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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위험의 외주화, 법으로 강제해야
2015-07-05 14:04:08 2015-07-05 17:28:40
지난 3일 오전 비보가 들렸다. 한화케미칼 울산 2공장 폐수처리장 저장조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협력사 직원 6명이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었다. 무엇보다 이번 사고가 한화케미칼의 부실한 사전 안전점검이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예고된 인재였다는 지적이다.
 
앞서 <뉴스토마토>는 5월27일치 지면에서 1면과 5면, 6면, 7면 등 4면에 걸쳐 산업계 전반에 만연한 ‘위험의 외주화’ 실태를 고발하고, 법적 보완과 함께 원청의 책임 있는 자세를 시급히 촉구했다.
 
당시 탐사부 산하 특별취재팀이 5월 한 달 간 원·하청 근로자 510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유해·위험 업무는 도급이란 이름으로 하청업체가 전담하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사상자 대부분이 협력사 등 하청업체 직원들로 채워졌다. 특히 이들은 산재 처리 과정에서도 철저히 소외되며 생계를 걱정해야 했다. 사지로 내몰리는 것도 모자라, 사고 이후에도 차별 받는 데는 원·하청의 구조적 병폐가 근원이었다.
 
무엇보다 잦은 사고에도 작업장의 위험도가 개선됐다는 응답이 19.6%에 그칠 정도로 안전 대책은 말 뿐이었다. 또 산재 발생 원인(중복응답)으로 ‘관리자의 작업 강요’(27.8%), ‘위험물 방치’(23.5%), ‘작업 절차 미준수’(23.5%)의 비율이 높았다. 원청의 형식적이고도 부실한 안전관리와 무리한 작업 요구가 사고의 원인이었음에도, 이들은 여론의 질타에서 벗어나면 다시 관행으로 회귀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현실이 이토록 기형적이라면 규제 마련을 통해 강제화에 나서야 한다. 유명무실한 산업안전보건법을 손질해, 최소한 유해·위험 업무에서만이라도 도급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거나 원·하청 공동 작업을 제도화해야 한다. 이마저도 재계의 반발로 당장 개정이 어렵다면 원청에 대한 처벌 수준을 크게 높여 안전 문제를 대하는 대기업의 인식 자체를 전환토록 유도해야 한다.
 
하청 노동자가 목숨을 잃어도 벌금형으로 끝나는 불편하고도 참혹한 현실이 지속되는 한 우리사회가 말할 수 있는 ‘정의’는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이 대기업의 위험 업무에 투입되고 있다. 산업 현장은 요행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전장이 아니다.
 
김기성 탐사부장 kisung012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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