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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투모로우)부동산은 ‘월급’, 가격의 노예에서 벗어나라
박원갑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악어 대신 젖소 사육업자가 돼라"
2015-07-02 06:00:00 2015-07-02 06:00:00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앞으로 부동산을 통해 목돈을 쥐기보다는 월급 형식의 현금흐름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스토마토
 
국내 노인 빈곤율은 일본의 2배가 넘고 OECD 회원국 중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중년 이후 노후 준비에 대한 경종이 울리고 있다. 특히 700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 출생자) 세대가 은퇴를 시작하면서 4050 세대의 은퇴 준비 부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 2012년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4~50대 중 노후 준비가 된 경우는 45%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 이상 자녀 뒷바라지보다는 자신의 노후를 준비해야하는 4~50대의 경우 한 발 빠른 노후 대비전략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가장 중요한 자산으로 꼽히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투자전략이 부실한 실정이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을 초청해 베이비부머의 부동산 투자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4~50대 이상 연령대에게 있어 부동산은 담요 혹은 안전망을 찾는 과정이다. 최근 오피스텔이 인기가 있다는 것은 노후가 불안한 것에 대한 방증이고, 안전망을 찾기 위한 베이비부머의 발버둥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과거 2000년대 초반 대형 아파트의 신화를 통해 목돈을 쥔 사례가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부동산 시장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고 새롭게 부동산 투자전략을 짜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지난달 24일 뉴스토마토가 주관하고 서울 합정동 아르테 홀에서 열린 제2회 <해피투모로우>에서 “많은 베이비부머 이상 세대들에게 부동산은 투기보다는 노후 발판의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고령화 사회에서 효율적으로 부동산에 자산배분전략을 짜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을 통해 단 한번의 가격 상승에 올인하는 구조를 두고 악어 사육업자 구조, 임대를 통해 매달 돈을 벌어들이는 구조에 대해서는 젖소 사육업자 구조라고 분류했다. 박 위원은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이 임대 사업자라는 사례를 거론하며 부동산을 ‘현금 흐름’의 가치로 바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집은 하우스가 아니라 홈이다
 
수년전 국내 수많은 4~50대들이 하우스 푸어가 되면서 엄청나게 큰 홍역을 치뤘다. 하우스 푸어는 주택마련을 위해 무리한 대출로 인해 생인 이자 부담과 원 금 상환 부담 등으로 빈곤하게 사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주택담보대출을 집 값의 50% 이상을 받고 원금은커녕 이자만 근근이 갚아가는 가구가 190만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집값이 비쌀 때 이를 담보로 돈을 빌린 후 원금을 갚지 않아온 50~60대 하우스푸어는 소득이 제자리인 가운데 빚이 계속 불어나고 있어 위험한 상황에 내몰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된다. 하우스푸어의 문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의미다.
 
박 위언은 “하우스푸어는 집을 홈으로 보지 않고 하우스로 바라봤기 때문”이라며 “홈은 안식처이고 하우슨 교환의 대상이고 투자재로 보는 것을 말한다. 집을 지나치게 하우스로 바라봤기 때문에 변동성이 생기고 후유증이 생긴 것이다. 더 이상 집값이 오르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동산 투자하는 것은 커다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가격이 아닌 가치에 ‘올인’하라
 
박 위원은 하우스푸어를 두고 ‘가격의 노예’라고 표현했다. 가격이 오를 때는 축복이 되겠지만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모든 것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은 나이가 들어갈수록 가격보다는 가치에 승부를 보라고 조언했다. 노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나치게 가격지향적인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파트의 경우 금융상품처럼 거래하기 쉽지 않고 가격 특성도 변동성이 심해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한 박 위원은 “가격에 올인하는 방식을 버리고 부동산이 월급이 돼야 한다. 그래야 부동산이 행복을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과수원을 평가할 때 땅이나 나무의 그루수로 과수원을 평가하지 않고, 열매가 얼마나 열리는지를 두고 가치를 평가한다는 사례를 설명한 박 위원은 부동산 역시 같은 방식으로 부동산을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 이상은 악어가 아닌 젖소를 사육하는 방식으로 투자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 “악어 사육업자는 악어를 통해 단 한 번 행복을 얻는다. 악어를 죽이고 배를 갈라서 가죽이나 고기를 얻을 때”라며 “반대로 젖소는 매일 아침마다 우유를 통해 행복을 줄 것이다. 부동산을 통해 목돈을 얻을 생각을 버리고 현금을 계속 얻을 수 있는 젖소 사육업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의 월세화…베이부머에겐 ‘행운’
 
기성세대에게 있어 부동산은 맹목적인 소유대상 혹은 하나의 통과의례였다. 목돈을 집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젊은 세대에게 집은 맹목적인 소유대상이 아니다. 집을 사는 젊은 세대보다는 전세나 월세를 통해 집을 이용하는 경우가 더욱 늘었다.
 
박 위원은 이러한 부동산 시장의 변화가 행운이 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베이비부머의 경우 아파트 한 두 채만 갖고 있어도 노후 대비가 될 수 있다”며 “부동산이 유동화가 되고 현금 흐름이 될 것이다. 반대로 젊은 세대에게는 자산 축적이 되지 않는 고통이 될 수 있지만 베이비부머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 대형아파트는 큰 목돈을 쥘 수 있는 가치였고 일종의 계급으로 치부됐다. 하지만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아파트 계급이 무너졌고, 젊은 층은 큰 집을 사려고 하지 않는 경향이 생겼다.
 
이에 박 위원은 “이제는 집을 살 때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집의 크기를 줄이는 게 맞다”며 “큰 집은 오히려 더 팔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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