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권 한길리서치 대표
초유의 원내대표 사퇴 압력이라는 소용돌이 한복판에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서 있다. 친박계로부터 가해지는 사퇴압력과 관련해 내릴 최종 결정 과정에서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정치적 미래와 승산문제일 것이다.
승산문제만 놓고 본다면 유 대표가 기댈 수 있는 것은 비박진영과 국민여론이다. 비박진영의 지원은 대통령의 비토권 행사 이후 새누리당의 의원총회에서 암묵적 원내대표 사퇴 반대로 나타났으며, 유대표가 지금까지 버티는 데 큰 힘이 됐다. 그러나 지금 형국은 시간이 갈수록 친박계는 구심력이, 비박계는 원심력이 더 커지는 모습이다.
이제 남은 것은 국민 여론이다. 여론에서 앞서면 명분이라도 얻고, 정치적 미래를 구상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여론을 잘못 읽으면 승산은 물론 명분도 같이 잃게 된다.
지금까지는 여론이 유 대표에게 유리한 것으로 보인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갤럽의 7월 1주 조사를 보면,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31%인 반면 사퇴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36%다. 또한 지역구 여론도 대구지역 여론조사 기관인 ‘폴스미스’가 대구 동구을 주민 1000명을 대상으로 4일 조사에서 ‘사퇴 반대’가 51.1%로, ‘사퇴 찬성’(45%)보다 높았다.
수치만 보면 정치적 모험을 걸어볼 만한 조사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정도의 조사 결과를 갖고 유 대표가 모험을 걸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전국과 지역구 조사에서 유 대표 사퇴반대에 대한 여론의 수치가 너무 낮다는 점이다. 국민 중 사퇴 반대는 36%며, 지역구에서는 51.1%라는 점이다. 필자의 오랜 여론조사 경험에 비춰 보면 대통령의 의중을 업은 친박진영과 대결을 하려면 적어도 수치상으로 2배 이상의 우호적 여론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국민조사에서는 불과 5%p, 지역구에서는 6.1%p 우위에 불과할 뿐이다.
두 번째는 찬반 의견이 얼마나 더 많으냐 보다 중요한 것은 찬성과 반대를 하는 층이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만약 36%가 사퇴를 반대 하더라도 모두 새누리당 지지층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새누리당 지지층이 강력히 지지한다면, 차기 총선도 큰 걱정이 없고, 이후 더 큰 정치적 미래를 걸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갤럽 조사를 보면, 새누리당 지지층은 유승민 사퇴에 대해 ‘찬성’ 의견이 45%로 ‘반대’ 의견(26%)보다 두배 정도 더 많았다.
오히려 사퇴반대는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사퇴22%<사퇴반대:56%)에서 더 많았고, 무당층은 사퇴(22%)와 반대(27%)가 비슷하며, 절반(52%)은 ‘잘 모르겠다’는 유보층이다. 결국 유대표의 사퇴 반대는 새누리당 지지층의 목소리가 아니며, 무당층의 목소리는 더더욱 아니다. 단지 야당지지층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이다. 이에 의존해 승부를 걸기에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정치권은 생리적으로 여론조사 이전에 이러한 국민의 정서나 판세를 잘 감지한다. 친박진영은 이러한 여론의 흐름을 읽고 당장은 국민전체 여론은 나빠질 수 있어도, 새누리당 지지층의 여론은 우리 편이라는 판단에서 유 대표의 사퇴를 밀어 붙이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유대표가 여론을 어떻게 읽는지는 알 수가 없다. 분명한 것은 유 대표는 명분을 얻으려면 국민여론을, 실리를 얻으려면 새누리당 지지층의 여론을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명분을 얻기에는 국민여론의 사퇴반대 의견이 40%를 넘지 못해 너무 낮은 수치이고, 실리를 얻기에는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도 열세라 만만치가 않다. 그러나 사퇴압력이 갈수록 커지면서 ‘고립무원’의 형국이 되는 유 대표에게는 36%의 사퇴 반대 소리도 아주 크게 들릴 것이다.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과 정치권은 정치인 유승민의 트레이드 마크인 냉철함과 합리성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