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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성실 경기 제재" KBL, 근시안적 대책인 까닭
추상적 잣대·감독 고유권한 과도한 개입
2015-06-30 10:29:12 2015-06-30 10:29:12
프로농구연맹(KBL)이 승부조작 등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제도 강화 방안을 마련했지만 근시안적인 대책이 될 우려가 적지 않다.
 
KBL은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프로농구계 불거진 불법도박 등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다.
 
◇김영기 KBL 총재가 29일 오후 KBL센터에서 불법행위 근절을 위한 제도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사진=뉴시스)
 
대책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불성실한 경기운영을 하는 감독에 대해 자격심의를 벌인다는 것. 다른 하나는 농구팬 의견을 수렴하는 '팬 모니터링제'와 불법행위에 대해 샐러리캡과 인센티브에 불이익을 주는 '연대책임제' 등 원론적인 예방책 도입이다.
 
문제는 경기운영에 대해 KBL이 개입을 확대한다는 점이다. 이는 불법 스포츠도박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전창진 KGC 감독 건에서 비롯됐다. 김영기 KBL 총재는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KBL 자체 규약에 따라 자격심의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30일 오후 6시까지 KGC가 전 감독에 대한 등록 신청을 하면 KBL이 감독 자격심사를 하게 된다.
 
KBL이 근거로 내세운 조항은 크게 3가지다.
 
규약 105조에 따르면 감독이 지도자로서 중대한 흠결이 있을 경우 최고징계인 제적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다. 17조 "최강의 선수를 기용해 최선의 경기를 해야 한다"와 70조 "모든 경기에서 최대의 능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성실조항도 이유로 들었다.
 
KBL은 이러한 규약을 근거로 전 감독과 직접 면담을 진행했고 승부조작 의심을 받는 5경기에 대한 경기운영 내용을 분석했다. 전 감독의 소명 서류도 접수받았다.
 
문제는 KBL이 향후에도 '최강의 선수기용'과 '성실 의무'를 잣대로 감독의 고유권한인 경기운영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는 것이다.
 
'최강의 선수기용'과 '성실 의무'라는 기준은 다소 추상적이다. 김 총재는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하겠다"면서 "예를 들어 작전타임을 불렀는데 아무 말도 없다면 불성실한 경기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감독의 성향에 따라 작전 타임 때 무언(無言)으로 선수들을 지도하는 경우도 있어 무리한 일반화라는 비판을 면하기 힘들어 보인다.
 
과도한 개입도 문제다. 정규리그는 페넌트레이스라고 불린다. 장기 레이스라는 의미다. 상황에 따라 후보 선수로 경기를 시작할 수도 있고 포스트시즌에서 강팀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지는 경기도 나올 수 있다. 프로팀의 목표는 우승이기 때문이다. 전략적 패배도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
 
이 같은 점에 대해 농구팬들이 비판하는 것과 별개로 KBL이 지적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 KBL이 감독의 경기운영 방식을 놓고 추상적인 잣대를 들이대 징계를 내리는 것은 과도한 개입이 될 수 있다. 김 총재는 "각 구단 단장들과 의견을 나눴다"고 했지만 감독을 비롯한 현장과 공감대를 이뤘는지는 의문이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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