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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손보에서 그린손보, 다시 MG손보까지…질곡의 68년
2015-07-07 10:00:00 2015-07-07 12:15:23
MG손해보험은 지금까지 3차례 사명을 바꿨다. 국제손해보험을 시작으로 그린손해보험을 거쳐 지금의 MG손해보험이 됐다. 그린손보가 부산권을 중심으로 활동한 데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탓에 전국적 인지도가 낮고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국제손보 때부터 따지면 MG손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손해보험사 중 하나다.
 
국제손보는 1947년 1월 국제손해재보험 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이후 1965년 국제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로 이름을 고쳤고, 1970년에는 남대문에 국제화재빌딩까지 지었다.
 
1990년대 초까지 잘 나가던 국제손보는 1997년 외환위기(IMF) 때부터 휘청대기 시작한다. 당시 많은 은행과 보험사들이 경영난을 겪으며 합병과 사업철수·파산을 맞았는데, 국제화재도 파장을 피하지 못했다. 2001년 제일화재(현 한화손보)와 국제화재, 리젠트화재(현재 파산)는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금융당국에 경영정상화 계획을 제출하고, 매각 절차를 밟는다. 2002년 1월 근화제약이 157억원을 들여 국제화재를 인수한 후 그린화재로 사명을 바꿨다. 그린화재 초대 사장에는 강태흥 IMI코리아 사장이 선임됐다.
 
그린화재는 2004년 이영두 인핸스먼트컨설팅코리아 회장이 대주주에 오른다. 이 회장은 부산대 상대를 졸업한 후 증권사에서 근무한 증권맨 출신이다. 일찍부터 해외근무 경험을 통해 글로벌 감각을 익혔으며, 40대 초반에 일약 국내 10대 보험사를 이끌게 된다.
 
2008년 그린화재는 사명을 그린손해보험으로 변경했지만 불과 5년 만에 부실 금융기관으로 지정돼 매각되는 운명을 맞는다. 애초 그린화재는 근화제약에 인수되기 전부터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이영두 회장은 적자를 타개하기 위해 운용자산을 주식 투자에 돌리게 되는데, 하필 이게 부실을 더욱 키웠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는 대리점 등을 통해 보험계약을 맺고 보험 계약자로부터 받은 보험료(원수보험료)를 주 수입원으로 삼는다. 그리고 투자 등 자산운용을 통해 이익을 얻는다. 하지만 자산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자산운용 비중은 최대 10%를 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그린손보는 원수보험료가 8000억원대에 불과했음에도 주식투자 등 자산운용 비중이 전체 사업의 30% 이상을 차지했다. 그러면서 그린손보는 법정관리 직전인 2010년~2011년 당기순손실만 1000억원대를 넘었다.
 
일각에서는 이영두 회장의 외고집이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했다고 지적한다. 전직 그린손보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은 부산대 출신으로 당시 참여정부 라인과 연결될 수 있었지만 연줄을 거부하고 비주류를 자처했다"며 "금융당국에 도움을 얻을 수 있었으나 스스로 돌파하려는 의지가 강했고, 그래서 당국에 더 밉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그린손보는 2013년 2월 자베즈 제2호 투자목적회사에 인수된다. 당시 인수금액은 1800억원대. 자산부채이전방식(P&A)을 통해 헐값 인수 논란까지 일었지만 이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경영실패와 법정관리에 대해) 대단히 부끄럽고 송구스럽다"는 말만 남기고 매각에 동의한다. 이 회장이 그린손보 대주주가 된 지 10년 만이다.
 
그린손보가 MG손보로 인수됐지만 경영사정은 뚜렷이 개선됐다고 보기 힘들다. 2013년부터 올 1분기까지 경영실적을 보면 MG손보의 원수보험료는 그린손보 매각 직전인 8000억원대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MG손보 역시 900억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인수 후 MG손보는 단 한 번도 당기순이익을 기록하지 못했다. 그린손보 부실의 가장 큰 원인인 과도한 자산운용 비중 역시 MG손보에서 그대로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MG손보의 자산운용 이익률은 2.54%다. 국내 손보사 평균인 4.02%의 절반이다.
 
이에 대해 MG손보 측은 "그린손보의 적자를 메우려다 보니 초기에 자산손실이 컸다"며 "경영구조를 개선 중이며 자산운용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그린손보-MG손보의 재무실적(단위: 억원). 자료/MG손해보험
 
최병호·이순민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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