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아 몰랑"으로 일관하는 스포츠계
자고 일어나면 터지는 사건사고..폭행·승부조작·도핑 등 "몰랐다"로 귀결
2015-06-29 06:00:00 2015-06-29 06:00:00
요즘 스포츠계는 사회면 못지않다. 자고 일어나면 사건 사고가 터진다. 철학적 뼈대 없이 비틀거리며 나부끼는 모습이 마뜩잖다.
 
사건마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당사자의 첫 마디가 "몰랐다", "아무 일 아니다" 등의 뉘앙스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 시선은 법적 판단에 앞서 도덕적 결함을 지적하는데도 당사자만 그걸 모른다. '으레 그래 왔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러하다'는 논리가 저 밑에 깔려 사건 중심부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모양새다.
 
유도계에서부터 씁쓸함을 찾을 수 있다. 최근 남종현 대한유도회 회장은 회식 자리에서 예순 살 넘은 산하 연맹 직원에게 무릎을 꿇으라며 욕설을 내뱉었다. 그러면서 직원 얼굴에 맥주잔을 집어 던졌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도중 유도 경기장에서 "내가 왕이다"라고 소란을 피웠던 인물이 1년도 안 돼 또 말썽을 부렸다. 그래놓고는 "훈계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입을 열었다. 훈계와 우발이란 단어에서 얕은 사고와 구시대적 권위에 찌든 모습이 확인됐다.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전창진(KGC) 감독도 "그런 적 없다"고 혐의를 전면 부인한 상태다. 아직 조사 중이기 때문에 전 감독이 무혐의로 풀려날 가능성도 분명 있다. 하지만 혐의가 입증될 경우 전 감독은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한 것보다 못한 꼴이 되고 만다. 경찰의 거짓말 탐지기 조사에도 응하지 않겠다고 했다는데 그래서 더욱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프로농구연맹의 선수단 등록 마감일이 오는 30일이다. 프로농구연맹은 전 감독을 제외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 감독과 올해 계약한 KGC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농구계 전체가 크든 작든 영향을 받는 상황이다.
 
올해 유독 끊이지 않는 '도핑' 혐의도 잘잘못에 앞서 선수들의 무지함부터 나타난다. 지난 1월 박태환이 출발선을 끊더니 야구의 최진행(한화), 축구의 강수일(제주), 배구의 곽유화(흥국생명)가 모두 금지 약물 복용혐의로 최근 징계를 받았다. 소속 연맹의 규정 차이가 있어 선수의 징계 수위는 다르다. 하지만 팬들의 실망감에는 차이가 없다. 이들의 첫 해명은 전부 "금지 약물인지 몰랐다"로 공통된다. '아 몰랑'이라는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단어는 최근 스포츠계와 무관하지 않다.
 
임정혁 스포츠칼럼니스트 komsy1201@gmail.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