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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일 보선장비 구매 특정업체 밀어주기 의혹
한 업체가 사실상 납품 독점…"입찰 정보 제한해 경쟁 차단" 주장
2015-07-02 17:00:00 2015-07-02 17:19:51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철도 안전운행을 위해 필요한 대당 수십억원대 장비를 십여년간 특정업체를 통해 구매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형식은 경쟁입찰이지만, 입찰조건을 해당업체에 유리하게 함으로써 사실상 특혜를 줬다는 지적이다. 배경에는 철도고(현 한국교통대) 학연을 바탕으로 한 이해관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2일 복수의 철도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코레일 시설기술단은 철도 보선장비(철도 궤도의 뒤틀림을 바로 잡거나 도상의 자갈을 다질 때 쓰는 장비)를 조달하면서 오스트리아의 '플라서 앤 토이러(Plasser & Theurer, 이하 플라서)' 제품만을 유독 편중, 구매해 왔다. 업계에 따르면 코레일 보선장비 중 90%가 플라서 장비로, "겉으로만 경쟁입찰"이라는 지적이다. 주요 보선장비는 아직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아 전량을 수입에 의존한다.
 
실제 취재팀이 코레일 전자조달시스템을 통해 지난 2007년 1월부터 올 6월까지 코레일의 보선장비(외자) 구매계약을 분석한 결과, 총 36건 중 30건이 플라서 제품 구매 건이었다. 이에 대해 코레일 측은 "구매 입찰에 플라서 장비 납품업체만 응찰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플라서 장비 외에는 투찰이 이뤄지지 않아 플라서 장비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코레일의 보선장비 구매공고 세부요건을 보면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을 잃는다. 코레일은 플라서 장비 및 부품이 납품될 수밖에 없는 조건으로 구매공고를 내고 있다.
 
코레일이 올 3월 낸 '보선장비 부품(외자) 구매입찰 공고(유압밸브 등 51품목)'를 보면, 멀티플타이탬퍼(MTT: Multiple tie tamper)에 대해 장비 부품번호와 용도, 외형 규격(전체 길이와 폭)만 적시됐을 뿐, 실제 납품에 필요한 세부 정보와 상세 도면은 비공개로 접근이 제한됐다. 코레일에 장비를 납품해 온 플라서 업체 외에는 코레일의 요구에 맞는 제품 제작 자체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구조다. 특히 경쟁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세부 정보를 공개해달라는 기업 요청도 코레일은 ‘영업상 비밀’을 이유로 거부했다. 
 
◇오스트리아의 플라서 앤 토이러(Plasser & Theurer)가 제작한 '멀티플타이탬퍼(MTT: Multiple tie tamper)'. 사진/뉴스토마토
 
이는 곧 플라서로부터 장비를 수입해 납품하는 국내 대리점의 독점 혜택으로 이어졌다. 2012년 1월 해당 대리점의 설립 이후 총 10건의 계약을 코레일로부터 따냈고, 금액은 18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코레일이 발주한 총 입찰 건수는 19건, 이중 16건이 사실상 플라서 장비 구매 건이었다. 이곳의 설립자 겸 이사인 P씨는 철도고 졸업생으로, 구매 건을 결정하는 코레일 주요 간부 및 실무담당자 등과 선후배 사이인 데다 친분도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호·방글아 기자 choib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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