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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가계부채, 언제까지 방치할 건가
2015-06-30 14:00:47 2015-06-30 14:55:13
그리스발 금융 위기가 다시 유럽을 덮치고 있다. 글로벌 증시도 그리스 사태에 주목하며 요동치는 모양새다. 그리스는 전역은 충격에 휩싸여 있다.
 
은행 창구마다 예금을 찾기 위한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고, 당국은 인출 제한에 나섰다. 그리스가 국민투표 끝에 유로존을 탈퇴하는 그렉시트까지 선언하면 국제 금융시장에 불어 닥칠 후폭풍은 예견키 어려울 정도다. 
 
외풍에 유독 취약한 우리경제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1100조를 넘어선 가계 부채는 뇌관으로 자리 잡았다. 이미 우리경제 전반에서 불안한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달 은행에서 이뤄진 새로운 가계 대출만 7조4000억원에 육박했고, 제1금융권 기준 가계 빚 역시 536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기업 투자를 독려하고 소비 진작을 통해 경기 침체를 벗어나겠다는 취지로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 부채만 눈덩이처럼 불리는 결과로 이어진 것. 
 
더 큰 문제는 가계 부채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이 향후 2~3년간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인위적 부동산 활성화 정책에 한치 앞 이득에 눈 먼 건설사들이 분양물량을 대거 쏟아내면서 시장에서는 과잉공급 우려가 넘쳐난다. 특히 투기성 자금이 빠져나갈 경우 실수요자는 거품만 잔뜩 낀 부동산을 껴안을 공산이 크다.
 
여기에 체감경기의 잣대인 내수 부진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가계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올 들어서만 자영업자 5만여명이 가게 문을 닫고, 폐업을 신고했다. 특히 이들 자영업자 대부분은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사업자금을 마련하고 생계비를 조달했을 것으로 추정돼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이자만 내고, 원금을 갚지 못하는 가구가 190만에 달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의 ‘거치식 대출 방식’에 대한 손질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서민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가계 부채 문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근원적 고민에 집중할 때다. 경제 체질에 대한 고민 없이 인위적이고 단기성이 강한 경기활성화 대책만 남발할 경우 그 끝은 그리스와 다르지 않다. 미국도 한 차례 금융 위기를 겪은 터다. 재앙은 이미 눈앞에 와 있는지 모른다.
 
김영택 탐사보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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