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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자유로운 정신에 대한 찬미
'나의 유럽 나의 편력' | 이광주 지음 | 한길사 펴냄
2015-06-26 21:24:26 2015-06-26 21:24:26
문명의 꽃을 일찌감치 피운 유럽.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은 동경해봤을 지역이지요. 사실 아시다시피 유럽 문명에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유럽자본주의의 발전이 때로는 세계 곳곳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도 했지요. 하지만 철학과 예술을 비롯한 각양각색의 유럽 문화는 오랜 세월 동안 그 특유의 매력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하고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이런 유럽문화의 매력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책, <나의 유럽 나의 편력>입니다. 원로 서양사학자이자 인제대 명예교수로 재직 중인 이광주 교수의 책인데요. 책에는 시인 발레리의 지중해를 통해 유럽에 눈을 떴고, 괴테의 지성에 매료된 채 학창시절을 보냈다는 노학자의 절절한 고백이 가득 담겨 있습니다.
 
◇유럽 문화의 핵심 매력은 '자유로운 정신'
 
필자는 제목에서 ‘편력’이라는 말로 유럽에 대한 무한 애정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광주 교수에게 이 책을 기획하게 된 계기를 물었습니다.
 
이 교수가 유럽과 만나기 시작한 것은 10대 초반부터라고 합니다. 사진 화보를 통해 만난 유럽은 어린 시절 이 교수에게 동경의 땅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이후 대학에 입학하면서 문학과 역사책을 통해 유럽 문화를 좀더 깊게 접하게 됐고 급기야 유럽 문화를 생애에 걸쳐 연구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나의 유럽 나의 편력>에 수록된 인물들은 필자가 20대부터 40대에 걸쳐 책을 통해 만나며 삶의 스승이자 벗으로 받들어온 이들인 셈입니다.
 
필자는 책에서 지중해의 자연환경에서부터 문인, 지식인, 배우 등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다채로운 문화와 문화인들을 아울러 찬미합니다. 처음 유럽을 동경하기 시작했던 어린 시절, 필자는 먼저 그곳 풍경의 이미지에 매료됐다고 하는데요. 그 애정은 결국 고전의 세계, 그리고 교양의 세계로 확대되고 심화됩니다. 책에서 작가가 '삶의 스승이자 벗'으로 소개하는 구체적 인물로는 아벨라르, 에라스뮈스, 몽테뉴, 괴테, 부르크하르트, 하위징아, 마이네케, 츠바이크, 스펜더, 발레리, 모리스, 클림트, 디트리히, 베토벤 등이 있습니다.
 
유럽의 지식인들은 필자에게 '유럽적 교양의 상징이자 종교적 교리나 사회적 통념 및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운 교양인'의 모습으로 다가왔습니다. 필자는 책에서 유럽 문화의 매력의 핵심을 '자유로운 정신'으로 꼽기도 하는데요. 이 교수에게 좀더 자세한 설명을 들어봤습니다. "유럽과 유럽 문화를 우리 유교문화권을 비롯한 다른 문화권과 구별짓는 본질은 개인의 자유를 기반으로 하는 인간 중심의 공동체인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대화와 담론의 건강한 모랄이 깔려있다." 아마도 필자가 자신의 유럽 편력을 이렇게까지 대놓고 드러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그 유럽 편력이 다름 아닌 자유로운 정신에 대한 동경이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책의 장점은?
 
이 책은 오늘날 우리가 일반적으로 동경하는 유럽이라는 게 정확히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 되돌아보게 합니다. 저자는 이데올로기적 갈등, 국가주의적 사고, 그리고 자본주의적 시장원리에 따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여러 문제성에 대해 유럽의 다원적이고도 열린 문화가 분명히 많은 시사점을 던져줄 수 있다고 말하는데요. 자유로운 지성들의 용기 있고 개성 있는 삶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다보면 저자가 이 책을 저술한 속 뜻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유럽은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즐거운 놀이터'라고 소개합니다. 유럽의 겉모습 외에 진짜 속모습 또한 보고 느끼며 즐기고자 하는 독자라면 이 책이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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