는 분위기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가 지난 13일 발표한 '공직선거법·정당법 개정에 대한 전문가 의견조사'에 따르면 정치학자 111명 가운데 86명(77.5%)은 '국회의원 의석 수를 늘려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21명(18.9%)이었고 '줄여야 한다'는 응답자는 4명(3.6%)에 불과했다.
 
국회의원 의석 수를 얼마나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묻는 질문에는 '총 의석 수가 최소 330석 이상이 돼야 한다'는 응답이 70.3%(78명)에 달했다. 이와 함께 '비례대표제를 확대·강화해야 한다'는 답변도 71.2%(79명)였다.
 
시민사회도 의원 정수 확대를 지지하는 목소리가 크다. 전국 174개 시민단체가 모인 '정치개혁시민연대 준비위원회'는 28일 논평을 내고 "지난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보에 던진 사표가 전체 투표 수 가운데 47.6%에 이른다"며 "현행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사표를 없애고 다양한 계층의 정치 대표성을 위해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라면 의원 정수 확대 방안도 적극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차갑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7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57.6%가 세비를 절반으로 줄여도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것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특히 '매우 반대한다'는 응답은 34.2%로 '찬성한다'(27.3%)는 답변보다도 많았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국민 정서를 고려하면 의원 정수를 늘리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며 "국민 시선이 곱지 않은 비례대표를 확대하는 것도 간단하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배경에는 국회와 정치권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이 깔려 있다. 강원대학교 연구팀이 국회에 제출한 '국회의 대국민 이미지 개선 방안' 용역 보고서를 보면, 지난 1월 2~15일 전국 2340명을 대상으로 한 기관 신뢰도 평가(4점 만점)에서 국회는 꼴찌(1.54)를 기록했다. 대학(2.47), 법원(2.42), 신문(2.40), 경찰(2.40)보다도 낮았다. 2010~2013년 세계가치관조사에서도 한국의 국회 신뢰도는 25.5%로 스웨덴(59.3%), 독일(43.5%) 등에 한참이나 못 미쳤다. 한국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66%로 스웨덴, 독일 등을 앞섰으나 1990년대에 접어들며 33%로 급격하게 추락하기 시작했다.
 
김 원장은 "지역구는 과감히 버리지 않고 정치인 앞날만 챙기면서 국민 감정을 생각하지 않은 의원 정수 확대 논의는 순서가 틀렸다"며 "현행 소선거구제 한계는 누구나 지적하고 비례대표제 확대도 필요하지만 내년 총선 전까지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도 "정치인이 기득권을 내려놓으면서 진정성을 갖고 의원 정수 확대 얘길 했어야 하는데 정치적으로 성사하려는 고려가 부족했다"며 "아무리 합리적인 안이라도 불쑥 꺼내버리면 여론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다. 의원 정수 확대 논의는 단순히 찬반에 갇히는 방식으로 공론화하면서 추진력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순민 기자 soonza00@etomato.com
 
전국 170여개 시민단체는 지난 6월30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2015 시민사회단체 정치개혁방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어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고, 의원정수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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