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방식이 달라진다. 내년부터 한 계좌에 원하는 펀드나 예금 등을 선택하고 변경할 수 있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도입되기때문이다. ISA 도입은 중산층이 부를 축적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는 금융당국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ISA내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해 정부가 배당소득세, 양도차익 등 세금을 부과하지 않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초저금리 시대에는 절세가 곧 투자수익인 만큼 비과세 상품이 사라져 가는 상황에서 ISA의 장점은 더욱 부각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내년에 도입되는 ISA는 어떤 모습일까. 아직 비과세 등 큰 방향외에 정해진 것은 없지만 앞서 ISA를 도입한 영국과 일본의 사례를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영국, 자산축적·자본시장 발달 기여..'두마리 토끼 잡아'
영국은 1994년 ISA를 도입했는데 공적연금 등 사회보장제도만으로는 개인의 노후생활을 온전히 대비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영국 내 ISA는 예금형ISA와 증권형 ISA로 운영되며 현금성 예금, 보험, 주식, 채권, 펀드 등 다양한 상품을 자유롭게 편입할 수 있다. 인출에 대한 특별한 제약은 없지만, 계좌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는 없으며 증권형 계좌에서 예금성계좌로 이전이 가능하지만, 예금형 계좌에서 증권형 계좌로 이전은 불가능하다.
국영보험에 가입된 16세 이상의 영국 거주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16세 이하의 경우 주니어ISA(JISA)에 가입, 성인이 되면 ISA로 변경된다.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자산을 축적할 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히, 전체 저축 한도 중 예금형 계좌의 저축 한도를 낮게 책정하여 많은 금액이 투자 자산에 투자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그 결과 ISA 적립액은 14년 새 4배 가까이 불어났다. 영국국세청(HMRC)에 따르면 과세연도 기준 2000년 ISA의 누적 적립액은 1조2270억7000만파운드(약 2131조 3960억원)에서 2013년 4조 4283억 5000만파운드(약 7691조 9553억원)로 급성장했다. 13년간 약 3.6배 증가한 것이다. 황원경 KB금융지주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영국은 ISA 도입을 통해 개인들이 장기적으로 자산을 축적해 나갈 수 있도록 지원했으며 그 부수적 효과로 자본시장 발전에도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NISA "일본 주식 사세요"..일본 증시 안전판 '역할'
일본 역시 영국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해 지난해 ISA를 도입하며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 역시 가계의 안정적 자산형성을 지원하고 개인의 금융자산을 일본 경제성장의 기반으로 활용한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것이다. NISA는 연간 100만엔( 2016년부터 120만엔 상향)범위 내에서 상장주식과 ETF(상장지수펀드)를 포함한 펀드에 투자 시 5년간 양도차익과 배당소득에 비과세혜택을 부여한다.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간 투자할 수 있고, 20세 이상 일본 거주자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어 가입자격 제한도 없다. 특히, 일본은 증권형 계좌에 큰 비중을 두고 적극 홍보에 나서면서 펀드 및 주식시장 자금유입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분석이다.
일본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금융기관을 통해 650만명이 NISA계좌를 신청했고 2014년 말 865만명까지 늘었다. NISA계좌 평균투자금은 59만 3000엔(589만원)이고 기존 투자자 중 50%는 추가 자금예치를 고려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NISA도입 이후 일본 증시는 연기금과 기관자금 유입으로 상승 흐름을 지속하면서 닛케이225지수는 2만선을 돌파했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연말까지 NISA계좌를 통해서만 2~2.5조엔의 자금이 유입됐다"며 "일본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노무라 종합연구소도 향후 5년간 1조4000억엔의 개인 자금이 NISA를 통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며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일본 증시는 매해 5%씩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형 ISA는 어떤 모습?
그렇다면 우리나라 ISA는 어떤 모습일까. 우선 계좌 하나에 예금, 주식,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골라 담을 수 있게 했다. 일본이 NISA에 예금, 채권을 제외하고 펀드와 주식만 담을 수 있게 한 것과 달리 투자의 폭을 넓힌 것이다. 문제는 ISA 계좌를 이용할 수 있는 자격요건이다. 현재 논의 중인 자격요건은 연봉 5000만원 내외까지인데 업계는 요건을 더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서민층을 위한 재형저축 상품을 선보였지만, 연봉 제한 때문에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ISA 계좌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지 않도록 더욱 많은 대상에 혜택이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5000만원으로 제한할 경우 사실상 실소득이 많지 않아 투자 여력이 없는 사람들로 제한될 것이라며 큰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황 연구위원은 "금융권은 다양한 금융자산을 담을 수 있도록 금융상품 개발에 힘써야 한다."며 "개인 입장에서는 상품 간 이동을 자유롭게 보장함으로써 제도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거부감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