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필하모닉의 현악 실내악단 '베를린 필하모닉 카메라타'가 7월 초 전국 5개 지역에서 7회에 걸쳐 최초로 내한공연을 펼친다.
이번 공연은 '제26회 이건음악회'의 초청공연으로 성사됐다. 이건음악회는 이건그룹이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1990년부터 진행해온 프로그램으로, 일반 대중에게 실력파 해외 연주자의 음악을 보다 손쉽게 접하게 한다는 게 모토다.
베를린 필 산하 앙상블이 이건음악회에 초청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3회 브라스 앙상블과 25회 목관 5중주인 윈드퀸텟에 이어 올해 3번째로 현악 5중주인 카메레타가 초청됐다.
(사진제공=이건창호)
베를린 필하모닉 카메라타는 2001년 창설된 현악 실내악단으로, 베를린 필의 악장 맡고 있는 안드레아스 부샤츠를 포함해 총 5명의 베를린 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 단체는 알브레히트 마이어, 벤젤 푹스, 미샤 마이스키, 타티아나 바실예와 등의 솔로 연주자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공연하는 정상급 연주단체로, 바로크 시대부터 현대음악에 이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다룬다.
이번 내한공연에서는 이탈리아 작곡가 타르티니와 독일 작곡가 텔레만을 비롯해 바흐와 헨델의 곡 등 바로크 시대 음악을 연주한다. 협연자로 베를린 필의 수석 트럼펫 연주자인 가보 타르코비, 쳄발로 솔리스트인 크리스천 리거도 함께 한다.
공연에 앞서 1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카메라타는 공연에서 선보일 곡 중 타르티니의 '트럼펫 협주곡 D장조 D53', 레스피기의 '류트를 위한 옛 춤곡과 아리아 모음곡 3번 중 2악장', 텔레만의 '트럼펫, 현, 쳄발로를 위한 협주곡 F단조' 등의 일부를 연주했다. 짧은 연주였음에도 불구하고 농익은 현의 음색과 잔잔한 쳄발로 반주, 명징한 트럼펫 소리가 한데 어우러지며 세계적인 앙상블다운 실력을 과시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안드레아스 부샤츠는 "카메라타만의 공연이 아니라 트럼펫, 쳄발로의 솔리스트를 초청했기 때문에 협연자들을 돋보이게 하는 곡을 먼저 선정한 다음, 여기에 어울리는 곡을 고르게 됐다"면서 "우리가 느끼는 기쁨을 청중들도 함께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프로그램을 짰다"고 소개했다. 부샤츠는 특히 트럼펫 주자의 비르투오소(테크닉과 예술성)가 드러나는 곡이 많다고 귀뜸했다.
1984년 카라얀이 베를린 필과 내한한 이후 처음 한국에 왔다는 관록의 비올리스트 울프강 탈리츠는 이번 공연의 감상 포인트로 편곡의 묘미를 제시했다. 탈리츠는 레스피기의 곡을 언급하며 "흥미롭게 편곡된 곡을 통해 '(원곡이) 이렇게 작은 규모의 체임버 음악에서는 어떻게 들릴까'에 초점을 맞추면 재미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보케리니의 곡에 대해서는 "'마드리드의 리티라타'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데 사실 바로크보다는 로코코에 가깝다"며 "보케리니가 마드리드에서의 호화로운 생활을 회상하며 만든 곡인데 이런 부분을 염두에 두고 감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카메라타는 이건음악회에 참여하는 데 대한 의미와 감사의 뜻을 표했다. 탈리츠는 "세계에는 부유한 사람이 많고 여러 방법으로 사회공헌을 하고 있지만 음악회 개최는 사회공헌으로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런 음악회를 누군가가 나서서 만들어내지 않으면 바로크 음악 프로그램을 접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니셔티브를 통해 우리가 좋은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또 관객들이 전형적인 클래식 곡에서 벗어나 좀더 풍요로운 문화생활을 하게 된다는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26회째를 맞는 올해 음악회는 오는 2일부터 8일까지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 고양 아람누리 아람음악당, 서울 예술의전당, 이건 본사, 대구 시민회관, 부산 문화회관 등에서 차례로 열릴 예정이다. 무료로 진행되는 이번 공연의 티켓추첨은 지난 6월 3일부터 14일까지 이건 홈페이지(www.eagon.com)와 블로그(www.eagonblog.com)를 통해 진행됐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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