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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윤기원 골키퍼 어머니의 '부치지 못한 편지'
"아들의 자살은 세상이 만든 조작과 거짓"
2015-07-06 06:00:00 2015-07-06 06:00:00
'아들의 진실을 알리는 일이 내게 주어진 숙명이다. 내 생의 마지막 숙제이기에 나는 기꺼이 이 하얀 백지를 메웠다.'
 
지난해 12월11일 <모두의 가슴에 별이 된 골피커>란 책이 세상에 나왔다. 주인공인 고(故) 윤기원(당시 24세) 골키퍼가 세상을 떠난 2011년 5월6일 이후 3년 7개월 만이다. 윤 선수의 어머니 옥정화씨가 쓴 이 책은 멈춰버린 그간의 시간에 대한 토로다. 언론을 포함한 소통 창구가 막혀버렸다는 생각이 들자 옥정화씨는 어머니의 이름으로 직접 펜을 들었다. 필자는 최근 이 책과 관련된 소식을 재차 접하면서 꼭 한번 짚어야 한다는 일종의 '부채의식'을 떨치기 힘들었다.
 
책 내용과 옥정화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세상은 윤기원 골키퍼의 죽음을 자살로 정리했다. 경찰은 '개인적인 이성 문제와 주전 경쟁에 따른 스트레스'를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옥정화씨를 비롯한 유가족은 이 말을 믿지 않고 있다. "아들의 죽음은 자살이 아니다"라는 옥정화씨의 외침은 그날 이후 하늘에 부치지 못한 편지가 돼 세상을 떠돌고 있다.
 
옥정화씨는 여전히 아들의 사망 신고를 하지 않았다. '떠나보내지 못해서'라든가 '가슴에 살아 있어서'와 같은 일차원적인 감성이 이유라면 차라리 덜 아플 터다. "사망 신고를 할 경우 아들의 죽음이 자살로 인정되기 때문"이라는 명확한 논리 앞에서는 슬픔이 울분으로 승화한다.
 
윤기원 골키퍼가 세상을 떠날 당시 축구계는 한창 승부조작 때문에 시끄러웠다. 윤 선수의 죽음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옥정화씨의 주장이다. 사건 당시 윤 선수는 휴게소 주차장에 세워진 자동차 안에서 타다 남은 번개탄과 현금 100만원과 함께 숨진 채로 발견됐다.
 
그러나 옥정화씨는 경찰의 이해할 수 없는 수사 방식과 대처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이 자살로 단정 짓고 수사를 급히 마쳤다는 주장이다. 사건 당일 윤 선수가 맥주와 안주는 샀으나 번개탄을 구매했다는 증거가 없으며 심지어 불을 붙였다고 하는 라이터에서도 아들의 지문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옥정화씨의 반론이다. 사건 전후의 CCTV 공개를 경찰이 거부한 점, 윤 선수의 휴대전화 통화내역과 문자기록이 전문가에 의해 삭제된 점, 윤 선수의 상을 치르던 날 동료 선수들이 A 선수를 통한 승부조작 외압이 있었다고 한 점 등을 옥씨는 조목조목 내세우고 있다.
 
아들은 말 없이 하늘로 떠났고, 이제 어머니가 남은 흔적과 파편을 엮어가며 아들을 대변하고 있다. '밝히느냐, 감추느냐' 아니면 최소한 '듣느냐, 마느냐' 하는 선택이 우리 몫으로 남았다.
 
임정혁 스포츠칼럼니스트 komsy1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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