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광주유니버시아드, 초반부터 '삐그덕'
개회식 논란·홍보 부족·부적절 심판 등 겹쳐
2015-07-06 06:00:00 2015-07-06 06:00:00
지구촌 대학생들의 스포츠 축제인 하계 유니버시아드의 올해 대회가 3일 오후 7시 광주광역시 유니버시아드 주경기장서 열린 개회식을 통해 본격적인 열전에 돌입했다.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국내 개최는 지난 2003년 치러졌던 대구 대회에 이어 12년 만이자 1997년 무주 동계 대회를 합쳐 세번째다.
 
하지만 대회 초반부터 많은 문제가 불거져 대회의 성공 개최에 의문을 낳고 있다. 대회 개회식의 내용에 대한 논란과 대회 홍보의 미진함은 물론 부적절한 심판이 투입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여러 사안에 걸쳐 무수한 비판을 들은 인천아시안게임에 비해 오히려 개악된 국제 대회라는 평가와 함께 국제적 망신에 대한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올해 28회 째로 '창조의 빛, 미래의 빛(Light Up Tomorrow)'이라는 슬로건 하에 진행될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는 세계 149개국의 1만3000여 명의 선수단이 참가해 14일까지 21개 종목에서 272개의 금메달을 놓고 열전을 벌이게 된다. 4일 오후 2시 기준으로 등록된 엔트리는 1만3018명(선수 8395명, 임원 4072명, 심판 551명)이며, 한국은 19개 종목의 516명(선수 382명, 임원 134명)이 참가한다.
 
개회식은 'U are Shining(젊음이 미래의 빛이다)'을 주제로 식전행사, 공식행사, 문화행사 등이 진행됐다. '빛 고을' 광주답게 빛을 빈번히 활용한 점이 돋보였다. 기대를 모았던 최종 성화 봉송 주자는 지역 출신 체조 선수인 양학선(23)과 '코리안특급' 박찬호(41)였다. 앙학선이 성화를 높이 들자 박찬호가 나왔고 둘은 함께 성화에 점화했다.
 
대통령 취임식 예술감독 출신 박명성 감독이 개회식 진행을 총괄한 만큼 시청각적 효과는 좋았다. 온라인에는 관련 호평이 일부 올라오기도 했다. 그러나 본지가 3~5일 광주 곳곳을 다니며 만난 광주시민 대다수는 개회식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빛' 외에 광주에 대한 정체성이 없다는 내용이다.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개회식이 진행 중인 유니버시아드 주경기장. ⓒNews1
 
개회식 입장 절차에 대해서도 불만이 터져나왔다. 과도한 검문으로 행사시작 후에도 들어가지 못한 관객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현장 관계자는 "각자 사전 예약한 좌석 구역에 맞는 문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일반 관객은 물론 자원봉사자도 우왕좌왕하며 질서 유지가 어려웠다. 조직위는 "소지품 검사는 물론 메르스 예방 조치로 입장이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부족한 취재공간도 문제였다. 급기야 조직위가 국내외 취재진에게 "(취재장비를) 당장 치우지 않으면 바로 들어내버리겠다"고 협박하고 폭언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조직위가 준비한 50여 좌석에는 3명만이 앉았다. '귀빈특혜' 논란이 국내외로 불거지자 조직위는 "국제 스포츠 대회에 있는 옵저버석"이라고 해명하며 "미리 충분히 알리지 못한 점과 현장 인력의 부적절 언어 사용에 대해 사과한다"고 전했다.
 
부적절 심판 투입도 이슈였다. 지난달 경찰이 유도계 비리 수사의 핵심 인사로 지목한 안병근(53) 용인대 교수가 4일 심판에 나서면서 논란이 됐다.
 
오전 경기 도중에도 비판이 이어지자 결국 오후에 심판이 교체됐다. 조직위는 "심판 배정은 국제유도연맹 추천을 받아 경찰발표 전에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이 지정했다. 지정은 경찰발표 전에 이뤄졌다"면서 "심판위원회와 협의해 곧바로 (교체)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올림픽'이라는 홍보와 달리 경기장에서 대학생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남대·조선대·충장로 등지서 만난 대학생들은 "대회야 아는데 언제 어떤 경기를 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6000억원을 넘게 투자하고도 '그들만의 대회'로의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대회 폐회식은 오는 14일 저녁 개회식과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다. 이벤트 전문가들은 지금이라도 서둘러 대비책을 마련해야 '실패대회'라는 오명을 면할 것이라 조언했다.
 
◇각종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안병근 용인대 유도경기지도학과 교수가 지난 4일 오전 광주 염주빛고을체육관서 열린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유도 경기 심판으로 참여해 논란이 일었다. 안 교수는 논란이 커지자 오후에 교체됐다. ⓒNews1
 
광주=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