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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핀테크대출…기존 거래기업이 절반
기업은행, 순수 신용대출 실적 없고 담보대출만
산업은행, 대형업체에 자금지원 쏠려
2015-07-06 16:53:38 2015-07-06 19:40:54
핀테크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자금이 기존 거래기업과 대형 기업에 쏠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신용대출보다는 담보대출 위주로 자금을 지원하고 위험도가 높은 투자는 한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핀테크 기업 지원이라는 본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특히, 핀테크 대출을 취급하는 정책금융기관들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며 실적만 늘리고 있어 은행들이 당국 압박에 묻지마식으로 실적을 늘렸던 기술금융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6일 신동우 의원실(새누리당)과 김기식 의원실(새정치민주연합) 등에 따르면 5월말까지 산업은행은 540억원, 기업은행은 371억원의 핀테크 대출을 집행했다. 금융위원회는 초기 핀테크 기업 육성을 위해 두 은행을 통해 각각 1000억원씩 총 2000억원의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두 은행은 핀테크대출의 절반정도를 기존 거래기업에 지원하면서 '무늬만' 핀테크대출을 시행했다.
 
특히 기존 거래기업에 대한 지원은 기업은행에서 두드러졌다. 기업은행은 전체 핀테크 기업 대출 77건의 절반 이상인 46건을 기존 기업에 제공했다. 금액기준으로는 전체 371억원의 73%인 271억원이 기존 기업에 대출됐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존 핀테크 사업을 하던 기업을 지원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스타트업 기업은 공모전을 통해 발굴하며 지원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기업은행의 핀테크대출은 순수신용대출은 없고 담보대출만 있었다. 전액담보대출이 42개 기업을 대상으로 175억원 제공됐고, 일부담보대출은 35개 업체에 196억원 공급됐다.
 
이에 대해 은행측은 시설자금 중심으로 지원해 담보설정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기술력을 가진 핀테크 기업에 리스크가 높더라도 담보를 최소화해 적기에 자금을 공급하자는 본래 취지와 한참 벗어나 있는 것이다.
 
초기 핀테크 기업은 특성상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핀테크 대출을 할 경우 이같은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다. 
 
산업은행도 비슷한 보여주기식 대출 행태를 보였다. 경영상태가 열악한 스타트업기업 지원이라는 취지에서 벗어나 안정적인 대형 업체에 대규모 지원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행과 마찬가지로 산업은행도 핀테크대출 기업 11곳 중 기존 거래기업이 절반을 넘기는 6곳으로 나타났다. 다만 달랐던 것은 금액이 73억원으로 전체의 13%로 적었다. 이는 건수 대비 기존 거래기업에 대한 지원 금액이 적었던 것은 일부 대형 업체에 자금이 쏠렸기 때문이다. 
 
순수 신용대출로 집행된 금액은 473억원으로 전체의 87.6%를 차지했는데 이 역시 대형업체에 대한 자금지원이 신용대출로 이뤄져 나타난 왜곡이다. 
 
실제로 대형업체를 제외한 곳의 평균 대출금은 10억원 안팎으로 대형업체 한곳에 수백억원의 대출금이 쏠린 것으로 추정된다.
 
산은 관계자는 "규모가 큰 업체가 많다보니 한두군데 비정상적으로 나간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의도적으로 일부 업체에 쏠리도록 대출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모두 대출이 아닌 투자 형태로 핀테크 기업에 자금을 지원한 것은 한건도 없었다. 
 
핀테크 대출이 당초의 취지를 살리지 못하면서 중소형 핀테크 기업들의 자금애로 해소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박소영 핀테크포럼 의장은 "눈에 띄는 회사만 자금사정이 조금 나아졌을 뿐"이라며 "기술이 있어도 금융회사는 자본을 요구하고 투자에도 조건이 붙어 여전히 자금조달은 어려운 상태"라고 지적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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