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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츠Go,Go)여행을 떠나는 몇 가지 핑계
2015-07-02 06:00:02 2015-07-02 06:00:02
섬 외연도는 여행의 철학을 물어왔다. '여행이 나를 키웠다'고 말하는 무라카미 하루키는 그의 저서 <하루키의 여행법>에서 ‘여행을 하는 행위 자체가 그 본질상 여행자의 의식의 변혁을 강요하는 것이듯, 여행기를 쓰는 작업 역시 독자로 하여금 그러한 의식의 변혁을 더불어 느낄 수 있도록 해야 참다운 의미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때문에 그는 여행지에서는 카메라도 별로 사용하지 않으며, 대신에 개별 여행자의 눈으로 여러 가지를 명확히 관찰하고 머릿속에 정경이나 분위기, 소리 같은 것을 생생하게 새겨 마음에 담는다고 언급한다. 자신이 그 공간에서 녹음기가 되고 카메라가 되어 풍경을 심상에 새기는 일련의 과정에 몰두한다는 것이다.
 
(사진=이강)
 
여행이 일반화된 지금, 아주 특별한 여행지나 신비로운 여행지는 어쩌면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때문에 모든 여행지에서의 개별 여행자의 태도와 마음가짐이 매우 중요하며, 그럼으로써 그 의미와 시간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길에서 만난 어떤 여행자는 삶이 여행이고, 길을 걷는 것이 인생과 닮아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어떤 이들은 여행을 하는 행동이 책을 읽는 행동과 같다고 여겨, 마치 공부하듯이 여행을 떠난다고도 한다. 또 여행이 다반사가 되어버린 지금이야 그냥 먹고 보고 즐기는 것이 최고의 여행이라는 이들도 있다. 언젠가 젊은 청년작가들이 '여행을 떠나는 핑계'를 테마로 책을 쓴 적이 있다. 거기에서 각자의 여행자는 각자의 핑계로 각자의 공간으로 배낭을 꾸려 떠나고 있었다. 도시의 산문적인 삶에서 벗어나 좀 더 여유롭게, 즉흥적으로 나만의 여행을 설계한 것이다. 오래도록 길을 걸어본 지금, 나는 시인처럼 화가처럼, 음악가처럼 여행하기를 권하는 마음이다. 사람마다 모두 기억하고 보고 듣고 느낀 것이 다르니 모든 각자의 여행은 나만의 감각으로 변주되어야만 하지 않을까?
 
이강 뉴스토마토 여행문화전문위원  gha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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