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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손보 매각 봉인된 진실 풀리나…자베즈·대유·MG 그리고 박근혜
2015-07-07 10:00:00 2015-07-07 11:24:44
금융시장에서 이름조차 생소했던 자베즈파트너스는 2013년 2월 사모펀드를 통해 그린손해보험(현 MG손해보험)을 손에 넣는다. 18대 대선 직후다. 당시 시장에서는 내막을 놓고 갖가지 의혹이 불거졌지만 이도 잠시, 진실은 봉인된 채로 남았다.
 
2년이 지나면서 실체가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자베즈와 대유의 특수관계 속에 새마을금고가 실 주인으로 떠올랐다. 뒤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자베즈에 종자돈을 제공했던 대유의 박영우 회장은 박 대통령과 혈연으로 묶여있다. 새마을금고 역시 박정희 정권 때 태동했던 인연이 있다.
 
앞서 대유는 스마트저축은행을 인수한 상태에서 서울신용평가 지분 60.4%에 대한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잡음이 일었다. 금산 분리 원칙에 따라 금융사를 소유한 회사는 신용평가사의 지분 10% 이상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돼 있지만, 예금보험공사는 이 같은 규정을 어기고 대유에게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부여했다. 대선이 있기 불과 넉 달 전이었다.
 
취재팀은 지난 한 달 간 그린손보 매각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던 관계자들로부터 그간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증언을 듣고, 사실관계를 추적했다. 이를 종합하면 그린손보의 매각은 기획 인수에 가깝다.
 
그린손보 매각을 둘러싼 핵심 의혹은 세 가지다. 그린손보 인수를 목적으로 비밀리에 실사까지 진행했던 부산은행이 갑작스레 인수 의사를 뒤엎고 그 자리에 뜬금없이 자베즈가 들어왔다는 점, 자본금 10억원대에 불과한 자베즈가 새마을금고와 하나은행, 대유 등 굵직한 돈줄을 끌어들여 18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했다는 점, 그린손보 매각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새마을금고 대신 자베즈가 금융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점 등이다.
 
그린손보 매각의 숨겨진 진실을 밝혀줄 또 다른 실마리는 새마을금고에 대한 관리 부실에 있다. 새마을금고는 농협·신협 등 여타 신용협동조합과 달리 행정자치부가 관리감독 주체다. 하지만 행자부는 비금융 전문가인 탓에 감독당국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이 같은 관리 사각지대를 틈타 그린손보를 실질적으로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물론 그린손보의 보험업 면허는 시장에서 몇 안 되는 알짜배기다.
 
실제로 새마을금고는 그린손보 인수과정에서 당초 400억원을 출자했다가 2년 새 야금야금 다른 투자자의 지분을 사들여 현재 최대 투자자로 올라섰다. 자베즈 사모펀드는 법망을 피해갈 도피처로, 새마을금고는 해당 펀드를 통해 MG손보를 간접지배하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현행 자본시장법 테두리에서는 보험업에 진출할 수 없다.
 
여기에 그린손보 매각과정에 관여한 인물들의 관계도를 따라 올라가면 의혹은 한층 짙어진다. 자베즈 설립자인 박신철씨의 삼촌인 박영우 대유그룹 회장은 박 대통령의 조카사위다. 당시 그린손보 매각을 주관한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박 대통령의 동생인 지만씨와 고교 동창으로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으며, 매각과정을 감독한 성인석 금감원 손해보험서비스 국장은 현 김성삼 새마을금고 신용공제사업 대표이사와 금감원에서 함께 일했다.
 
최병호·이순민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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