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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그리스 새로운 국면 맞나…국민투표 철회 여부 '촉각'
채권단 "투표 철회 안 하면 협상 기회 없다"
2015-07-01 15:38:30 2015-07-01 15:38:30
그리스가 채권단의 긴축안 수용 여부를 국민투표로 결정하겠다는 초강수를 거둬들일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30일(현지시간)부로 2차 구제금융 종료시점이 지나자 그리스는 3차 구제금융 재요청에 들어가면서 다시 손을 벌린 상태다. 이에 채권단은 국민투표를 취소해야만 고려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국민투표를 강행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장담할 수 없다며 으름장까지 놓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가 국민투표에 대한 입장을 바꾸지 않는 한 그리스측 요청에 대한 협상의 여지는 아예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그리스 사태가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간다해도 유로존에 끼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충격도 충분히 흡수 가능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국민투표 철회에 대한 압박용 멘트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최악의 시나리오를 감내하더라도 더 이상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포기하지 않으면 더 이상 협상의 기회 조차 주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정작 가장 속이 타들어가는건 그리스 쪽이다. 국가 신용등급과 주요 은행들의 신용등급까지 곤두박질 치고 있는 상황에서 빼곡한 채무상환 일정까지 맞아야 하는 그리스는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현금 고갈로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는 그리스가 승부수로 띄웠던 국민투표를 취소하고 채권단과 다시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28일(현지시간) 아테네의 총리 사무실인 막시모스 맨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투표 찬성여론 '우세'…채권단 요청 수락할 것
 
그리스가 국민투표를 밀어붙여 실시된다면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최근 그리스의 한 일간지에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채권단의 개혁안 수용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46.5%, 반대한다는 응답은 34%로 나온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표를 던지라고 독려하고 있는 치프라스 총리의 입김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반대표가 많이 나올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그리스 국민들은 고통스러운 긴축안에 대해 극명한 거부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그렇다고 유로존 품을 떠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국민투표는 구제금융안에 대한 것을 넘어 결국 유로화에 대한 투표로 규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채권단의 개혁안을 받아들이자는 의견이 나오면 국민의 뜻에 따르고 사퇴하겠다고 발표했다. 만약 실제로 찬성으로 결론이 날 경우, 치프라스는 그리스를 디폴트(채무 불이행)라는 벼랑까지 몰고갔다는 불명예와 함께 6개월만에 총리직에서 제 발로 걸어나와야 하는 굴욕을 맛봐야 한다. 때문에 치프라스의 속내는 그 어느때보다 복잡할 수 밖에 없을 터.
 
시장 전문가들은 결국 치프라스 총리가 채권단의 국민투표 철회 요구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서라도 이 같은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논평을 통해 "치프라스는 리더로서 내려야 할 결단을 국민들에게 미뤘다"며 "그의 정치쇼의 속임수는 이제 곧 만천하에 드러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국민투표 'NO'
 
한편 일각에서는 만에 하나 치프라스가 국민투표를 강행해 반대표가 많이 나올 가능성을 아예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만약 현실화될 경우, 디폴트는 물론 그렉시트도 불가피해진다. 이는 경제적으로는 물론 특히 정치적 측면에서 매우 뼈 아픈 좌절로 받아 들여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렉시트가 발생하더라도 과거처럼 유럽 전체의 시스템 위기로까지 번질 가능성은 낮을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유로화의 가치 하락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곧 달러 강세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자산 시장에서는 위험자산의 전반적인 조정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그리스 은행들이 발칸 반도 국가들에게 많은 대출을 해주고 있기 때문에 은행 디레버리징(부채 정리)이 발생하면 해당 국가에서 자금 유출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우려하는 대목이다. 그리스은행 대출 비중은 불가리아가 GDP의 19%, 마케도니아 17%, 알바니아 15%, 세르비아 11%, 루마니아 8% 등이다.
 
때문에 그렉시트의 파급 효과를 우려한 유로그룹에서 새로운 제안을 할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금융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을 우려한 유럽중앙은행(ECB)이 긴급유동성자금(ELA)을 늘리거나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인정할 수도 있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국민투표 결과가 부결로 나온다면 ECB가 유로존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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