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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ISD 제소'는 국민 주권 침해 사건"
"국가 정책·사법부 권위 무력화 시도, 유사 사건 반복될 것"
“엘리엇 법정분쟁도 ‘삼성지배’ 의도, 국제중재 가능성 높아”
2015-06-29 06:00:00 2015-06-29 06:00:00
"론스타 ISD 사건은 그냥 단순한 국제소송이 아닙니다. 이 사건은 우리나라 주권의 문제입니다."
 
송기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은 '론스타 ISD 사건'에 대해 이같이 경고했다. 그의 말대로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론스타 ISD 사건은 우리나라 경제의 핏줄이라고 할 수 있는 은행을 기획적으로 손에 넣으려다가 우리 세무당국과 사법부에 의해 제동이 걸리자 론스타가 국제무대로 사건을 끌어낸 것이 얼개다.
 
그 근거는 한-벨기에 투자협정(BIT)이다. 이 협정은 투자대상 국가의 법원에서 심리중인 사건은 국제중재에 제소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론스타 조세소송 중 1000억원이 넘는 소송만 5건이다. 사실상 전부 패소해 항소심 또는 대법원 계류 중이다.
 
론스타의 속셈은 우리 정부를 ICSID에 제소하면서 조세 대신 불평등한 법령과 정책 등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배상을 청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청구 금액도 조세소송 가액인 8900억여원이 아닌 5조원이다. 론스타의 이런 '꿍꿍이'를 우리 정부는 알고 있지만 입을 다물고 있다. 민변과 정의당 김제남 의원의 ISD참관 요청도 2번이나 거부했다.
 
국제중재가 이대로 진행돼 우리 정부가 패소하면 외국자본에 대한 우리 정부정채과 조세정책은 물론 사법기능이 사실상 무력화된다.
 
29일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본격적인 론스타 ISD 심리를 앞두고 송 위원장을 만나 '우리 주권의 위기상황'을 들어봤다.
 
송기호 민변 국제통상위원장이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본격적인 '론스타 ISD' 본격 심리를 사흘 앞둔 26일 그의 사무실에서 사건의 본질과 향후 대응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최기철 기자
 
론스타 대 한국 국제중재(이하 론스타 ISD)의 본질은 무엇인가.
 
첫째는 론스타라는 외국 자본이 우리나라가 하나의 정치적, 법률적 공동체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스스로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느냐 하는 자치, 민주주의에 대한 침해다. 둘째는 국민의 정보접근권, 국민의 알 권리에 대한 보장시스템에 대한 문제다. 이것 역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기초다. 론스타가 주장하는 5조원의 실체조차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알고 있지만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결국 이 사건의 본질은 우리 국가 사회의 기본 구성에 대한 정식적인 공격이다.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사건은 김영삼 정부 때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60년대부터 경제개발을 시작하면서 공업화에 매진했다. 90년대는 그 과실이 익었을 때다. 그러나 김영삼 정부 때 세계화를 강조하면서 우리 금융시장 풀리기 시작한다. 정책 방향에 문제가 있었다. OECD 가입 자체에 초점을 맞추면서 공업화를 통해 이룩한 성과를 어떻게 도약시킬 것인가를 진지하게 논의하지 못했다. 그런 과정에서 IMF를 맞게 되고 결국 도약의 기회를 잃었다. 그 여파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론스타가 ISD에 제소를 하게 된 근거도 1976년에 체결한 한-벨기에 투자협정(BIT)이다. 당시 협정에는 실물경제에 대해서만 국제중재가 가능했다. 그러나 2006년 BIT가 개정되면서 금융투자나 조세문제 등도 국제중재 대상이 됐다.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2006년 BIT를 개정했을 당시는 이미 론스타가 벨기에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외환은행에 투자한 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IT를 개정하면서 론스타가 국제중재에 회부할 수 있는 칼을 쥐어준 것이다. 이를 한국의 외교 엘리트들과 금융당국이 전혀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결국 우리 정부가 상황을 더 악화시킨 셈이다.
 
하노칼 ISD 등 유사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론스타, 하노칼 ISD문제가 별개의 것이 아니다. 진지한 논의와 대책 없이 방향을 잃고 금융시장을 개방한 후유증이다.
'엘리엇 분쟁'도 같은 문제다. 삼성이라는 기업집단의 지배구조를 자신들이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엘리엇의 의도대로 간다면 삼성도 우리 국민의 경제적인 요구에 부응하기 어려워진다. 엘리엇은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결론이 나올 경우 그냥 끝내지 않을 것이다. 삼성물산이 합병비율을 결정한 것은 자본시장법령에 따른 것이다. 엘리엇은 이 법령이 외국인 투자자의 권익을 침해했다며 국제중제로 몰고 갈 수 있다. 엘리엇은 이미 다른 나라를 국제중재에 제소한 예가 있다.
 
우리 사법부 판결과 ISDS 판단이 상반될 경우 어떻게 되나.
 
그럴 일은 없어야 되겠지만 만약에 패소한다면 사실상 방법이 없다. BIT 규정에는 '투자 대상국 법원이 심리 중인 사건은 국제중재에 회부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론스타도 이것을 알고 있다. 론스타가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에 제소하면서 청구한 금액이 5조원이다.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조세소송 가액 8900억여원을 훨씬 넘는다. 그래서 이 5조원의 실체가 무엇인지 중요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외국인 투자에 관한 법령과 정책이 불평등했기 때문에 손해를 입었고 이를 배상하라는 주장을 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공개된 바가 없다. 우리 정부가 패소한다면 우리 사법부가 ‘도관회사 법리’를 만들어 2007년부터 외국 투자자들에게 세금을 받아낸 판례들이 사실상 무력화 된다. 앞으로 유사한 분쟁이 발생하면 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때문에 이 사건은 우리 주권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국제중재 판정결과도 공개 않겠다고 하고 있다.
 
민변이 참관 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최소한의 목표는 국민의 알 권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5조원의 실체가 밝혀져야 이 국제소송이 왜 시작됐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러나 벌써 우리 정부가 패소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어느 경제학과 교수는 칼럼을 통해 우리가 막대하게 돈을 줄 수밖에 없다고 까지 주장했다. 다른 일각에서는 배상금액이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중재소송은 우리가 패소하기 어려운 소송이다. 그래서 참관을 요청한 것이다. 정의당 김제남 의원도 참관을 요청했다. 그러나 두 번이나 거부당했다. 국제중재 당사자들이 거부했다는 게 ICSID 사무국 설명이다. ICSID는 유엔 국제무역법위원회나 미국무역대표부 중재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리과정이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관을 허용한 예가 있다. 심지어 지난 4월 미국계 투자회사 스펜스와 코스타리카 정부의 ISD 심리는 인터넷으로 생중계됐다. 지금도 ICSID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5조원 실체를 알게 되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나.
 
여전히 한계가 있다. 국제중재는 항소제도가 없다. 그러나 최소한 이번 사건에 대해 우리 국민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배상결정이 나온다면 우리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된다. 국민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채 국제중재에서 돈을 내라면 무조건 내는 나라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격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런 대접을 받아서는 안 된다.
 
참관은 누가 거부했으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 내용은 비공개다. 단지 ICSID에서 온 공문은 '당사자들(the Parties)이 반대했다'는 내용 뿐이다. 여기서 말하는 파티즈는 반드시 복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국제중재에서의 파티즈라는 것은 때로는 국제중재판정부가 아닌 당사자라는 의미를 갖기도 한다. 현재로서는 론스타가 거부했는지, 정부가 했는지, 둘 다 거부했는지 알 수 없다.
 
두번이나 참관을 거부당했다.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현실적으로 참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우리 구상 중 하나가 의견제출제도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나마도 당사자들이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도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정부를 상대로 5조원의 실체를 밝히라는 정보공개청구소송을 낼 것이다.
국회도 움직여야 한다. 정부가 하는 일은 적어도 국회는 알고 있어야 한다. 정부가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그런 노력도 없다면 나중에 패소할 경우 그 책임소재를 알기 어렵게 된다. 그러나 국회는 '론스타 위원회'도 갖추고 있지 않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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