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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슈퍼스타트업)농업과 IT의 만남 '팜로그'
강수량·기온·토양 정보 제공으로 농업 생산량 증대 이끌어
2015-07-06 11:46:47 2015-07-06 11:46:50
새로운 기술은 보통 삶의 불편을 해소하는데서 출발한다. 농업의 미래로 주목받는 '팜로그'의 시작도 마찬가지였다. 스물두 살의 대학생이었던 제시 볼마르는 삼촌의 짜증섞인 목소리를 들었다. 파종이나 수확 날짜, 날씨 정보 확인 등 농사를 보다 편리하게 해 줄 것이란 설명에 구입한 소프트웨어를 당최 어떻게 써야 할 지 모르겠다고 투덜대는 소리였다. 판매원으로부터 어떻게 사용하는지 교육을 받을 때만해도 분명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다시 쓰려니 좀처럼 쉽지않았다. 삼촌의 농사 도우미 소프트웨어를 찬찬히 살펴보던 볼마르는 자신이 디자인한 홈페이지에 해당 기능을 구현해 사용토록 하는 편이 더 날 것으로 판단했다.
 
볼마르는 자신이 고안해 낸 농사관리 솔루션을 삼촌 이외의 다른 농업인들도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격적인 개발에 나섰다. 5대째 농사를 가업으로 잇고 있는 집에서 나고 자란 탓에 IT기술이 농업에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가져다 줄 지 단번에 꿰뚫어봤기 때문이다. 볼마르는 "인터넷이 세상을 바꿨지만 농업은 바꾸지 못했다"며 IT기술과 농업을 접목한 혁신을 꿈꿨다. 여기에는 어린시절부터 컴퓨터와 인터넷 기술에 익숙했다는 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지금의 클라우드 서비스 초기 형태인 과제 제출 서버를 만들고 미시간 지역 회사들을 위해 웹사이트 제작을 해 줄 만큼 컴퓨터 사용에 능숙했던 인재였기 때문이다.
 
◇팜로그는 농작물 재배 스케줄 뿐 아니라 강수량과 기온 정보도 제공해 농업인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수확량 증대를 돕는다. 사진은 가뭄으로 말라버린 옥수수를 바라보는 한 농부의 모습.(사진=뉴시스/신화)
 
◇"세계에서 가장 정밀한 농업 정보 제공"
 
2011년 볼마르는 고향 친구인 브래드 코흐와 의기투합 해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틀었다. 기존 소프트웨어는 농부들이 밭을 직접 돌아다니면서 노트에 적어 수집한 정보를 집 안의 데스크톱을 켜고 입력을 해야 했는데, 이 과정을 간소화하는데 집중했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디바이스가 확산되고 있었던 사회적 흐름을 반영해 농지에서 얻은 정보를 그 자리에서 바로 입력할 수 있도록 했고, 사용자인터페이스(UI)도 단순화 해 초심자들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팜로그의 이 같은 시도는 곧바로 벤처투자 업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대표적인 스타트업 육성기관 와이콤비네이터(YC)의 선택을 받은 것. 숙박공유 사이트 '에어비앤비',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 웹파일 공유사이트 '드롭박스' 등이 팜로그와 함께 지원을 받았던 동기들이다. 2012년 가을 즈음 팜로그는 하이드파크벤처파트너스로부터 시드머니 100만달러를 조달해 홀로서기에 나섰다. 회사도 실리콘밸리에서 미시간주 앤아버로 옮겼다. 농사 현장에 보다 가까이 있어야 그들이 필요로하는 서비스가 무엇인지를 보다 빨리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는 현명한 선택이었다. 농부들이 언제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비료를 줘야 하는지와 같은 단순한 정보 뿐 아니라 수확량 증가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들에도 높은 관심을 보인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팜로그는 즉시 미국 국립기상국의 강수량 정보를 제곱킬로미터(㎡) 단위로 받아오기 시작했고, 농무부의 토양 상태 정보도 제공했다. 볼마르는 "팜로그에 가입하는 것만으로 최근 10년 치의 강수량과 기온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5년간의 토양 상태를 파악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최근에는 토양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데 실시간 위성 이미지까지 활용하고 있다. 5㎡ 단위로 농지의 모습을 촬영한 후 팜로그가 갖고 있던 이전 5년간의 평균 상태와 비교해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사용자에게 알림을 주는 서비스다. 사용자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제공하는 지도를 이용해 문제가 발생한 지역까지 쉽게 도달할 수 있어 드넓은 밭을 헤매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 이 서비스는 올해 말까지만 무료로 제공되고 내년부터는 유료로 전환된다. 이는 대부분이 무료로 이용가능한 팜로그 서비스의 새로운 수익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제공 중인 유료서비스로는 1년에 300달러의 비용이 드는 '자동 행동기록 패키지'가 대표적이다.
 
◇급속 성장에 벤처 투자도 줄이어
 
출시한 지 3년째인 팜로그는 현재 미국 전역 뿐 아니라 전세계 130여 개국에서 수 천만 명의 고객을 확보할 만큼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지난해 초 만해도 5%에 불과했던 시장 점유율은 지난 5월 현재 20%로 약 1년 만에 4배나 늘었다. 이들로부터 창출되는 농산물의 부가가치만 해도 150억달러에 이른다. 미국에서 320만 여평의 농지에 옥수수, 밀, 콩 등을 재배하고 있다는 한 농부는 "농사 관리와 관련해 여러가지 소프트웨어와 앱을 써봤지만 팜로그만큼 정확하게 수확량을 예측하고 정보를 통제한 서비스는 없었다"며 "팜로그 덕분에 정확한 양의 비료를 준비해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다"고 무한한 신뢰를 보였다.
 
투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4년 초 진행된 시리즈A 투자에서 400만달러를 조달한 데 이어 약 12개월 후 실시된 시리즈B 투자에서는 1000만달러를 유치해냈다. YC의 샘 알트만 회장도 여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팜로그는 농업인들이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수익과 지출을 예상하고 추적할 수 있는데 투자금을 활용할 방침이다. 데이터 과학자, 엔지니어, 디자이너들 채용에 역량을 집중해 연해 30여 명 수준인 직원 수를 연내에 두 배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볼마르의 최종 목표는 자사의 기술로 전세계를 보다 윤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기초적 산업인 농업에 첨단 기술을 녹여내 농업의 미래를 제시하겠다는 것. 그는 "2050년까지 90억명의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겠다"며 "환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보다 저렴한 가격에 먹을거리를 생산할 수 있는 건강하고 생존가능한 기술을 보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사람들이 우리의 기술을 사용하면서 작은 기쁨이라고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만족한다"며 "농업인의 성공이 곧 우리의 성공"이라고도 덧붙였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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