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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이상을 오늘로 소환하다
2015-07-24 23:18:20 2015-07-24 23:25:13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은 한국인들이 사랑해마지 않는 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막상 시 '오감도'나 소설 '날개' 외에 이상의 다른 작품과 그 작품세계를 유심히 들여다본 이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문학에 특별한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지요.
 
이상의 문학을 심도 있게 분석한 책을 오늘 '뒷북' 코너에서 소개할까 합니다. 바로 <묵시적/정치적 단편들-이상(李箱)의 리얼리즘에 대하여(윤인로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라는 책인데요. 미리 말씀드리자면 다소 학구적인 글이기에 책을 읽으시기 전 공부 제대로 하실 각오부터 다지시는 게 좋습니다.
 
◇이상 문학의 내적 의미 담은 책
 
이 책은 저자 윤인로의 학위논문이기도 합니다. 학위논문이 출판사를 통해 책으로까지 발간된 데는 저자가 이상을 깊이 있게 읽어내는 한편 이상의 글을 오늘의 글로 끌어올리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묵시적/정치적 단편들>이라는 제목부터 인상적인데요. 저자 윤인로에게 이상의 리얼리즘이 오늘날 우리 정치, 사회적 상황에 어떤 의미를 던질 수 있을지 물었더니 "확언할 수 없다"면서도 "이상의 텍스트들이 식민지 경성의 통치상태에 대한 예민한 감각을 표현하고 있고, 그 감각을 오늘로 접맥시키려는 의지와 시도가 필요하고 가능하다는 입장에 서 있다"고 전했습니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기존의 이상 연구에 대한 흐름부터 짚어나갑니다. 김기림과 임종국, 이어령, 최재서, 임화 등의 이상 읽기를 먼저 언급하는데요. 이중 저자는 임화와 최재서의 리얼리즘론에 입각해 이상의 각성과 그 실패에 대해 논합니다.
 
자본주의 사회 속의 순례자 역할을 감당한 이상의 작품 중 오늘날 가장 의미있는 울림을 주는 작품으로 저자는 <차생윤회>를 꼽았습니다. 저자는 <차생윤회> 속 초인의 법률초월적 학살을 언급하며 이 순간을 '중간에서의 발생적 힘이 봉쇄되고 폐기된 순간'이라 해석하는데요. 그리고 오늘날 이상의 독자들에게는 적이 된 신을 죽이려는 '악에의 충동'으로, 그 중간과 모순의 장소로 이상을 되돌려야 할 과제 하나가 주어져 있다고 말합니다.
 
◇이 책의 장점은?
 
모더니스트라 불리는 이상의 텍스트를 연구하되 단순히 형식에만 대해 주목하는 게 아니라, 형식과 내용을 아울러 분석해나간다는 점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제목 그대로 이상의 '묵시적/정치적' 구상력에 집중한 셈인데요.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기도 하는 저자는 "사실 '문학비평'의 역할보다는 '비평'의 역할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문학은 비평의 추동력이 되어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삶에 실제적 영향을 미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비평글을 읽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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