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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삼성이 만들면 달라지기를
2015-07-24 06:00:00 2015-07-24 06:00:00
삼성이 판을 짜니 달랐다. 세간의 주목 속에 지난주 막을 내린 삼성주총에서 올해 5월 급매로 나온 삼성물산을 제일모직이 가져가게 됐다.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한지 1년하고도 2개월만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물산 소액주주는 8만3163명으로 전체 지분 중 63.61%를 보유하고 있었던 상황이므로 삼성이 이번 표대결에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미루어 짐작이 된다.
 
삼성물산은 1970년대 중반 이건희 회장이 부친으로부터 가업을 물려받을 당시 매개체로 사용됐던 기업이다. 따라서 현재의 삼성물산이 사라진다는 건 이건희 회장 시대는 가고 이재용 부회장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리는 상징성을 띈다. 이 상징적인 이벤트는 증시에서도 핫한 이슈였다. 합병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삼성전자 등의 5~7월 주가 등락률은 적게는 8%, 많게는 30%에 달했다. 특히 제일모직은 월 평균 30%를 오르내렸고 삼성물산도 26.7% 출렁였다. 같은기간 코스피 등락률이 4.8%였으니 이들 종목군의 가격 변동이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삼성이 20% 안되는 자체지분으로 표대결에서 승리함과 동시에 삼성물산 주가 찍어누르기, 금융기관의 삼성 눈치보기 등 합병 반대세력의 부정적 여론몰이도 자취를 감췄다. 합병의 정당성이 인정되는 분위기다. 2013~2014년 연평균 28조원대를 정점으로 매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절실했을 삼성물산의 승리에 박수를 보낸다. 그렇다고 합병 표대결 승리에까지 찬사를 보내고 싶지는 않다.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권리를 지켜내려 했을 합병반대 소액주주들의 설움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1대 0.35라는 불합리한 합병비율과 삼성물산 자산가치대비 현저한 저평가라는 팩트와 함께 말이다.
 
이제 공은 엘리엇도 국민연금도 소액주주도 아닌 삼성으로 넘어간 듯 하다. '뉴삼성물산'은 글로벌시장에서 의식주휴 및 바이오사업을 선도하는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청사진아래 주주권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거버넌스위원회 신설, 30%를 목표로 한 점진적인 배당성향 확대 등 주주가치 제고를 공약했다. "세계가 주목하는 차 삼성의 첫 차가 옵니다. 삼성이 만들면 다릅니다." 1997년 유행한 광고카피다. 새 판을 짠 삼성이 무엇을 만들어내든 이번엔 자동차보다 낫길. 그래서 합병반대 소액주주들의 상처받은 마음도 함께 치유되길 기대해본다.
 
허준식 기자 oasi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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