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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긴축 반대' 험로 선택한 그리스 운명은
그렉시트 논란 가중 채권단의 선택은
2015-07-06 13:46:24 2015-07-06 13:46:26
압도적인 반대표로 재신임을 얻는데 성공한 치프라스호 그리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긴축 거부와 유로존 잔류 교집합은 그리스에서 지지세력이 가장 많은 영역이다. 이 공약으로 당선됐던 시리자는 이번에도 똑같은 시나리오로 승리했다. 권력유지에 성공하면서 여유를 찾은 치프라스 정권은 향후 협상에서 고자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진 상태다. 채권단과의 기싸움이 더 치열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도박과도 같은 투표를 감행한 그리스와 이번 투표 결과에 불편한 심기를 표출하고 있는 채권단과의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그리스 사태는 당장 한 치 앞도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재 시장의 중론이다. 당분간 구제금융 협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글로벌 경제도 긴장모드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가장 확실해진 것은 불확실성 뿐"이라고 표현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도 "유로존 탄생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며 우려감을 표명했다.
 
◇ECB와 메르켈의 선택은 
 
향후 그리스 사태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지원 지속 여부와 독일 메르켈 총리의 역할론이다.
 
우선 그리스의 유일한 유동성 공급처 즉, 돈줄인 유럽중앙은행(ECB)이 긴축 거부를 결정한 그리스에게 어떤 태도로 나올지 주목된다. 당장 투표마감 직후인 6일(현지시간) ECB은 긴급유동성지원(ELA)에 대한 증액 여부를 두고 회의를 연다.
 
여기서 증액이 결정된다면 그리스 문제는 일단락되면서 완연한 해결 방향으로 나아갈거란 기대감이 한층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증액 거부 시나리오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그리스로 흘러 들어가는 돈줄을 막아 숨통을 조임으로써 3차 구제금융 협상에서 그리스 협상단의 고자세를 누그러뜨리려고 나올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ELA 지원 없이는 그리스 은행들은 유지 자체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현금이 고갈된 그리스는 3차 구제금융 협상 전 까지 생명줄이나 다름 없는 ELA 지원을 받기 위해 협상테이블에서 채권단과 협상 접점을 찾는데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오는 20일 ECB에 대한 35억유로 채무를 갚지 못할 경우, 그리스는 실질적인 디폴트에 들어갈 수 밖에 없는 처지다. ECB에 대한 채무불이행 시, ELA 회수 조치가 불가피해지면서 ELA 대출 의존도가 높아 그리스 은행권을 중심으로 금융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유동성 지원을 막아 그리스를 압박하면 예상 외로 쉽게 일이 플릴 가능성도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편 예상 밖 투표결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유로존 정상들도 국민투표 결과를 확인한 이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유로존에서 가장 입김이 센 메르켈 총리가 이번 3차 구제금융 협상에서 어떤 포지션을 구축할지도 주요 체크포인트다.
 
메르켈 총리는 투표결과 소식이 전해진 직후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투표에서 반대표가 압승하면서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를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 중인 메르켈 총리의 선택 가능 답안의 범위는 이전보다 좁아진 상태다. 현재로서는 긴축 조건 완화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시간을 끌면서 최대한 긴축 조건 완화의 강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
 
WSJ은 "국민투표 결과는 치프라스가 이겼다는 의미"라며 "메르켈 독일 총리가 가장 큰 도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리스 아테네 신타그마광장에서 5일(현지시간) 채권단 긴축안 수용 관련 국민투표 결과 발표 후 '반대'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렉시트 "있다" vs "없다" 논란 가중 
 
국민투표 이후 그렉시트 현실화 가능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그렉시트가 불가피하다고 외치는 쪽에서는 '유로존에 잔류하기를 희망하나 긴축은 반대한다'는 그리스 국민들의 바람은 절대 이뤄질 수 없는 꿈 같은 얘기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떠나도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며 그렉시트를 용인하고 사태를 매듭 짓는게 낫다는 시각이다.
 
긴축을 거부한 것에 상응하는 대가를 반드시 치뤄야 한다는 것. 실제로 채권단은 '긴축안 수용 거부=그렉시트'라는 경고를 그리스 측에 여러번 날린 상태다.
 
BNP 파리바는 성명을 통해 "국민투표 이후 그렉시트 가능성은 70%까지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한편 그렉시트까지 치달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도 상당수다. 유로존 국가들이 그리스로부터 파생된 유로존 붕괴 시나리오를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그리스와 유로존의 윈윈 전략은 결국 협상 타결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각국의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당장 타결보다는 뒤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협상이 부결돼 그렉시트로 이어진다면 이로 인해 이익을 얻는 국가와 채권단은 없다는 점이 그렉시트 현실 가능성이 크지 않은 이유"라고 말했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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