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달러 강세에 대비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절실해졌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7일 1167.0원으로 마감했다. 1008.50원까지 떨어졌던 지난해 7월 이후 1년 만에 15% 가까이 상승한 것이다. 미국 금리인상이 임박한 가운데 국내 저성장과 수출 부진 등 악재가 환율을 끌어올렸다. 전문가들은 지금 추세라면 환율이 1200원선을 넘어설 수 있다며 달러 강세에 대비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미 증권과 은행 지점 등 현장에서는 포트폴리오 조정을 상담하려는 자산가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강달러시대 보수적투자자, 외화예금에 베팅
현재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방법은 크게 예금, 환매조건부채권(RP), 달러관련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금융상품과 미국 주식 직접투자 등으로 나뉘는데 포트폴리오는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게 배분하는 것이 좋다. 보수적인 성향이 짙은 고액자산가들은 주로 달러 예금을 선호한다. 연 금리는 1%도 안 돼 금리가 높지는 않으나 환차익을 얻을 수 있는데다 이에 대해 세금이 붙지 않으므로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발빠른 투자자들은 달러화예금으로 움직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말 현재 달러화예금은 400억달러로 지난해말 대비 40억달러 증가했다. 공공기관이 발행한 달러표시 회사채에 투자하는 채권, 달러 RP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우량 회사채라는 점에서 안정적이고 시중 금리보다는 높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NH투자증권은 미 달러로 청약 및 상환할 수 있는 USD ELS를 100억원 한도로 판매한다. 사진/NH투자증권
달러로 투자하는 ELS까지..금융상품 '진화'
최근 증권가에서는 달러를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그대로 ELS청약에 사용할 수 있는 USD ELS도 나왔다. NH투자증권은 미국 달러로 청약과 상환을 받을 수 있는 USD ELS를 100억원 한도로 판매하기로 했다. NH투자증권은 연 4% 내외의 수익률을 추구하여 달러 예금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투자의 압구정 지점 PB팀장은 "저금리 시대에는 환율 변화가 또 다른 재테크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며 "환율이 오르고 내린다고 직접 확인하고 수익을 찾기 위해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펀드 또는 매매가 편리한 상장지수펀드(ETF)도 인기다. 특히, 달러선물 ETF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익률도 올라가는 구조로 주식처럼 매매가 가능해 국내에서 달러화에 자산배분하는 가장 손쉬운 투자방법으로 꼽힌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미국달러선물ETF’는 6월 1만1000원대를 바닥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원한다면 달러선물 1.5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ETF’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환율상승 수혜주 접근은 '글쎄'
최근에는 주식시장에서 환율 상승 수혜주에 접근하려는 적극적인 투자자들도 나오고 있다. 그 동안 실적 부진과 원화 강세 기조로 삼성과 현대차 등 국내 대형주들의 주가가 바닥권에 맴돌고 있어 투자매력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환율이 상승할 경우 수출 비중이 큰 우리나라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환율 효과만으로 투자하기엔 변수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민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주의 반등이 나오려면 환율 상승의 효과가 반영되어야 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주가 회복이 쉽지 않아 오히려 환율과 상관관계가 낮은 유틸리티, 의류, 화장품, 미디어 등에 관심을 두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실제 원·달러 환율이 급등한 27일 외국인 투자자들은 매도를 확대하는 과정에서도 비중을 늘린 종목은 수출주가 아닌 아모레와 LG생활건강 현대모비스 등 경기민감주와 부품주였다.
공격형 투자자 'FX거래' 관심.. 고위험 '주의'
더욱 공격적인 투자자들은 외환차익거래에 관심이 많다.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FX마진을 얻을 수 있는 좋은 여건이 조성됐다는 것이므로 적극 투자를 고려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FX마진거래는 외국환에 개인이 직접 접근해 거래하는 것으로 두 나라의 통화를 통시에 매수·매입하는 방식을 말한다. 예를 들어 유로화와 미국 달러를 거래할 경우 유로화를 팔면서 동시에 미국 달러를 사는 것이다. 특정 시장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전 세계를 상대로 거래하기에 24시간 언제든 매매할 수 있고 하루 평균 거래규모는 3조달러를 훌쩍 넘는다. 거래 방식은 단순하다.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통화를 사들인다는 방식으로 접근하면 된다. FX마진거래가 주목 받는 다른 이유는 거래하고자 하는 통화가치의 10%를 차지하는 증거금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1억원 가치의 통화를 거래하고자 할 경우 이의 10%인 1000만원만 보유하고 있으면 거래가 된다. 1000만원으로 10배 이상의 가치에 거래하기에 레버리지 효과가 높다. 이에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FX마진거래는 고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만큼 고위험성 상품”이라며 “환율예측이 빗나가면 손해 보는 것은 물론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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